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가 출범 5주년을 맞았다. 테크M은 업비트 5주년을 맞아 그동안의 업비트 행보를 되돌아보고, 디지털자산 시대를 선도하고 있는 업비트의 향후 방향성과 계획에 대해 조망해본다. 최근 디지털자산기본법 등 법제화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업계 1위 사업자로서의 업비트가 나아가야할 길도 제언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출범 5년만에 韓 가상자산 거래 대중화 이끈 업비트...'개척'의 역사
②투자자 보호 '디딤돌' 마련한 선두주자 업비트...양질의 정보 제공 나섰다
③'테라-루나' 사태로 재조명된 거래소의 역할...업계 1위 업비트의 숙제는?
④크립토윈터 대비하는 두나무...'코인 벤처' 씨뿌리기 나섰다
⑤안방  최강자 업비트, 이제 글로벌로 간다...NFT로 글로번 진출 고삐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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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발생한 '테라-루나' 사태로 가상자산 시장은 말 그대로 '쑥대밭'이 됐다. 가치안정가상자산(스테이블코인) 대표주자로 불리며 한 때 시가총액 100조원을 넘기기도 했던 블록체인 프로젝트 '테라'가 한 순간에 '휴지조각'으로 전락하며 천문학적 규모의 피해를 야기했기 때문이다.

테라 사태의 불똥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로도 튀었다. 상장 심사 과정에서 사업구조의 위험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아 투자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다만 사태를 키운 근본적 원인은 법제도 부재에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민간 대응만으로는 '입법 공백'을 채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픽=디디다 컴퍼니 제작
/그래픽=디디다 컴퍼니 제작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수만은 없는 일.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자율적으로 상장심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 신뢰회복에 나서고 있다. 그 중심에 업계 1위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 업비트가 있다. 


5년간 방관하다 뒤늦게 나선 정부

테라-루나 사태는 가상자산 관련 법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는 사실을 일깨웠다. 법적 울타리가 부재한 상황에서 민간 대응으로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수년째 정부가 룰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목소리를 외면한 결과가 고스란히 투자자 피해로 돌아온 것.

그간 정부와 국회는 가상자산 관련 법제도 마련에 미온적 태도를 보여왔다. 일각에서는 법제도를 마련하면 정부가 공식적으로 가상자산을 인정한다고 비춰질까 우려하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이유야 어찌됐든, 정부가 가상자산 관련 제도 마련에 뒷짐을 지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래픽=디미닛
그래픽=디미닛

현재까지 가상자산과 관련된 법안은 지난 2020년 3월 국회를 통과, 지난해 3월 시행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이 유일하다. 그러나 특금법은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거래고객 실명확인, 의심거래 보고 등 자금세탁 방지에만 초점을 뒀다. 따라서 테라-루나 사태처럼 시장 질서가 무너지는 상황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실질적 관리감독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현 체계에서 가상자산은 금융당국 감독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피해에 대한 통계도 파악할 수 없을 뿐더러, 불법 및 불공정 행위에 대응할 방법도 없다. 이같은 '입법 공백'은 테라-루나 사태의 피해를 키운 가장 근본적 원인으로 꼽힌다.


"룰 만들어달라" 수차례 외쳤지만...

거래소 입장에서는 테라-루나 사태로 손가락질을 받는 것이 억울할테다. 사실 거래소들은 그동안 수차례 룰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해왔다. 특히 두나무가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지난 5년 간 이석우 두나무 대표는 블록체인 업계 의견을 끊임없이 정부와 국회에 전달하며 법제도 마련을 위해 노력해왔다.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정무위원회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도 업계 대표들 중 유일하게 증인으로 참석해 법적 기반 구축을 호소했다.

그는 국정감사에서  "규칙이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나름대로 공정하고 투명하게 투자자 보호 조치를 했다. 객관적인 기준이 빨리 정해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법적 제도를 마련해 달라. 지난 5년간 법적제도를 만들어달라고 말했다"고 호소했다.

이미 소는 잃었지만, 그래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테라-루나 사태를 계기로 당정은 제도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가상자산 관련 법안 8건과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4건, 특금법 개정안 2건 등 총 14개 법안이 발의돼있다. 금융위원회 또한 지난 8월 민간 전문가, 관계 부처 등으로 구성된 '디지털 자산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방향성 및 내용을 논의 중이다.

이석우 두나무 대표가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했다. /사진=이성우 기자
이석우 두나무 대표가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했다. /사진=이성우 기자

다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추진 중인 디지털자산기본법이 규제에만 치중되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업계 목소리를 반영해 산업 진흥을 위한 내용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분석이다.

김형중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산업 진흥 내용을 담으려면 업계 목소리를 반영해야 하는 것은 물론, 향후 계획에 대한 마스터 플랜이 있어야 한다"며 "이같은 과정없이 법안에만 집중하게 되면 비합리적 '그림자 규제'가 생기고, 결국  반쪽자리 법안으로 전락해 키워야할 산업을 놓치게 된다"고 말했다.


'업계 1위'라는 무게감...'신뢰 회복' 숙제 떠안은 업비트

테라-루나 사태로 투자자들은 거래소를 향해 '쓴소리'를 내뱉었다. 상장 심사 당시 루나가 가진 사업구조의 위험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로 거래소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것은 분명하다. 업계 1위 사업자인 업비트에게도 '신뢰 회복'이라는 큰 숙제가 떨어진 셈이다. 

업비트는 테라-루나 사태로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본 사실에 대해 도의적 책임을 느끼고, 루나 거래에서 발생한 수수료 66억원 전액을 투자자 보호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에서 의견을 수렴했으며 ▲단기(루나·테라 사태 백서 발간) ▲중기(디지털 자산 범죄 피해자 구제 활동에 기부) ▲장기(디지털 자산 시장 모니터링 센터 설립) 계획을 수립했다.

먼저 테라-루나 사태가 발생한 원인과 과정을 상세히 분석·정리한 백서를 연내 제작하고 공개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테라폼랩스 등 발행 주체 활동과 국내외 거래소 대응 등이 담긴다. 이를 통해 사태를 종합적으로 복기하고, 향후 예방책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또 루나 수수료 중 약 30억원 가량을 공익 단체에 기부해 보이스피싱, 사기와 같은 범죄로부터 피해를 입은 투자자를 구제하는데 활용할 계획이다. 아울러 안전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 내년에 '디지털 자산 시장 모니터링 센터'를 세우고, 블록체인 상에서 이뤄지는 이상흐름(이상 트랜잭션)을 탐지하고 공개하는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업비트에서 제공 중인 '업비트 케어 프로그램'/사진=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 홈페이지
업비트에서 제공 중인 '업비트 케어 프로그램'/사진=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 홈페이지

국가적 기준이 제시되기 전까지 민간 주도 자율규제 및 투자자 보호 활동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는 업계 선두인 업비트의 행보에 많은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이미 업비트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다양한 활동과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설립한 '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와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다양한 투자정보와 지식 콘텐츠를 전달하는 것은 물론, '업비트 케어' 프로그램으로 심리 및 법률 상담도 지원 중이다. 그러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가 이에 그쳐선 안된다. 

이석우 대표는 업계 1위 자리를 지키는 핵심 경쟁력으로 투명성과 안정성을 꼽았다. 그는 "항상 해왔듯 투명성과 안정성, 고객보호가 가장 중요한 책무"라며 "어느 거래소 또는 경쟁자가 등장해도 우리의 핵심 경쟁력이 세 가지 요소인 만큼, 초심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번 무너진 믿음을 다시 회복하는 건 몇 배는 더 어렵다. 루나 거래 수수료만으로는 부족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미 걸어왔던 길이다. 가상자산 거래소를 믿고 자산을 투자해도 되냐는 의문이 팽배하던 시절, 업비트는 생태계 활성화·공정한 투자환경 조성 등에 주력하며 이미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은 바 있다. 안정적 시장 기반을 다지기 위한 노력은 계속 돼야 한다.

김가은 기자 7rsilver@te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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