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사진=국회 영상 캡쳐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사진=국회 영상 캡쳐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반도체 전문가' 이력을 내세워 민관협력 강화를 통한 과학기술 혁신 역량 제고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다만 인사청문회가 반도체 특허 기술료 등 재산형성 과정에 대한 의혹에 집중되면서 정책 현안에 대한 날카로운 검증은 다소 미흡한 모습이었다.


기술 패권시대 '초격차' 기술 확보…디지털 신산업 키운다

이종호 후보자는 3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미래의 국가 혁신을 위해 과학기술 시스템을 재설계하겠다"며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뒷받침하는 시스템으로서의 본격적인 전환을 통해 정책 과정 전반에 민간의 참여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학기술 시스템 재설계에 대해 이 후보자는 "시대적으로 봤을 때 민관 협력이 중요한 시기로 민간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기초 쪽에서도 논문의 양이 증가하고 여러 업적이 개선되고 있어 그 중에서도 의미 있는 기술을 발굴해 국가 경제나 안보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다리를 잘 놓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자는 '과학기술·디지털 강국 도약'도 주요 정책 방향으로 제시했다. 그는 "기술 패권시대에 있어 국가 생존에 필수적인 반도체·인공지능·우주·바이오 등의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해 전략적 투자를 강화하겠다"며 "민간의 창의를 바탕으로 인공지능·소프트웨어·메타버스·클라우드 등 디지털 신산업을 선제적으로 육성하고 디지털 미디어 콘텐츠를 차세대 성장동력화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며 국가 경제가 발전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반도체 전문가' 막대한 특허료 수입에 쏠린 눈

이날 이 후보자는 "지난 30여 년간 반도체 분야를 중심으로 연구개발과 산학협력 인재 양성에 전념해 왔다"며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경험을 쌓으며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표준 기술인 3차원 반도체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고 대학에서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어갈 경쟁력 있는 인재들을 길러왔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반도체 분야에서 손꼽히는 권위자로, 지난 2001년 세계 최초로 3차원 반도체 소자인 '벌크 핀펫(FinFET)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세계 주요 반도체 회사가 핵심 표준 기술로 채택했고, 이를 통한 특허 수입으로 100억원대 재산을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사진=국회 영상 캡쳐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사진=국회 영상 캡쳐

이날 청문회에선 이 후보자가 특허를 출원한 벌크 핀펫 기술과 관련해 함께 연구한 연구자들과 관련 이익을 분배하지 않았다는 야당 의원들의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발명자가 아닌 사람이 저자로 들어가면 특허가 무효가 된다고 들었다"며 "이 과정은 미국 재판과 특허 심결에서 문제가 없다고 결정난 바 있다"고 해명했다.

이 후보자가 개발한 기술로 거액의 특허 수익이 발생하면서 수익 배분을 놓고 현재 KAIST와 자회사인 KIP가 수백원대의 소송을 벌이고 있다. 이 후보자는 지난 2003년 미국에서 특허를 내면서 미국에 있는 KIP에 특허 권한을 양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야당 의원들은 KAIST를 소관 기관으로 두고 기관장 임명권을 갖는 과기정통부 장관직에 이 후보자가 임명될 경우 이해충돌 방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는 "이해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국내 특허는 유효기한이 끝났고, 미국 특허 유효기한도 내년이면 끝나 더 이상 앞으로의 문제는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6G 전후방산업 아냐" ICT 현안 질의에 진땀

이 후보자는 반도체 이외의 정보통신기술(ICT) 정책 현안에 대해서는 아직 파악이 덜 된 듯 미숙한 모습을 보였다.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 간 소송전으로 번진 망이용대가 문제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의에 이 후보자는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할 요인이 있다"며 "이 자리에서 말씀 드리기 어렵다"고 즉답을 피했다. 현재 국회에는 망이용대가 지불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다수 발의된 상황이다.

5G·6G 등 ICT 분야 전문성도 도마에 올랐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새 정부 초기 장관은 새로운 정부의 방향을 설계하는 중요한 자리로 전문성과 비전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라며 "과연 이종호 후보자가 그런지는 상당히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변 의원은 "3차 산업혁명과 4차 산업혁명의 차이가 무엇이냐", "6G 상용화를 준비하겠다고 했는데 어떤 전후방 산업연관효과가 있느냐"는 등의 질문 공세를 펼쳤고, 이 후보자가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하자 "산업이 뭔지 잘 모르시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