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7월부터 '메타버스 근무제'를 도입한다. 일종의 '재택근무' 상설화로, 근무 장소와 관계없이 동료들과 연결돼 함께 일할 수 있는 문화를 구축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카카오 본사 뿐 아니라 공동체(계열사)도 함께 참여한다. 새로운 근무 방식 실험을 약 2주 앞둔 지금, 카카오 공동체는 어떻게 일하고 있을까. 테크M이 살짝 들여다봤다.
새집으로 모여라...카카오 공동체, 새로운 시작
18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신사옥 '카카오판교아지트' 입주 준비에 한창이다. 7월 입주 예정으로 카카오 본사 뿐만 아니라 카카오페이, 카카오벤처스 등 공동체도 함께 둥지를 튼다.
가장 먼저 신사옥의 문을 연 건 카카오페이다. 지난 5월 30일, 공동체 중 가장 먼저 입주했다. 카카오페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재택근무를 상설화했다. 6월 셋째주까지는 현재의 재택 근무를 고정해 유지할 방침이다. 이후 '메타버스 근무제' 적용과 관련해서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크루(직원)들과 논의해 구체적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카카오뱅크도 사무실 이사를 위한 준비로 분주하다. 카카오뱅크는 출근하는 직원의 비중이 상당하다. 은행업의 특성상 대면 업무 비중이 큰 탓이다. 망분리 특례를 바탕으로 각종 혁신금융서비스를 개발해야한다는 과제도 산적해있다. 카카오뱅크는 업무 효율성을 최대한 높이는 현재 방안과 공동체 차원의 근무방식 혁신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을 예정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근무 장소와 관계없이 동료들과 연결돼 함께 일한다는 가치를 지킬 것"이라고 했다.
벤처캐피탈(VC) 카카오벤처스는 코로나19 이후 도입한 '모바일 오피스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정해진 사무공간으로 정시에 출근하는 것이 아닌, 동료들과 온라인으로 상시 연결돼 소통한다는 의미다. '자신이 있는 곳이 일터'라는 개념으로, 구글 캘린더와 줌, 슬랙, 아지트 등의 프로그램을 다각도로 활용한다. 현재 카카오벤처스 조직은 투자팀, 관리팀, 커뮤니케이션팀으로 이뤄졌는데, 관리팀을 제외하고는 사무실에 자율좌석을 두고 있다. 카카오벤처스 관계자는 "업의 특성상 외부 일정이 잦아 자연스레 정착한 문화"라며 "본사 차원에서 발표한 메타버스 근무와 본질적으로 닮은 점이 많다"고 언급했다.
사무실 출근과 전면 재택...자유롭게 선택한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재택근무를 기본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맡은 업무에 따라 판교 본사 출근도 자유롭게 이뤄지고 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직원들은 필요에 따라 패스트파이브, 집무실 등 다양한 지역의 거점오피스도 이용할 수 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관계자는 "메타버스 근무에 필요한 제도나 그라운드룰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면서 "업무나 조직의 특성에 맞춰 오피스 중심과 원격 중심 근무 중 자율적으로 근무형태를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전사 차원의 메타버스 근무제를 더욱 효율적인 방향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다양한 기술이 활용된다. 카카오워크, 카카오 i 커넥트 라이브 등을 바탕으로 장소와 상관없이 '연결'을 더 극대화할 수 있는 근무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논의 중이다. 실제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1000명이 넘는 크루가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참여할 수 있는 전사 회의 '올멘션라이브'를 카카오워크, 카카오 i 커넥트 라이브 기술로 실현했다.
카카오스타일은 6월부터 새로운 근무 환경 제도 '하이브리드 2.0'을 도입했다. 이는 사무실 출근 및 재택 근무를 전면 자율화한 좌석제도다. 목표는 자율성을 바탕으로 근무장소를 유연하게 확장하는 것을 넘어, 구성원 누구든 최대의 성과를 낼 수 있는 근무장소를 선택하고, 어디서든 동료들과 쉽게 연결될 수 있는 환경과 문화를 구축하는 것이다. 카카오스타일 관계자는 "메타버스 근무제도 발표 전부터 하이브리드 2.0을 선제적으로 도입한 바 있다"고 했다.
구성원은 상황에 따라 개인이 업무에 가장 몰입할 수 있는 근무 장소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조용한 환경의 '포커스 존', 열린 공간에서 자유롭게 이야기하며 일할 수 있는 '아이디에이션 존', 실시간 디자인 작업을 확인할 수 있는 '5K 모니터 존', 자리에서 화상회의가 가능한 '컨콜 존', 기본적인 '베이직 존', 스탭 직군 크루가 이용하는 '스탭존' 등이다. 여기에 '업무 공유 외 목적의 소통과 팀빌딩 활동을 정기적으로 진행' 등의 그라운드룰도 구축해뒀다.
메타버스 근무 수용 중...자율성엔 변함 없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메타버스 근무 제도를 적용하기 위한 논의에 한창이다. 현재는 재택 근무를 기본원칙으로 삼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공동체 일하는 방식 2.0 테스크포스(TF)를 통해 긴밀하게 본사와 소통을 이어오고 있다"면서 "내부 직원들의 의견도 수용하고 있다. 공동체 차원의 '메타버스 근무 제도'라는 흐름에 함께 하겠다는 원칙으로 논의 중"이라고 했다.
카카오모빌리티도 상황은 비슷하다. 현재 재택중인 상황이지만 메타버스 근무제도에 맞춘 온라인 환경을 구축,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사내 커뮤니티 아지트에도 관련 공지를 올려놓은 상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내부 회의와 베타(실험) 테스트 기간을 거쳐 정확한 근무원칙을 수립해나갈 계획이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전직원들의 의견수렴이 완료되는 대로 적합한 근무제도를 확정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인공지능(AI) 연구 계열사 카카오브레인도 마찬가지다. 카카오브레인 관계자는 "회사 상황에 맞게 발전시켜 갈 것"이라고 했다. 카카오브레인은 업무 공간과 시간을 자기주도적으로 선택한다는 '완전선택근무시간제'를 운영하고 있다. 고정된 출퇴근 시간도 없고, 정해진 월 업무 시간을 다 채울 수 있다면 일찍 업무를 마칠 수도 있다. 일종의 원격근무와 유연근무제를 결합한 업무방식인 셈이다. 이 제도는 카카오브레인 크루들의 논의를 통해 선택, 제도화됐다.
카카오 내부 사정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근무 방식이 출근제에서 원격근무제로 넘어가는 과도기인 만큼, 마찰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과도기를 거치면서 카카오는 원격근무를 기반으로 한 최적의 근무 제도를 찾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