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겉핥기식 IP 실사만으로는 기업 IP 리스크를 알아내는 데 어려워
최근 5년 동안 무효심판이 청구된 특허 중 약 47% 무효 심결 받아
기술 기업에 대한 M&A에서는 IP 실사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커
기술 경쟁 치열한 분야 M&A 경우 비침해 실사 확실하게 할 필요

길세영 님 / 캐리커처=디미닛
길세영 님 / 캐리커처=디미닛

중요성에 비해 등한시되는 IP 실사

기업 인수합병(M&A) 과정의 기업 실사(Due Diligence)에서는 인허가·자산·부채·인사노무·소송·영업·계약 등 사업을 구성하는 중요 항목을 점검합니다. 지식재산권(IP)도 중요한 실사 항목 중 하나이지만, IP에 대한 실사는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식재산권 보유 목록을 체크하거나 직무발명 또는 실시권(라이선스) 계약을 점검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는데, 이 정도 수준의 IP 실사만으로는 기업의 IP 역량을 평가하고 리스크를 진단하기에 턱없이 부족하고, IP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사업 환경에도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수박 겉핥기 식의 IP 실사만으로는 어떤 기업이 가지고 있는 IP 리스크를 알아내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IP의 권리 상태와 계약 현황을 점검하는 IP 일반 현황 실사를 넘어서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IP 포트폴리오가 해당 기업의 제품·서비스를 잘 뒷받침하고 있는지에 대한 실사,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IP가 유효한지에 대한 실사, ▲기업의 타인의 IP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지에 대한 실사가 필요합니다.

다만, 예산과 시간은 제한돼 있고 효율성도 중요하므로 기업이 처한 상황에 맞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합니다.  아래 두 가지 중요 IP 실사 항목을 소개해 드립니다.


IP 유효성(Validity) 실사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IP는 저작권·영업비밀과 같이 별다른 심사나 등록 없이 발생하는 것과 특허·디자인·상표와 같이 특허청의 심사를 거쳐 등록을 받아야만 발생하는 것으로 나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발생한 권리는 완전무결한 권리가 아닙니다. 

특히 특허청의 심사를 거쳐 등록된 특허, 디자인 및 상표는 나중에 무효사유나 취소사유가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지면 제3자 또는 이해관계자의 신청에 의해 얼마든지 무효 또는 취소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무효심판이 청구된 특허 중 약 47%가 무효 심결을 받고 있습니다.

특허침해 분쟁 상황에서 특허권자가 상대방에게 특허침해 주장을 하면 그 상대방은 특허권자의 특허를 무효시키기 위한 무효심판을 청구하게 됩니다. 특허권자가 자신의 특허를 믿고 주장했다가 오히려 그 특허만 무효로 되는 상황도 종종 발생합니다. 따라서, 기업이 가진 IP가 유효한지를 정확하게 점검하는 것은 그 기업이 IP에 근거한 독점력을 실제로 가지고 있는지를 평가하기 위해 필요합니다.


비침해(Non-Infringement) 실사

특허 등록과 특허 침해는 서로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에, 기업이 판매하고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타사의 IP를 침해하는 것과 그 기업이 IP를 보유하고 있는 것은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라도 그 기업이 타사의 특허를 침해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경쟁이 치열한 분야일수록 그럴 확률이 높아지며, 전 세계적으로 다수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인 삼성전자, 애플 등 글로벌 대기업이 수많은 특허침해 소송을 당하는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어떤 기업의 주력 제품·서비스·기술을 큰 금액을 주고 사들이는 M&A를 결정함에 있어서, 그 기업의 주력 제품·서비스·기술이 누군가의 특허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점검하는 과정을 건너뛰는 것은 굉장히 안이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기술 경쟁이 치열한 분야에서 M&A를 할 경우에는 비침해 실사를 확실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무적으로는 주요 시장(국가)과 주요 경쟁자를 타깃으로 삼아서 특허 침해 가능성을 점검하는 분석을 수행하는데 이를 FTO(Freedom To Operate) 분석이라고도 합니다.


기술 기업에 어울리는 IP 실사 필요

IP 실사가 모든 M&A에서 똑같이 중요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기술 기업에 대한 M&A에서는 IP 실사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우선, 양수인은 제대로 된 IP 실사를 통해 인수 대상 기업이 가지고 있는 IP 리스크를 점검할 수 있고 나아가 협상의 근거를 마련할 수도 있습니다. 한편, 양도인은 IP 실사를 준비하면서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IP를 점검하고 그에 기초하여 기업 가치를 제고하는 기회를 만들 수 있습니다.

IP 실사의 중요성이 널리 인식돼 양수인과 양도인이 IP 관련 리스크를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기를 기대합니다.

글=길세영
정리=김현기 기자 khk@techm.kr


<Who is> 길세영 님은?
특허법인 세움의 파트너 변리사다. 제44회 변리사시험에 합격했다. 주요 업무는 IT기업의 특허 포트폴리오 구축, 특허 분쟁 대응, IP 전략 자문이다. 한국발명진흥회 지식재산경영인증 심사위원, 재단법인 홍합밸리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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