"'수많은 시련과 모진 바람 속에서도 소나무는 흔들리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향후 화웨이는 여러 도전과 더 어려운 외부 환경에 직면할 것이다. 그러나 견고하고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칼송 화웨이 글로벌 대외협력 및 커뮤니케이션 사장은 지난 2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사업 실적과 미래 성장 비전에 대해 밝히며 이 같이 말했다. 미국 무역 제재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지만,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혁신 역량을 축적하는 데 계속해서 집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과감한 R&D 투자로 미국 제재 정면돌파
화웨이의 지난해 매출은 999억달러(약 122조원)로 전년 대비 28.6% 감소했다. 화웨이 매출이 줄어든 건 지난 2002년 이후 19년 만에 처음이다. 다만 같은 기간 순이익은 178억달러로 전년 대비 75.9% 증가했다. 주요 사업의 수익성이 개선된 덕에 지난해 영업 활동 현금 흐름은 93억 달러로 급증한 반면, 부채 비율은 2020년 62.3%에서 57.8%로 떨어지며 자본 구조가 더 안정화됐다.
칼송 사장은 "지난 1년 회사의 전반적 경영 상황은 기대에 부합했고 재무 상황 역시 안정적"이라며 "간소화된 관리 방식 채택 및 충분한 디지털화 기술 활용으로 내부 경영 효율을 지속적으로 높혀 '더 많은 곡식을 재배하여 더 비옥한 토지를 만들자'라는 기조를 실현했다"고 말했다.
화웨이가 미국의 고강도 제재에도 버틸 수 있었던 건 과감한 연구개발(R&D) 투자로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유지한 덕분이다. 지난해 화웨이는 전체 매출의 22.4%에 해당하는 1427억 위안(약 27조2756억원)을 R&D에 투자했다. 이는 화웨이가 지난 10년간 투자한 R&D 중 단연 가장 많은 규모로, 전 세계에서 2번째로 많은 R&D 투자 규모다.
특히 화웨이는 ▲컴퓨팅 ▲커넥티비티 ▲디바이스 ▲스마트 에너지 ▲클라우드 ▲스마트 인터넷 관리 부품 등 6개 기술 영역과 ▲훙멍OS(HarmonyOS) ▲오픈오일러(OpenEuler) ▲마인드스포어(MindSpore) 등 3개 생태계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칼송 사장은 "미국의 제재로 인해 선진 부품 공급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R&D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로 비즈니스 지속성을 유지하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며 "향후 화웨이는 R&D 투자를 계속 늘려 시스템 엔지니어링 혁신을 강화하며 기초 이론, 아키텍처 및 소프트웨어 등 3가지 분야를 재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전환-친환경발전' 두 날개로 다시 난다
화웨이가 생존을 위해 발굴한 기회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속화된 산업계의 디지털 전환과 탄소중립을 향한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두 가지 '빅트렌드'다.
칼송 사장은 "디지털화 및 스마트화가 경제 사회 발전의 핵심 원동력이 되어 새로운 산업 혁명을 이끌고 ICT 산업에 전례 없는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상황"이라며 "작년 한 해 동안 화웨이는 통신사, 파트너사와 함께 항만, 제조, 탄광, 철강, 화학 등 20여 개의 산업에서 디지털 전환을 실현하고 3000개 이상의 5G 산업 적용 상용 계약을 체결하는 등 전례 없는 새로운 기회를 창출했다"고 말했다.
화웨이는 특히 친환경 에너지 산업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칼송 사장은 "친환경 발전은 전 세계적인 추세"라며 "화웨이는 에너지 절감 기술 혁신을 통해 ICT 제품의 에너지 효율을 지속적으로 향상시켰다"고 소개했다. 그는 "2021 년 말 기준 화웨이는 100 개국 이상의 통신 사업자를 지원하고 친환경 사이트 솔루션을 배포했다"며 "이를 통해 전 세계 통신사업자는 약 842억 kWh의 전력을 절약하고 약 4000만 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화웨이 그룹은 디지털 에너지 자회사를 설립하고 ▲스마트 태양광 ▲데이터 센터 에너지 ▲자동차 관련
스마트 전력 ▲스테이션 관련 에너지 ▲복합 스마트 에너지 사업 등 5가지 주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산업군에서 ICT 기술을 통해 탄소를 절감할 수 있도록 돕는 게 화웨이의 목표다.
한국 '디지털 경제' 발전 조력자 자청
화웨이는 한국에서도 디지털화와 탄소중립을 기반으로 국내 기업들과의 협업을 확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이를 위한 ▲R&D와 혁신 기술에 대한 꾸준한 투자 ▲한국의 친환경적인 디지털대전환 구현 지원 ▲ICT 인재 육성을 위한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협력 ▲국내 파트너와의 지속가능한 상생 실현 등 4가지 핵심 전략을 강조했다.
특히 화웨이는 국내 5G 사업 확장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손루원 한국화웨이 최고경영자(CEO)는 "화웨이는 10년 이상 5G 분야에 R&D 투자를 이어오고 있고, 지난 MWC에서 화웨이는 탄소절감을 지원하는 친환경 5G 솔루션을 선보여 통신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며 "한국에도 혁신적이고 친환경적인 5G 장비를 제공을 통해 이통사들이 수준 높은 서비스 제공은 물론 탄소절감 목표도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해 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 "지난 몇 년간 화웨이는 한국 파트너들과 '5GtoB' 서비스 구축 방안을 모색해 왔다"며 "향후에도 더 많은 고객들과 함께 협력해 각 산업 고객들의 디지털 전환을 실현하는 데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손 CEO는 "화웨이는 한국 파트너가 수백 곳에 달하며, 직간접적으로 수천개의 일자리 기회를 마련했다"며 "한국 파트너사들과 '지속가능한 공동 성장'을 실현하는 것이 화웨이가 추구하는 방향이자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사이버 보안 우려 없다" 강조
국내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화웨이에 대한 인식을 악화시킨 보안 이슈에 대해 회사 측은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칼송 사장은 "화웨이는 트럼프 정부의 '클린 네트워크'가 정치적인 입장에서 출발한 경쟁 IT 기업에 대한 탄압이라고 규정하고 있다"며 "지난 30년 간 화웨이는 전 세계 인구 3분의 2를 대상으로 170여 국가에서 네트워크를 운영해왔으며, 사이버 보안 문제이나 프라이버시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 "화웨이는 여러 기관과 국가에서 엄격한 심사를 받아왔다"며 "영국 NCIC 사이버보안 센터에서 8년 간의 심사를 거쳤고, 화웨이의 사이버 보안은 전혀 문제없는 것으로 발표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화웨이는 중국 둥관과 벨기에 브뤼셀에 사이버보안 관련 투명 인증 센터를 설립했고, CC(Common Critera) 인증, PCR 인증 등 다양한 인증서도 취득했다.
칼송 사장은 "사이버 보안은 기술 문제이지 정치적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제3자 및 독립 기관 인증을 통한 사이버 보안 인증이 필요하며 통일되고 인증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몇 년 간 한국의 5G 인프라 구축에 참여하면서 많은 관심과 동시에 우려를 받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이런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사이버 보안) 인증을 취득했다"고 덧붙였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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