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디디다 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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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제 홀로세가 아닌 인류세(人類世)에 살고 있습니다."

파울 크루첸은 2000년 2월 지구환경 관련 국제회의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크루첸은 네덜란드의 대기화학자로, 1995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습니다. 그가 주장한 인류세는 새로운 지질시대 개념으로, 인류가 사상 처음으로 자연을 지배하고 변형시키는 시대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인류세 공식화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될 예정입니다. 현지시간 17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인류세워킹그룹(AWG)은 최근 인류세의 세부 내용을 정하기 위한 내부 투표에 돌입했습니다. 12개국 과학자 34명으로 이뤄진 AWG는 2010년부터 인류세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인류세가 도래했다는 것에 저명한 지질학자들이 동의한다"며 "AWG가 인류세의 공식화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라고 했습니다.

AWG는 올해 안으로 '황금 스파이크'를 선정할 계획입니다. 황금 스파이크는 지구 환경의 변화, 기준 물질 등 해당 시대를 설명하는 데 가장 적합한 장소를 말합니다. AWG는 2019년 후보지 12곳 중 최종 후보 9곳을 선별했습니다. 9곳에는 캐나다 온타리오에 위치한 크로포드 호수와 일본 규슈섬 벳푸만, 미국 캘리포니아주 시어스빌 호수 등이 있습니다. 또한 AWG는 이달 초 '세(epoch)', '절(age)' 등 인류세의 단위에 대한 투표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AWG는 내년 봄쯤 투표 결과를 공개해 권고안을 최종 완성할 예정입니다. 권고안이 최종 완성될 때까지 투표 결과와 향후 진행할 투표 내용은 공개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WG는 완성된 권고안을 지질학 위원회 3곳에 제출하고 인류세 공식화에 대한 판단을 받게 됩니다. 이때 각 위원회에서 60% 이상의 승인을 얻어야 합니다. 

한편 AWG는 2019년 인류세의 시작점을 1950년대로 정하는 데 합의했습니다. 해당 시기는 전세계 인구가 25억 명에 달하고, 인류가 온실가스 배출을 비롯해 지구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 시점입니다. AWG 위원장인 콜린 N 워터스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1920년대라면 '인류가 영향을 행사하기에 자연은 너무 거대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그런 관점이 완전히 뒤집혔다"고 말했습니다.

과연 인류세가 공식화될지 무척 기대됩니다. 

자료=미디어뱀부
정리=김현기 기자 khk@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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