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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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MS) 웹브라우저 '인터넷 익스플로러(IE)'가 지난 15일 역사 속으로 사라진 가운데, 국내 토종 웹브라우저 '네이버 웨일'이 빈자리를 노리고 있다. '유저 퍼스트' 전략을 무기로 외산이 판치는 브라우저 시장에서 독립을 일궈내겠다는 목표다.


네이버 웨일, IE 모드로 빈자리 '꽉꽉' 채운다

네이버 웨일은 IE의 공백을 약 한달 전부터 준비했다. 정부나 공공기관 웹사이트의 경우 IE를 기반으로 구축된 경우가 많아 사용자들이 불편을 겪을 것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MS도 차세대 브라우저 '에지(Edge)'에 'IE모드'를 도입하고 오는 2029년까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매번 수동으로 활성화해야 한다는 점에서 사용성과 편의성을 해친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네이버 웨일은 MS가 IE 지원을 종료하겠다고 밝히기 약 한 달 전 이미 브라우저에 'IE모드'를 선제적으로 도입했다. 에지와 다른 점은 매번 모드를 설정하지 않아도 접속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지난 5월 9일 네이버 웨일 블로그에 게시된 'IE모드' 사용법 이미지/사진=네이버 웨일 블로그
지난 5월 9일 네이버 웨일 블로그에 게시된 'IE모드' 사용법 이미지/사진=네이버 웨일 블로그

이같은 기능은 IE로만 접속 가능한 웹사이트 정보를 수집해 브라우저에서 자동으로 IE모드가 실행하는 기능을 추가한 덕분이다. 현재 네이버 웨일은 모든 사이트에 이같은 기능을 적용하기 위해 IE모드가 필요한 웹사이트 제보를 받고 있으며, 사용자가 원하는 사이트를 직접 추가하는 것도 가능하다.

네이버 관계자는 "공공 서비스의 경우 국민 생활과 밀착됐기 때문에 IE 공백이 생기면 안된다고 판단해 IE모드를 출시했다"며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없어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기능을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웨일의 무기는 '소통'

인터넷 브라우저는 단기간에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어려운 분야다. 플랫폼이나 서비스와는 달리 이용자들은 기존에 사용하던 브라우저를 잘 바꾸지 않는다. 이는 브라우저 내에 저장된 북마크, 아이디 등이 일종의 전환비용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네이버 웨일은 글로벌 빅테크 브라우저들과 경쟁을 이어가며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30일 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웨일은 지난 1월 이후 9%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9.4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번 달 네이버 웨일이 기록한 점유율은 9.23%다. 고무적인 점은 지난 2017년 네이버 웨일이 등장한 이후 성장세가 꺾인 적이 없다는 것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글로벌 국가들 중 자국 검색엔진을 가진 곳이 별로 없듯이, PC와 모바일 양 분야에서 모두 브라우저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곳은 네이버 뿐"이라며 "직접적으로 점유율을 산정할 수는 없지만, 스택카운터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지금까지 쭉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 웨일 연구소 화면/사진=네이버 웨일 연구소
네이버 웨일 연구소 화면/사진=네이버 웨일 연구소

이처럼 웨일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비결은 바로 '소통'이다. 크롬, 엣지, IE 등 외산 브라우저들과 달리, 웨일은 '유저 퍼스트' 전략을 기반으로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다.

소통은 '웨일 연구소'에서 이뤄진다. 웨일 연구소는 일종의 커뮤니티다. 웨일 개발자와 '연구진'이라고 불리는 일반 사용자들이 소통하는 장으로서 역할을 하는 것. 여기서는 서비스 피드백 뿐만 아니라 원하는 기능에 대한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후 연구소 관리자가 댓글로 아이디어에 대한 의견을 남기기도 한다.

이를 통해 웨일은 다양한 기능과 서비스를 출시했다. 대표적으로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주로 사용하는 'hwp' 파일을 브라우저에서 바로 볼 수 있도록 '한글 뷰어' 기능을 탑재한 사례가 있다. 또 하나의 창을 두 개로 나눠 동시에 작업할 수 있는 '듀얼 탭', 처음 보는 단어를 드래그해 검색할 수 있는 '퀵서치', 다양한 편의 도구를 한데 모은 '사이드바' 등은 기성 브라우저에서 찾아볼 수 없는 기능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대면 화상화의 수요가 급증한 지난해 초에는 별도 프로그램 설치없이 사용 가능한 무료 솔루션 '웨일온'과 기기 종류에 상관없이 모바일에서 PC로 파일을 전송할 수 있는 '그린 드랍' 등을 선보이기도 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국내 사용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해서 가장 빠르게 접목 해보는 '유저 퍼스트' 전략을 기조로 갖고 있다"며 "웨일 연구소에 올라온 아이디어와 의견들은 웨일팀이 전수확인 후에 반영 여부를 댓글로 달고 소통하고 있으며, 이같은 부분이 웨일이 가진 가장 큰 힘"이라고 강조했다.


웨일은 단순한 브라우저가 아니다

네이버는 웨일을 단순한 브라우저 서비스로만 여기지 않는다. 브라우저의 경우 이미 다른 서비스와 플랫폼을 위한 인프라적 성격을 띄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 세계에서 모든 디바이스, 웹과 호환되는 표준은 '웹 표준' 밖에 없다는 점에서 웨일은 그저 단순한 브라우저 서비스가 아닌 기반 기술이라고 네이버 측은 강조했다. 이 때문에 네이버는 웨일을 장기 투자의 영역으로 보고 있다.

단기적으로 성과가 나지는 않지만 장기적 관점으로 외산 브라우저들이 어떤 조치를 취하느냐에 따라 좌지우지될 수 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독립적인 웹 기술을 축적하는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브라우저는 직접적으로 수익이 되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투자의 영역이며, 인프라적 성경이 있어 기반 기술"이라며 "예를 들어 글로벌 브라우저에서 서드파티 쿠키값 정책을 변경하면 많은 서비스 업체들이 흔들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용자들은 웨일을 브라우저 서비스라고만 인지하지만 웨일은 브라우저를 넘어 웹 기술로서의 정체성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가은 기자 7rsilver@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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