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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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더리움 2.0 시대를 여는 '머지(The Merge)' 업그레이드가 지난 15일, 마무리된 가운데 이더리움의 탈중앙성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더리움 개발진의 확장 지향성 탓에  향후, 미국의 달러 패권 밑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미 운영 주체가 중앙화된 탓에 머지와 별개로, 사실상 월가의 발 아래 놓였다는 관측도 나온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더리움 머지 이후, 이더리움 스테이킹 물량의 약 절반 가량이 리도와 코인베이스, 크라켄, 바이낸스에 예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에게 맡겨진 이더리움은 추후 '상하이 업그레이드'를 거쳐야, 맡긴 이더리움을 되찾을 수 있다. 일종의 보호예수가 걸린 셈이다.

다만 상하이 업그레이드 이후 이들은 이더리움의 핵심 주주 역할을 하게 된다. 이미 이들은 블록 생성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이더리움 생태계 내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쉽게 말해 이들이 이더리움 이사회의 주축이 된 것. 

사실 머지는 이더리움의 작동방식을 전환한 업데이트로, 작업증명(Proof of Work·PoW) 방식에서 지분증명(Proof of Stake·PoS) 방식으로 바뀐 것이 핵심이다. 채굴자의 역할이 사라지고 이더리움을 예치한 이들이 더 많은 이자(보상)를 획득하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 자금력을 가진 소수에 의해 네트워크가 운영될 수 밖에 없다. 쉽게 말해 이더리움 생태계 내에서 '부익부 빈익빈'이 가속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더이상 무정부 주의자들의 채굴산업이 이더리움에 영향을 줄 수 없게 된 것이다.

실제 리도의 핵심 플레이어들 상당수가 미국의 주요 벤처캐피탈 출신인 데다, 나스닥 상장사인 미국 대표 코인 거래소 코인베이스를 필두로, DCG 등 역시 미국 정치권의 영향력 아래에 놓여있다. DCG는 구글을 비롯한 실리콘밸리 테크기업들의 자본을 등에 엎고 덩치를 불렸다. 

아울러 이더리움의 주요 거래 노드 대부분은 아마존웹서비스(AWS)를 비롯한 미국계 주요 빅테크 기업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이더리움 메인넷에서 호스팅되는 노드의 69%가 3대 클라우드 업체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중 50% 이상이 AWS에 머물고 있다. 

때마침 세계 최대 파생상품 거래소인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그룹이 9월에 이더리움 선물 옵션 상품을 내놓으며, 머지 이후 이더리움은 더욱 빠르게 전통자산 시장으로 편입되고 있다. 이때문에 개발업계에선 이더리움 머지 가 미국 월가 및 달러 패권 밑으로 들어가는 첫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상 월가와 실리콘밸리 레거시 플레이어가 더 강한 목소리로 이더리움 생태계를 지배할 공산이 크다"며 "블록체인의 기술 효용은 더 빠르게 전파되겠지만, 화폐 전쟁의 일환 속에서 이더리움은 더욱 달러 패권과 밀착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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