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데이터센터 리츠 기업 에퀴닉스가 오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사용률을 100%로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데이터센터를 친환경 에너지로 운영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앞장선다는 계획이다.
5일 에퀴닉스는 여의도 IFC에서 열린 '지속가능성 미디어브리핑'을 통해 '2021년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공개하고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장혜덕 에퀴닉스코리아 대표는 "현재 95% 수준인 재생에너지 이용률을 2030년까지 100%로 끌어올려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겠다"며 "운영에 사용되는 에너지 뿐만 아니라 건설에 필요한 자재, 설비, 공금망 내 파트너사 등 모든 부분이 포함되는 목표"라고 말했다.
에퀴닉스가 '친환경 데이터센터'를 실현하는 법
에퀴닉스는 지난 2015년 기업 지속가능성 프로그램을 공식화한 이후 탄소배출 감소를 약속한 바 있다. 실제 지난해 탄소배출량은 지난 2019년 대비 12% 감소했으며, 244개 데이터센터 중 37%가 미국 그린빌딩위원회 친환경 건축물 인증 'LEED(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을 획득했다. 지난해 이 데이터센터들이 기록한 재생에너지 사용률은 95%에 달한다. 또 평균 전력효율지수는 1.48를 달성했다. 이 지수는 1에 가까울 수록 효율적이라는 의미다.
에퀴닉스는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데이터센터 설계부터 기업문화까지 전방위적 노력을 기울였다. 데이터센터 건설에 친환경적으로 제작된 건축자재와 전기설비 등을 사용한 것은 물론, 인공지능(AI)·머신러닝(ML) 기술로 수집한 공기흐름 데이터를 기반으로 온도 설정을 자동화·효율화했다. 냉각 용수를 재활용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만 하다. 현재 에퀴닉스는 프랑스 파리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운영 중인 데이터센터들에서 배출되는 냉각용수를 지역 대학 캠퍼스로 보내 지열 난방에 활용하고 있다.
향후 이 회사는 외부 전력이 차단되는 사고를 막기 위해 설치된 디젤 발전기도 친환경 바이오 연료로 구동될 수 있도록 조치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에퀴닉스는 미국 워싱턴 DC 버지니아 지역에 공동혁신시설을 마련하고 연료전지, 액체냉각 회사들과 연구·개발(R&D)을 진행 중이다.
에퀴닉스는 지속가능성을 위한 자금조달 및 기업문화 혁신에도 힘을 쏟고 있다. 올해 4월 기준 에퀴닉스가 발행한 녹색채권은 49억달러(약 6조3709억원)에 달한다. 녹색채권은 환경 친화적 프로젝트 투자자금 마련을 위해 발행된 채권으로 탄소감축, 건물에너지 효율화, 신재생 에너지, 전기 자동차 등 녹색산업과 관련된 용도로만 사용이 한정된 목적채권이다. 워싱턴 DC 공동혁신시설 설립에도 이 채권이 활용됐다.
장 대표는 "지속가능성 노력을 인정받는 기업들은 녹색채권을 발행할 수 있는 혜택을 받는데 에퀴닉스는 이미 글로벌 4위 발행사로 등극했다"며 "이자율도 약 1.7%로 낮기 때문에 대규모 자금 투자를 통해 친환경 데이터센터와 공급망에 투자할 여력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공급망 사슬 내에 있는 파트너사들도 이같은 ESG활동에 부합해야만 에퀴닉스와 함께 사업을 이어갈 수 있다. 장 대표는 "공급망 사슬 내 파트너사들이 똑같은 진정성을 갖고 비즈니스를 영위하는지가 중요한 부분 중 하나"라며 "탄소배출 감축 및 재생에너지 사용률 100% 달성은 현재 파트너사들 중 이같은 여정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힌 66%를 포함한 목표"라고 말했다.
경기도에 자리잡는 'SL2x', 'SL3x' 데이터센터
장 대표는 이날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SL2x'와 'SL3x'가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향동동에 설립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존 서울 상암동에 구축된 'SL1' 데이터센터와 지리적으로 약 2.5km 거리에 추가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는 것.
이들 데이터센터 또한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세계재생에너지총회(IREC)를 통해 발행되는 인증서를 구매해 전력을 수급받는 형태다. SL1의 경우 이미 중국에서 실행되는 풍력, 태양광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로부터 인증서를 구매해 100% 재생에너지로 운영되고 있다.
다만 국내에서 재생에너지를 수급받는 일은 아직 불가능하다고 장 대표는 설명했다. 그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이 해양 풍력발전으로 주목받고 있고, 해외투자 프로젝트들이 많이 들어오고 있지만 아직 활성화가 되지 않았다"며 "활성화가 되면 동남쪽 해안에서 만들어진 재생에너지를 직접 받는 일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는 글로벌에 비해 굉장히 뒤쳐진 상태"라며 "해양에너지 쪽에 투자가 이뤄지고 있어 지속 모니터링 중이며, 향후 얼마나 활성화가 되서 전력으로 공급 가능한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김가은 기자 7rsilver@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