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파이낸스센터에 위치한 구글코리아 업무공간/사진=구글코리아 제공
서울 강남 파이낸스센터에 위치한 구글코리아 업무공간/사진=구글코리아 제공

장애를 지닌 사람들은 일반적 업무공간에서 비장애인들과 함께 일하기가 힘들다. 시각을 잃은 경우 벽이나 책상 모서리에 부딫히거나 여닫이문에 끼이는 일이 비일비재할 뿐만 아니라 점자가 마련돼있지 않아 길을 잃기도 한다. 휠체어를 탄 사람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공간이 좁아 이동이 어렵고, 층마다 장애인 화장실이 구비돼있지 않아 먼 길을 떠나야만 한다.

27일 구글코리아는 서울 강남 파이낸스센터에서 '유니버설 디자인'을 적용해 새롭게 꾸민 본사 사무공간을 공개하고 다양성, 포용성을 중심으로 한 기업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누구나 제약없이, 편안하게, 자유롭게

유니버설 디자인은 연령, 성별, 국적, 장애 유무 등에 관계없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디자인 원칙이다. 누구에게나 좋은 일터를 만들어 개인의 배경과 특성으로 인해 위축되는 구성원이 없도록 하는 점이 골자다. 이를 통해 강점과 역량을 100%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점이 목표다.

새로운 사무공간은 ▲공평한 사용 ▲사용의 유연성 ▲간단하고 직관적 사용 ▲쉽게 인지 가능한 정보 ▲실수를 감안한 설계 ▲적은 물리적 노력 ▲접근과 사용을 위한 충분한 공간 등 유니버설 디자인의 주요 원칙을 반영해 설계됐다. 

서울 강남 파이낸스센터에 위치한 구글코리아 업무공간/사진=구글코리아 제공
서울 강남 파이낸스센터에 위치한 구글코리아 업무공간/사진=구글코리아 제공

공간 내 모든 안내표시에는 글자 뿐만 아니라 점자가 함께 병기돼있다. 또 바닥에는 점자 보도블록이 설치돼 시각장애를 지닌 직원도 길을 잃지 않는다. 또한 사무실 내 모든 복도는 180cm 간격을 유지하고 있으며, 슬라이딩 도어 또는 자동문을 설치해 휠체어가 쉽게 이동 가능한 환경을 조성했다. 

가구와 집기, 스위치 위치도 모두가 손이 닿는 위치에 설치됐다. 무엇보다 중요한 안전에도 심혈을 기울인 흔적이 가득하다. 사무실 내 모든 벽과 책상 모서리는 '둥글둥글'한 곡면으로 처리됐다. 책상은 모두 전동으로 높이를 조절할 수 있으며, 싱크대 하단에 깊이 차이를 둬 휠체어를 탄 상태에서도 손이나 텀블러 등을 씻을 수 있다. 아울러 층마다 장애인 화장실도 확보했다.


공존을 위한 고민은 '끝이 없는 마라톤'

장애를 지닌 채 살아가면서 겪은 경험담을 공유한 참석자들은 '유니버설 디자인'을 포함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공존하는 문화가 자리잡기 위해서는 끝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47만 유튜버 '위라클'은 "8년 전 낙상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되기 전에는 유니버설 디자인에 대해 관심도 없었고 몰랐다" 며 "그러나 사고 이후 살아보니 우리 사회가 이동 약자, 사회적 약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구글이 이같은 사무실을 공개하는 건 대중과 일반 기업들에게 장애 인식 개선을 위한 앞으로의 방향을 제시하는 데 있어 매우 큰 의미가 있다"며 "향후 다양한 산업 및 기업 내에서 장애 포용적 문화와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된 업무환경이 더 많이 조성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왼쪽부터) 서이노 구글코리아 엔지니어, 민혜경 구글코리아 인사 총괄, 유튜버 위라클/사진=김가은 기자
(왼쪽부터) 서이노 구글코리아 엔지니어, 민혜경 구글코리아 인사 총괄, 유튜버 위라클/사진=김가은 기자

구글코리아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 서인호 씨는 "시각장애인 관점에서 보면 회의실이나 담당자 책상을 찾는데 있어 정보가 굉장히 중요한데, 이번 사무공간에는 기본적으로 읽기 쉬운 보편적 위치에 점자가 붙어있다"며 "다만 이는 시각 장애인으로써의 입장이고, 향후 다양한 장애를 지닌 사람들의 니즈도 반영돼야 하기 때문에 많은 얘기를 들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혜경 구글코리아 인사 총괄은 "구글은 직원들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모두가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포용적 환경에서 더욱 성장하길 바란다"며 "이번에 새롭게 준비된 사무실은 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각자의 잠재력을 기반으로 인정과 주목을 받을 수 있도록 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양성을 주제로 한 동아리 활동,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지닌 직원을 위한 보조기구,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 등 많은 고민과 활동을 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아직 가야할 길은 너무 멀고, 이것이 끝이 없는 마라톤인 만큼 이런 피드백들이 편안하게 나올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부연했다.


김가은 기자 7rsilver@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