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사진=삼성전자

지난해 다양한 대외 악재에도 불구하고 잘 버텨온 삼성전자 실적이 4분기 결국 '어닝쇼크'를 맞이했다. 주력 사업인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 하락이 예상보다 가팔랐고, 스마트폰, 가전 등도 경기 침체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6일 삼성전자는 2022년 4분기 연결기준 매출 70조원, 영업이익 4조3000억원을 기록했다고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8.83%, 영업이익은 69% 감소한 수치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5조원 아래로 떨어진 건 2014년 3분기 이후 8년여 만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매출 72조7531억원, 영업이익 6조9254억원 수준으로, 실제 실적은 이를 크게 밑돌았다.

삼성전자의 2022년 누적 매출은 301조7700억원으로 사상 최초로 연 매출 300조원을 돌파했다. 연간 영업이익은 43조37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6% 감소했다.


경기침체 우려에 반도체 수요 급감…스마트폰·가전도 부진

이번 실적 부진은 반도체 부진 여파가 큰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 등 대외환경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반도체 산업 주기가 다운사이클로 진입하면서 주력 사업인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전자기기 소비가 부진해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감한 데다, 고객사의 재고 조정까지 겹친 탓이다.

삼성전자는 실적 설명자료를 통해 "메모리 사업은 글로벌 고금리 상황 지속 및 경기 침체 전망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우려로 고객사들이 긴축재정 기조를 강화하며 전반적인 재고조정 영향으로 4분기 구매 수요가 예상 대비 대폭 감소했다"며 "또 공급사들의 재고 증가에 따른 재고소진 압박 심화로 가격이 분기중 지속 하락해 가격 하락폭도 당초 전망 대비 확대되며 실적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 사진=삼성전자

증권가에 따르면 4분기 영업이익은 1조원 중반대로 추정됐으나, 이날 잠정실적이 전망치를 크게 하회하며 이 마저도 달성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와 더불어 소비 침체 여파로 스마트폰 사업 영업이익도 전분기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줄고, 가전 역시 손익분기점을 겨우 넘어선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 측은 "MX사업부의 경우도 매크로 이슈 지속에 따른 수요 약세로 스마트폰 판매와 매출이 감소하며 이익이 감소했다"며 "가전 사업은 시장 수요 부진과 원가 부담이 지속되며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한파' 이어진다…감산 여부 주목

증권가에선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도체 부문의 한파가 짧아도 올 상반기까진 이어지며 분기 영업적자까지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D램(PC향 범용제품 기준) 고정거래가격은 2.21달러로 3개월 전인 지난해 9월(2.85달러)보다 22.46% 급락했다. 같은 기간 낸드플래시 고정거래가격도 4.14달러로 3.73% 떨어졌다. 1년 전인 2021년 12월과 비교하면 D램 가격은 40%, 낸드플래시 가격은 14% 하락한 수치다.

이 같은 가격 하락세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1분기 PC용 D램·낸드플래시 가격이 전 분기 대비 10~15%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고, 수출입은행은 연간 기준 D램 평균 가격이 전년 대비 35%, 낸드플래시 평균 가격은 11%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예상보다 강한 혹한기에 감산을 택할 지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회사 측은 "인위적인 감산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수요회복 시기를 대비해 투자를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경쟁사들이 모두 감산에 나서고 있는 만큼, 향후 차별화된 성장을 노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다만 예측보다 실적 부진이 큰 만큼 입장을 선회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KB증권은 삼성전자가 실적 개선을 위해 올해 메모리 설비투자를 기존 계획대비 15% 축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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