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 고유의 경제적 기능에 주목
기본법 통해 규제-진흥 조화...새 전담기관 필요해
집단지성으로 새로운 규제 방향 만들어가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 사진=이소라 기자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 사진=이소라 기자

 

"질서가 필요한 시간이다. 고통이 따를 수도 있지만, 한번은 겪어야 될 상황이다."

<테크M>이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국민의힘 디지털자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만났다. 가상자산 시장은 '크립토윈터'를 맞아 냉각기에 들어갔지만, 기본법 제정을 비롯한 제도화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뜨겁게 진행되고 있다. 김현기 테크M 대표가 가상자산 제도화의 '키맨'으로 꼽히는 윤 의원을 만나 그가 생각하는 가상자산 제도화 방향에 대해 물었다.


디지털자산기본법으로 규제-진흥 조화시켜야

테라·루나 사태는 가상자산 시장에 질서가 필요함을 절감하게 만들었다. 윤 의원은 "거래소가 막 뻗어나갈 때는 좋았는데, 이제는 질서를 잡아야 되니까 힘든 상황이 오고 있다"며 "질서를 잡으려면 그동안 하던대로만 할 수는 없고, 자제도 해야 하고 바꿀 건 바꿔야 한다. 일종의 '구조조정'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시장은 '코인'을 넘어 대체불가능한토큰(NFT), 증권형토큰(STO) 등 새로운 아이디어를 계속해서 수용하며 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이제는 이런 다양한 가상자산의 개념을 정립하고 포괄할 수 있는 기본법이 필요하다는 게 윤 의원의 생각이다. 이를 통해 기존 금융기관들도 법적 기반을 갖고 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 사진=이소라 기자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 사진=이소라 기자

윤 의원은 기존 자본시장법과 분리된 디지털자산기본법을 통해 가상자산의 특수성에 맞는 규율과 진흥을 동시에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를 위한 새로운 전담기구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근거가 약한 네거티브 규제보다는 확실히 선을 그어주는 '친절한' 포지티브 규제가 더 적합하다는 생각도 전했다.

윤 의원은 "그동안은 법적 근거가 없어 금융기관이 시장에 못 들어오는 상황이다. 기본법이 생기면 금융기관들이 법적 근거가 있으니 해볼 수 있다고 한다"며 "그래서 꼭 네거티브라고 좋은 것은 아니다. 친절하게 써 있는 것이 좋을 수 있다. 기본법이 그런 기반을 만드는 역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고유의 제도 만들며 글로벌 표준 보폭 맞춰야

다음은 김현기 테크M 대표와 윤창현 의원의 일문일답.

Q. 최근 가상자산에 대한 이슈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바쁘진 않으신가.

A. 테라-루나 때문에 가상자산에 대한 열기가 식어 조금 덜 바쁘다. 다만 거래소는 힘들 것 같다. 막 뻗어나갈 때는 좋았는데, 이제 질서를 잡아야 되니까 힘든 상황이 오고 있는 것이다. 한번은 겪어야 될 상황인 것 같지만, 지금까지 보다는 조금 고통이 따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Q. 테라·루나 사태 이후 많은 것이 바뀌었다.

A. 질서가 필요하단 걸 절감한 순간이었다. 질서를 잡으려면 그동안 하던대로만 할 수는 없고, 조금 자제도 해야 되고 바꿀 건 바꿔야 한다. 일종의 구조조정과 비슷한 상황이다. 자율적 구조조정이 이제 막 시작됐다.

Q. 경제학자들 중에는 비트코인에 부정적인 사람도 많다. 디지털자산에 매력을 느끼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폴 크루먼, 누리엘 루비니 등은 내재가치가 없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크게 보면 이런 자산이 가진 내재 가치에 대해 새로운 개념이 정립돼야 한다고 본다. 비트코인이 처음에 나왔을 땐 결제 수단으로 온라인상의 화폐가 되겠다고 사토시 나카모토가 설계도를 그렸다. 하지만 14년이 지나고 보니 비트코인은 화폐가 아니라 자산이 돼버렸다.

최초 설계도대로는 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후 NFT, STO 등이 나오면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제시되고 있다. 최초 설계도대로 안 됐다고 해서 실패한 게 아니라 새로운 자산이 됐다면 더 나은 결과일 수도 있다. STO 같은 경우에는 기존 증권을 계량하고 혁신하는 면도 있다. 현재 가상자산에는 완전히 새로운 자산의 개념과 기존 자산을 대체하고 계량하는 자산이 혼재돼 있다. 어느정도 수준까진 경제적 기능이 있다고 보지만, 아직 기능 정립이 덜 돼 있다.

그래서 코인을 두고 '쓸 데도 없는 데 왜 비싸냐'고만 볼 건 아니다. 시장에서 판단한 코인의 가치는 코인을 기반으로 과거보다 나은 새로운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는 점도 반영된 것이다. 비트코인이 화폐가 아닌 자산이 됐지만 그 또한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 않겠나.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 사진=이소라 기자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 사진=이소라 기자

Q. 가상자산 관련 법안이 많이 올라와있다.

A. 현재 13개가 올라와 있는데, 범위가 좀 완벽하지가 않은 게 있어 각각 특징들을 모아야 할 것 같다. 하나만 딱 골라서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다뤄야 할게 너무 많다. 정부에서 만든 안도 추가해 '종합편'을 만들어야 될 것 같다. 올해말 정도면 나올 것 같다.

Q. 용어는 '디지털자산'으로 가나.

A. 아무래도 그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NFT 같은 것들도 나와 있고, 앞으로도 새로운 자산이 나올 것이다. 또 '가상'이라는 용어가 '실제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도 들어 있어 부정적인 면도 있다. 미국도 디지털자산이라는 용어를 쓰기 시작했다.

Q. 네거티브 규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A. 국내 법체계는 기본적으로 포지티브 규제다. 네거티브 규제는 금지되지 않은 것 다 할 수 있다고 하지만, 결국엔 이렇게 할 수 있는 근거가 뭐냐고 매번 와서 물어본다. 네거티브라고 써 놔도 소용 없다. 모든 경제 주체들이 금지되지 않은 것 다할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하는데, 그렇게 자유롭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포지티브 개념을 유지하면서 가야한다. 대신 '친절한 포지티브' 방식이 필요하다.

큰 그림으로 보면 지금은 기본법이 없어서 금융기관이 가상자산 시장에 못들어오는 상황이다. 금융기관 입장에선 이 정도 근거 가지곤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기본법이 생겨서 법적 근거가 생기면 금융기관들도 해볼 수 있다고 얘기한다. 그래서 꼭 네거티브라고 좋은 것은 아니다. 친절하게 써 있는 것이 좋을 수 있다. 기본법이 기반을 까는 역할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STO도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완벽한 증권성을 가지면 자본시장법에 넘겨야하지 않을까 싶다. 확실한 건 자본시장법으로 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본다.

Q. 전담부처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A. 전담기구는 고민스러운 면이 있다. 미국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와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나눠서 하자고 한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신종 원자재 보고, 그건 CFTC가 하고, 나머지 알트코인은 부수자산으로 해서 SEC가 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감독원이 하나다. 금융감독원이 해야한다. 금감원은 자본시장법이라는 어마어마한 법을 토대로 해서 세고 강하다. 미국에서 자본시장을 감독하는 기구가 디지털자산을 담당한다고 우리나라도 금감원이 담당하면 힘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디지털자산법을 만드는 것도 디지털자산을 자본시장법과 분리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일본의 경우 가상자산을 금융에 넣어버려서 주식 거래 수준의 규제를 적용하니까 웬만한 자산은 다 떨어져 나갔다. 기본법이 절충안이 될 수 있다. 자본시장법을 피해갈 수 있는 일종의 '우회로'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규율을 잘하는 나라다. 육성은 좀 소홀하다. 진흥과 규율을 조화시키려면 전담기구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집행사무국까지 있는 위원회로 만들어야 한다. 전체 부서가 연결이 돼서 디지털 자산 진흥도 추진하고 규율도 추진하고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오른쪽)과 김현기 테크M 대표 /사진=이소라 기자

Q. 전 정권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은 육성하고 가상자산은 죽이겠다는 말은 한 바 있다.

A. 이더리움 메인넷 상에서 코인들이 막 나올 때는 코인과 기술이 결합돼 있는 측면이 있었다. 기술은 기술대로 가고 코인은 죽이는 건 안 맞는다는 생각이다. 어느정도까지는 진흥 정책 써야 한다. 경제활동에 어떤 효용성이 있는지, 어떤 공헌을 하는지 봐야 한다. 예를 들면 조각 투자를 쉽게 해준다하는 것은 정말 좋은 경제적 기능이다. 이처럼 피부에 와 닿는 사례가 계속 나와야 한다. 지금은 가능성만 얘기 하고 있다. 피부에 와닿는 효용이나 성과가 있다 하면 그걸 동력으로 해서 발전할 수 있다.

Q. 현재 5대 거래소가 '닥사'(DAXA·Digital Asset eXchange Alliance)를 통한 자율규제를 하고 있다. 이런 활동이 향후 규제에 어떤 영향 줄 것 같나.

A. 자율규제 자체는 필요성의 산물이다. 가상자산 업계에는 가상자산공개(ICO) 문제, 코인 평가 문제 등 다양하고 어려운 이슈들이 많이 내재돼 있다. 뭐가 정답인지 말하기 어렵다. 거래소와 소통하면서 해결해 나가야 한다. 기본법이 생기더라도 자율규제의 영역은 그대로 유지 될 것이다. 자율규제 하겠다고 한 부분을 법에 넣을 수 있겠으나, 모든 것을 다 끼워넣긴 어렵다. 

Q. 부산시가 최근 적극적으로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를 유치하고 있다. 어떻게 보는가.

A. 지자체가 나서서 진흥하는 것은 좋다. 부산만 아니라 대전도 했으면 한다. 대전 역세권 개발이 예정돼 있는데, 디지털자산 관련 업체 들어올 수 있는 것 아니겠나. 이런 업체야 말로 최근 분위기에 맞는게, 굴뚝이 없다. 이런 회사들이 도심 한가운데로 들어오면 좋은 것이다. 지자체의 유치 노력과 진흥 열기가 더 만들어지길 바란다.

Q. 마지막으로 거시적 관점에서 디지털자산 규제가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 얘기해달라.

A. '집단지성'의 관점으로 봐야할 것 같다. 수많은 노력이 모여서 강물이 형성되는 산업이다. 그간 대부분의 산업이 미국과 유럽이 정리해두면 따라갔는데, 이 분야는 '패스트 팔로워' 전략이 잘 안 통하는 것 같다. 여러 국가들이 법안을 만들고 있지만, 국제 표준이 만들어진다는 느낌이 안 든다. 다들 자국 상황에 맞는 적당한 프레임을 만들어내고 있다. 우리도 우리에 맞는 프레임 만들어 가면서 조율하고, 고유 특징도 살리고 했으면 좋겠다. 우리가 앞서 있는 면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우리 스스로 만들어내야하는 어려움도 있다.

스스로 상황을 잘 분석해 고유하게 가져가는 것과 글로벌 표준을 따라가는 노력이 병행되면 좋겠다. 미국 CFT 선물위원과 대화를 하면서 "미국은 혁신을 잘하고, 유럽은 규제를 잘 하고, 아시아는 혁신을 기반으로 발전시키는 것을 잘한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새로운 프로토콜을 만드는 노력과 글로벌 표준을 따라가는 노력이 병행되면 좋겠다.

대담=김현기 대표 khk@techm.kr
정리=이성우 기자 voiceactor@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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