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점사 "잦은 오류에 수수료 인상까지…경쟁력 잃어"
폴리곤 등 경쟁력 갖춘 경쟁사 등장 '이중고'...클레이는 5분의1 토막

국내 대표 블록체인 메인넷으로 불리는 클레이튼이 연이은 오류와 장애로 체면을 구기고 있다. 국가대표라는 명성이 '먹통'이라는 이미지로 바뀌고 있는 것. 최근 연이은 장애로 일각에서는 합의 알고리즘 자체에 문제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부 프로젝트들은 클레이튼 대신 다른 메인넷을 찾아 떠나는 모습도 목격된다. 테크M은 국가대표 메인넷 클레이튼을 둘러싼 논란을 긴급진단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오류, 또 장애...국내 대표 블록체인 '클레이튼'이 수상하다
②카카오 블록체인에 등 돌리는 토종 NFT...글로벌 기대감에 찬물
③안방도 못지킨 클레이튼이 글로벌을? 안전성 문제 해결이 급선무
(끝)


조급한 수수료 인상 탓일까...토종 블록체인 대표주자 '클레이튼'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초기 카카오 블록체인 네트워크 밑그림을 그린 한재선 전 그라운드X(카카오 블록체인 개발사) 대표가 회사를 떠난 후, 사업 전문가인 양주일 대표가 지휘봉을 새롭게 잡았지만 오히려 클레이튼을 이탈하는 파트너사가 급증하는 모습이다.

글로벌 총력전을 위해 클레이튼 개발과 사업 모두를 지주사 '크러스트'로 이관한 탓에 더이상 그라운드X 탓만 할 수도 없는 상황. 그런데 클레이튼 고객들은 오히려 "클레이튼으로는 해외시장에 나갈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잦은 오류와 운영상의 미숙함, 기술적 한계 등이 거론되지만, 결론은 역시 돈 문제다. 경쟁력을 갖춘 개발사가 굳이 클레이튼을 쓸 이유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캐리커쳐=디미닛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캐리커쳐=디미닛

'실타래'도 이더리움으로 이전...클레이튼 떠나는 NFT 프로젝트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클레이튼을 기반으로 대체불가능토큰(NFT)을 개발한 스타트업 다수가 체인 이전을 타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기업 카카오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운 젊은 개발자 및 스타트업 상당수가 이더리움과 솔라나 등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실제 클레이튼을 통해 NFT 시장의 스타로 거듭난 이두희 멋쟁이사자처럼 대표 또한 최근 핵심 프로젝트인 '실타래'를 이더리움으로 이전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이에 대해 가상자산 데이터 플랫폼 쟁글은 "지난해 12월부터 봇의 허수 거래, 이른바 네트워크상 대량 트랜잭션이 발생했고 이를 막기 위해 카카오(크러스트)가 클레이튼 가스비(수수료) 인상을 결정하며 사용자와 프로젝트의 '탈클레이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진=실타래 홈페이지
/사진=실타래 홈페이지

클레이튼을 기반으로 NFT 서비스를 내놓은 A사 대표는 "클레이튼을 떠나는 이들이 늘어난 이유는 수수료 인상 이슈도 있지만, 클레이튼 유저 자체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폴리곤처럼 신박한 기술을 내놓지 못하는 것도 있다"며 "폴리곤은 새 기능 론칭을 통해 이더리움 위에 댑을 올리는 형태를 넘어 공격적 확장이 가능한데, 클레이튼은 여전히 블록체인 전체 시장을 이해하는 트렌드, 내러티브가 부족하다"고 질타했다.

사실 지난해 클레이튼은 디지털아트 중심 NFT 거래소 '클립드롭스'를 앞세워 NFT 대중화의 일등공신으로 불렸다. 다량의 NFT 상품이 클레이튼을 통해 출시됐고, 미술을 넘어 게임 P2E 영역까지 빠르게 확산됐다. 특히 IT 기술에 소외됐던 미술시장의 블록체인 접목을 주도하며, 클레이튼 메인넷 기반 토큰 스왑 거래소(탈중앙화 거래소, DEX)도 활기를 띄었다. 여기에 클레이튼은 플랫폼 부하 상황과 상관없이 트랜잭션 당 수수료가 일정한 고정 수수료 모델로 입점사를 모아왔다. 

뿐만 아니라 영어 기반의 기존 블록체인 시장을 넘어 한국어와 카카오톡이라는 대중화를 무기로 빠르게 개발자들을 빨아들였다. 수년간 공 들여온 클레이튼 기반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디앱) 확장엔 실패했으나, 정작 NFT로 플랫폼의 가능성을 입증한 것이다. 덕분에 대기업 넷마블에 이어 SK그룹 역시 클레이튼에 러브콜을 보내는 등 기업시장에서 각광을 받았다. 


수수료 인상이 '독' 됐나

그러나 올 들어선 어렵게 쌓아 놓은 '팬덤'을 빠르게 힘을 잃고 있는 모습이다. 논란을 지핀 것은 역시 돈 문제다. 최근 클레이튼 이용사 상당수가 가스비 수수료로 1 이상 부과되는 사례를 목격했다고 토로한다. 허위거래를 동반하는 '봇'의 등장을 막아낼 기술적 노하우 부족으로 수수료를 올리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그라운드X
사진=그라운드X

이때문에 저렴한 수수료로 클레이튼 생태계에 유입되었던 사용자들의 불만이 커지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클레이튼 지갑인 클립 역시 최근 트랜잭션 30회 무료 서비스를 3월31일부로 종료하면서 가스비 인상에 대한 부담이 모두 사용자들에게 전가됐다. 최근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의 시세 급락 속, 이더리움이 굳건히 가격을 지탱하고 있지만 클레이와 기반 코인 상당수가 급락을 피하지 못하며 투심도 악화된 상황이다. 

이에 더해 업계에선 단순 봇 문제 해결을 넘어 클레이튼의 하이브리드형 체인에 대한 운영상 한계를 꼽는다. 클레이튼은 일부 기업만 거버넌스에 참여할 수 있는 폐쇄형으로 운영되는 중앙화 구조로 출발했다. 이더리움을 본따 만들어 탈중앙화 색채를 추가했으나, 네트워크 운영과 코인 유통 과정은 카카오 계열사가 도맡아 사실상 대기업 주도의 중앙화 블록체인으로 운영돼왔다. 이로인해 블록체인 운영 부담의 상당수는 네트워크 참여자가 아닌 카카오 홀로 지게 됐고, 클레이튼 생태계의 기축코인인 '클레이' 또한 코스피 대형주 카카오의 '우선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코인 보유자, 이른바 홀더들의 권리는 잊혀져갔다.


글로벌 표방하지만, 여전히 '국내용'

이때문에 중앙화 모델로 꾸려가는 클레이튼을 비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웹 3.0을 표방하면서도 클레이튼의 참여자인 개발사 및 프로젝트, 코인 보유자(홀더)를 외면해온 중앙화 운영 방식 탓에 민심을 크게 잃은 상황"이라며 "수천억원에 달하는 직원 인센티브를 코인으로 지급하기로 하고, 신규 프로젝트에 10억원씩 지원해주면서 혁혁한 공을 세운 프로젝트들에 대해서는 무시하니 팬덤을 모은 이들은 이더리움으로 떠나는 것이 낫다고 보는 중"이라고 귀뜸했다. 이같은 상황에 수수료 인상 이슈까지 불거지자, 대대적으로 해외 이탈 사례가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무엇보다 글로벌 공략을 위해 클레이튼을 내놨으나, 여전히 내수에 머물고 있다는 점도 '탈클레이튼' 현상의 주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클레이튼을 넘어 국내 최대 블록체인 프로젝트로 거듭난 테라의 경우, 코인 유통 상당수가 해외시장에서 이뤄지고 있다. 탈중앙화-웹 3.0 정신에 입각한 의사소통 구조와 해외시장을 타깃으로 입점사를 모은 덕에 테라의 루나 코인의 경우, 바이낸스와 쿠코인, 오케이엑스 등 해외 거래소 거래 비중이 국내를 압도한다. 

반면 클레이의 경우, 한국산 코인으로 인식되며 여전히 빗썸 등 국내 유통시장 거래량이 절대적이다. 외연확장에 실패한 탓에 개당 5000원에 달하던 클레이 가격은 이제 개당 1000원선도 위협받고 있다. 이때문에 최근 클레이튼와 손을 잡은 넷마블 또한 바이낸스체인으로 만든 '큐브'를 글로벌 축으로 삼아 오롯이 카카오에 의지하지 않고 있다. 

코인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핵심은 유저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조급한 수수료 인상으로 생태계 구성원들이 떠나고 있다는 것"이라며 "글로벌을 타깃으로 하면서 세련된 기술 업그레이드도 없어, 개발자들이 클레이튼에 머물 이유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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