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지만 권리자 승소율 낮고 손해배상액 크지 않아
권리자에게 과도한 입증책임 부여시 지식재산 보호 더 어려워질 수도
소송대리인·법원·특허청, 제도 안착과 성공적인 운용을 위한 노력 필요
특허권자, 특허권을 통해 충분히 보호받기 위한 조치 스스로 행해야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
지난 2019년 특허법 개정을 통해 일명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도입되면서 법원은 타인의 특허권 또는 전용실시권을 침해한 행위가 고의적인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그 침해로 인한 손해로 인정된 금액의 3배까지 손해배상액을 정할 수 있게 됐습니다(특허법 제128조 제8항). 해당 제도의 도입을 통해 특허 침해로 손해를 입은 권리자를 두텁게 보호하고, 특히 대기업이나 글로벌기업으로부터 중소기업의 특허권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2020년, 상표·디자인 침해에 대해서도 최대 3배 손해배상이 가능한 법 개정이 이뤄졌습니다. 나아가 특허침해죄가 친고죄에서 반의사불벌죄로 바뀜에 따라 특허권자의 고소가 없어도 직권수사가 가능하게 됐습니다.
이렇게 지식재산권(특허권, 상표권 및 디자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획기적인 입법이 연달아 이뤄졌지만, 아직까지 현실에서 큰 변화를 찾아보기는 어렵습니다.
판단과 적용의 모호함
특허법 제128조 제9항에는 고의적인 특허 침해로 인해 입은 손해에 대한 배상액을 판단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침해자의 우월적 지위 ▲고의 또는 손해 발생의 우려를 인식한 정도 ▲권리자가 입은 피해 규모 ▲침해자가 얻은 경제적 이익 ▲침해행위의 기간 및 횟수 ▲침해행위에 따른 벌금 ▲침해자의 재산상태 ▲침해자의 피해구제 노력의 정도를 고려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그런데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에서 가장 중요한 '고의'를 어떤 기준에 따라 판단할지 어떤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할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규정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무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 사건에 대한 판례가 충분히 쌓이기 전까지는 고의 침해 판단과 손해배상액 산정에 대한 예측이 어려울 것이라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고의 침해를 부정한 사례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권리자의 고의 침해 주장을 배척하면서 침해자가 권리자의 특허발명의 실시한 제품을 납품받은 일이 있다고 해 그 제품에 관해 권리자가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었음을 당연히 알았다고 보기는 어렵고, 권리자가 과거에 홈쇼핑에 방영한 광고영상에 특허권에 관한 언급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습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5. 27. 선고 2020가합505891 판결).
상품의 존재가 특허의 존재와 바로 연결되는 게 아니므로, 고의 침해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유선으로든 서면으로든 침해자에게 경고를 할 필요가 있다는 시사점을 남긴 판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도 안착을 위한 과제
특허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외국과 달리 특허침해소송에서 권리자의 승소율이 낮고 손해배상액도 크지 않습니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위와 같은 문제를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첨단기술의 기반이 되는 지식재산권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고, 사회적 효용이 확대되는 선순환을 만든다는 점에서 크게 환영받을 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고의 판단 요건을 지나치게 엄격히 해석하거나 권리자에게 과도한 입증책임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운용된다면, 입법 취지와는 다르게 특허를 통한 지식재산 보호가 더욱 어려워지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소송대리인·법원·특허청 모두에게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의 안착과 성공적인 운용을 위한 노력이 요구됩니다. 또한, 특허권자 역시 침해자에게 적극적으로 서면 경고를 하고 제품에는 특허번호를 명확하게 표시하는 등 특허권을 통해 충분히 보호받기 위한 조치를 스스로 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글은 아래 문헌을 참고했습니다.
윤영진(2020),특허법상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에 있어서 법원의 재량권 행사에 대한 고찰,서울대학교기술과법센터
글=길세영
정리=김현기 기자 khk@techm.kr
<Who is> 길세영 님은?
특허법인 세움의 파트너 변리사다. 제44회 변리사시험에 합격했다. 주요 업무는 IT기업의 특허 포트폴리오 구축, 특허 분쟁 대응, IP 전략 자문이다. 한국발명진흥회 지식재산경영인증 심사위원, 재단법인 홍합밸리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