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찌감치 제기됐던 합의 알고리즘 문제, 아직도 해결 못했나
수수료 인상으로 트래픽 조절은 기술력 부재 스스로 입증?
'국내용' 꼬리표 달리니 해외 진출 원하는 프로젝트는 떠난다
그래도 '클레이튼'만한 곳 없다...기본에 집중해 '국가대표' 명성 이어가길
국내 대표 블록체인 메인넷으로 불리는 클레이튼이 연이은 오류와 장애로 체면을 구기고 있다. 국가대표라는 명성이 '먹통'이라는 이미지로 바뀌고 있는 것. 최근 연이은 장애로 일각에서는 합의 알고리즘 자체에 문제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부 프로젝트들은 클레이튼 대신 다른 메인넷을 찾아 떠나는 모습도 목격된다. 테크M은 국가대표 메인넷 클레이튼을 둘러싼 논란을 긴급진단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오류, 또 장애...국내 대표 블록체인 '클레이튼'이 수상하다
②카카오 블록체인에 등 돌리는 토종 NFT...글로벌 기대감에 찬물
③안방도 못지킨 클레이튼이 글로벌을? 안전성 문제 해결이 급선무
(끝)
글로벌 대표 블록체인 메인넷이 되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클레이튼이 정작 안방에서도 이더리움이나 솔라나, 폴리곤 등 대체불가능한토큰(NFT) 메인넷들에게도 뒤쳐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대량의 트래픽이 발생할때마다 메인넷이 오류를 일으키는 바람에 NFT 프로젝트들이 하나, 둘 클레이튼에 등을 돌리고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업계에서는 클레이튼이 안전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입을 모은다. 가스비 인상 등으로 트래픽을 인위적으로 낮추는 땜질식처방보다는 합의 알고리즘 자체를 개선해서 트래픽이 몰리더라도 합의과정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조언이다.
합의 알고리즘 문제, 아직도 해결 못했다?
업계에서는 클레이튼의 오류가 늘 합의 알고리즘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2020년 3월에 발생한 13시간 가량의 장애 문제도 합의 알고리즘에서 발생한 합의 지연 문제였다. 그때 이후로 발생한 대다수의 장애가 합의 지연 문제라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메인넷 개발경험을 갖춘 한 업계 전문가는 "지난해부터 업계에서 클레이튼의 합의 알고리즘 설계가 잘못됐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클레이튼이 이더리움 소스를 활용해서 만들어졌는데 이 과정에서 합의 알고리즘 부분을 잘못 건드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트랜잭션이 얼마 없을때는 큰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대용량 트래픽이 몰릴때마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노드들이 계속 합의 시도만 하는 바람에 메인넷이 멈추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추정도 있다"고 덧붙였다.
수수료 인상 '땜질처방'은 한계가 있다
아울러 업계에서는 클레이튼이 합의 알고리즘 문제를 기술적으로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가스비라고 불리는 수수료를 높이는 방식을 선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래픽을 소화하기 위해 기술적 보완을 하는 대신 이용자들의 수수료 부담을 높여 인위적으로 트래픽을 낮추는 시도를 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클레이튼은 허수 거래를 막기 위해 수수료를 인상했다고 하지만 결국은 잦은 오류를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이 아니겠느냐"며 "수수료 인상으로 트랜잭션은 기존 대비 10분의1로 줄었는데, 클레이튼을 사용하는 이용자들도 함께 줄어들면서 클레이의 가치 또한 하락하는 최악의 결과로 돌아왔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결국 기술적으로 합의 알고리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수수료 인상을 선택한 것"이라며 "자신들의 기술 결함을 이용자들에게 떠넘긴 것인데, 수수료가 싸다는 것이 유일한 장점이었던 클레이튼을 이용할 이유가 없어졌다"고 언급했다.
글로벌 메인넷?...안전성 해결 없인 '국내용' 꼬리표 못뗀다
이 외에도 업계에서 클레이튼의 문제점으로 지적하는 것 중 하나는 '국내용'이라는 꼬리표다. 클레이튼은 글로벌 시장 진출을 천명하고 개발사인 크러스트까지 싱가포르에 두면서 글로벌 시장 개척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하지만 정작 클레이튼을 이용하는 프로젝트들은 모두 국내 프로젝트들 뿐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특히 클레이튼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했지만, 클레이튼을 떠나 이더리움이나 폴리곤 등으로 이전하는 프로젝트들은 대부분 글로벌 이용자 확보를 위해 떠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프로젝트들이 클레이튼을 해외 진출의 '걸림돌'로 생각한다는 것.
최근 클레이튼을 떠나 이더리움으로 메인넷을 옮기기로 했다고 밝힌 한 관계자는 "클레이튼이 NFT 유통창구로 각광받으면서 많은 프로젝트들이 들어왔지만, 해외 이용자들의 접근성이 너무 떨어진다는 점 때문에 다시 이더리움 등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국내 주요 프로젝트들도 클레이튼 대신 다른 메인넷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특히 게임 쪽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클레이튼이 '게임파이'를 위한 메인넷이 되겠다고 천명했지만, 오히려 게임업계의 외면을 받고 있는 상황인 것.
국내 대표 게임사인 넷마블은 클레이튼을 활용하면서도 바이낸스체인도 함께 활용하는 투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다. 클레이튼 메인넷을 활용해 미르4 글로벌 성공을 일궈낸 위메이드는 자체 메인넷을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넷마블, 위메이드와 함께 주요 게임사로 꼽히는 컴투스그룹은 테라 메인넷을 선택했다.
'그래도 클레이튼', 기술 고도화로 국가대표 명성 이어주길
다만 여전히 국내에서 클레이튼의 인지도가 독보적이고, 초기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려는 대기업들에게 클레이튼만한 선택지가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클레이튼 취재를 위해 만난 대다수 관계자들이 클레이튼의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클레이튼이 잦은 오류와 수수료 문제를 해결하고 글로벌 인지도를 높여달라는 애정섞인 조언을 내놓은 이유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래도 국내 프로젝트 가운데 클레이튼만큼 성장한 메인넷이 없고, 주요 기업들 입장에서는 클레이튼과 손잡고 블록체인 분야로 확장하는 것이 너무 당연해진 상황"이라며 "실제로 SK그룹도 클레이튼의 손을 잡고 들어오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여러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클레이튼이 이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고 업계 대표 메인넷으로 자리잡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며 "사업적인 파트너 확대 성과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기본에 집중해서 안정적인 메인넷 운영에 나선다면 자연스럽게 클레이튼에 합류하는 주요 기업들이 늘어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허준 기자 joon@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