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캐리커쳐=디미닛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캐리커쳐=디미닛

 

삼성전자가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차질, 전쟁 등 지정학적 격변까지 겹친 '퍼펙트스톰'을 맞아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PC와 스마트폰 등 IT 기기 수요가 급감하고 있고, 이로 인한 여파로 반도체 등 주력 사업의 성장 둔화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코로나 특수 소멸에 세트업체 '오더컷' 본격화

5일 다올투자증권은 2분기 인플레이션과 전기요금 상승 여파로 소비자 구매 여력이 약화되면서 유통업계 재고가 증가하고, 이로 인해 세트업체의 '오더컷'(주문 축소)이 본격화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강한 수요를 보였던 TV 시장은 펜트업(보복소비) 수요 소멸로 1년 이상 수요 약세 국면에 진입했고, 마찬가지로 강세를 보이던 PC와 게임용 콘솔, 태블릿 PC 등의 수요도 감소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스마트폰의 경우 중국의 대도시 봉쇄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수요가 급감했다.

다올투자증권은 올해 삼성전자 스마트폰 출하량을 2억6000만대, TV 출하량을 3820만대 수준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2.6%, 9.4% 감소한 수치다. D램과 낸드 비트그로스(B/G) 역시 각각 8%, 2%로 추정하며 사측이 제시했던 가이던스인 15%와 8%를 크게 하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PC·스마트폰 출하량 급감…반도체 가격도 하락

이런 수요 감소는 올 하반기에도 삼성전자를 비록한 제조사들을 위축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전 세계 PC 출하량은 전년 대비 9.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스마트폰 시장 역시 전년 대비 5.8% 감소가 예상된다.

이런 IT 기기 수요 감소는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D램 PC향 범용제품(DDR4 8Gb 기준)의 고정거래가격은 지난 5월 3.35달러를 기록해 전월보다 1.76% 하락했으며, 6월 가격도 이를 유지했다. 최근 고점이었던 지난해 9월(4.1달러)과 비교하면 18% 하락한 수치다.

낸드플래시 가격 역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6월 낸드플래시 메모리카드·USB향 범용(128Gb 16Gx8 MLC) 제품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개당 4.67달러를 기록해 전월(4.81달러) 대비 3.01%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낸드플래시 고정가격이 하락세를 기록한 건 2020년 10월 이후 1년 8개월 만이다.


2분기 실적 추정치 하향…하반기는 더 어렵다

삼성전자는 오는 7일 2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다. 증권가 컨센서스는 매출 76조8074억원, 영업이익은 14조5270억원 수준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0.63%, 영업이익은 16.6% 늘어난 수치다. 영업이익은 지난 1분기보다 더 증가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한 달 전만 해도 약 15조4000억원 수준을 전망하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하향 조정된 수치다.

삼성전자는 수요 감소 직격탄을 맞은 세트 부문의 부진이 실적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추정된다. 2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은 6100만대 수준으로 1분기 7300만대보다 1000만대 이상 감소한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3억대 출하를 노렸지만, 지난해 2억7000만대 수준에도 못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실적을 떠받치던 반도체 역시 하반기에는 IT 수요 감소 여파를 피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은 최근 실적발표에서 다음 분기(6~8월) 매출 전망치를 증권가 추정치인 91억4000만달러에 크게 못 미치는 72억달러(약 9조3000억원)로 내놨다. 장기적인 수요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지만, 최근 업계 수요가 약해졌다는 게 마이크론 측의 설명이다.

엔비디아, AMD, 퀄컴 등 팹리스 기업들 역시 수요 감소로 주문을 축소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황 역시 전망이 밝지 않다. 파운드리 1위 기업인 TSMC는 애플 등 주요 고객사들이 주문량을 줄이자 올해 매출 전망치를 연초보다 5~10% 낮춰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성순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서버용 D램 수요는 북미를 중심으로 견조하지만 PC용은 소비자 중심의 수요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모바일용은 중국의 봉쇄 영향으로 예상보다 수요 상황이 약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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