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한파를 뚫어낼 '핵심키'로 꼽혀온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인텔 4세대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 이른바 '사파이어 래피즈'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에 출시된 사파이어 래피즈는 인텔이 선보인 첫번째 DDR5 지원 제품이다. 출시 일정이 지연된 만큼 쌓여있는 서버 교체 대기 수요로 인해 출시에 따른 효과가 즉각 나타날 것으로 시장에서는 판단 중이다. 특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국내외 주요 사업자들이 수익성 반등을 꾀할 수 있는 변곡점이라는 점에서 중요도가 남다르다.
11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나승주 인텔코리아 한국 데이터센터 영업총괄 상무는 "인텔 사파이어 래피즈는 DDR5를 지원하는 첫번째 제품"이라며 "거의 모든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제온 프로세서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DDR5 시장 또한 사파이어 래피즈 확대에 달려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성능부터 에너지 효율까지 '초격차'
사파이어 래피즈는 서버용 CPU 점유율 대다수를 차지하는 인텔이 약 2년만에 내놓은 데이터센터용 프로세서다. 인텔 7공정 기반으로 4개 타일을 'EMIB' 패키징 기술을 통해 결합해 DDR5를 통한 메모리 대역폭이 크게 향상됐다. 또한 PCle 5.0과 'CXL(Compute Express Link) 1.1 인터커넥트'를 통해 더 넓은 I·O 대역폭을 지원한다.
특히 인공지능(AI), 데이터 분석, 네트워킹, 고성능컴퓨팅(HPC) 등 주요 워크로드 성능을 대폭 높여주는 점이 특징이다.
비결은 내장 가속기다. 사파이어 래피즈는 현존하는 CPU 중 가장 많은 12개 가속기를 탑재했다. 이를 통해 기본 컴퓨팅 성능은 53%, AI추론과 학습 성능은 최대 10배 이상 향상시킨다. 뿐만 아니라 5G 네트워크 및 가상화 기지국(VRAN) 워크로드는 최대 2배, 네트워킹·스토리지 성능도 최대 2배 이상 끌어올린다. HPC이 경우 최대 3.7배 높은 성능을 구현한다.
워크로드 처리에 필요한 필요 전력량은 크게 줄었으며, 비용 절감 효과도 구현했다. 사파이어 래피즈는 전작 대비 평균 2.9배 더 높은 와트당 성능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전력 최적화 모드에서 성능 손실없이 최대 70와트 낮은 전력으로 구동가능하다. 아울러 52~66% 더 낮은 총소유비용(TCO)를 제공한다. TCO는 구매비용과 자산 소유기간 동안의 운영비용을 모두 합친 금액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소프트웨어(SW), 하드웨어 구매, 운영에 소요되는 모든 비용의 총액인 것이다.
이번 모델에 탑재된 가속기는 ▲2D 타일 작업으로 AI추론과 학습 기능에 최적화된 '어드밴스드 매트릭스 익스텐션(AMX)' ▲빠른 암호화와 대규모 데이터 압축을 지원하는 '퀵어시스트(QAT)' ▲워크로드 실행 시 여러 코어에 자원을 분배해 성능을 높이는 '다이내믹 로드 밸런서(DLB)' ▲메모리 저장·압축 등을 지원해 데이터베이스(DB) 성능을 높이는 '인메모리 분석 가속기(IAA) ▲데이터 이동 속도를 높이는 '데이터 스트리밍 가속기(DSA)' 등이다.
눈에 띄는 점은 이같은 가속기를 고객 니즈에 따라 맞춤형으로 사용 가능하도록 '온디맨드' 방식을 채택한 점이다. 즉, 사파이어 래피즈를 사용하다 갑자기 높은 성능이 요구되는 시점이 찾아오면 인텔과 협력 중인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CSP), 하드웨어 벤더를 통해 가속기를 추가로 탑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나 상무는 "오늘날 고객 요구는 다양하고, 시시각각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온디맨드로 가속기를 제공하게 되면 높은 성능이 필요한 특정 워크로드에 더 빠른 대처가 가능해져 유연성과 성능 확장성이 엄청나게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보안성 또한 강조됐다. 특정한 데이터를 보호하는 것을 넘어 생산부터 배송, 탑재까지 전 라이프사이클에 이르는 보안 기능을 설계할 때부터 염두에 두고 개발했다는 의미다. 현재 인텔은 ▲인텔 SW 가드 익스텐션 ▲인텔 크립토 액셀러레이션 ▲인텔 토탈 메모리 암호화 ▲인텔 플랫폼 펌웨어 레질리언스 등 보안 솔루션을 제공 중이다.
나 상무는 "여러 보안 전문가들과 함께 전 라이프사이클에 걸쳐 보안을 이루는 기술을 제공 중"이라며 "공장에서 칩이 생산되는 시점부터 유통, 설치 등 과정을 모니터링해 변조나 바이러스 등을 대비해 무결성을 이루고 있다"고 강조했다.
차세대 반도체 출시도 문제없다
인텔은 지난 4분기 사파이어 래피즈를 생산해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클라우드(GCP), 시스코, 클라우드데라, 델테크놀로지스, 후지쯔 등 대형 CSP사들에 이미 납품을 완료했다. AWS는 '아마존 EC2' 포트폴리오에, 시스코는 최신 7세대 UCS C시리즈와 X시리즈 서버 제품군에 도입했다.
사파이어 래피즈에 이어 인텔은 줄줄이 새로운 반도체 칩을 선보일 예정이다. 당장 올해 말 인텔은 차세대 반도체 칩 '에메랄드 래피즈'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후에는 '그래나이트 래피즈'를 선보인다. 특히 내년에는 '에피션트 코어(E-코어)'를 사용하는 첫번째 제품 '시에라 포레스트'를 공개한다.
E코어는 백그라운드 작업을 처리해 성능 효율을 끌어올리는 기술이다. 시에라 포레스트는 클라우드 네이티브 개발을 지원하도록 설계됐으며, 하이퍼스케일(글로벌 데이터센터 업체)에서 원하는 높은 와트당 전력 효율성과 고집적 환경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나 상무는 "에메랄드 래피즈는 올해 말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며 문제없이 잘 진행되고 있다"며 "그 다음 공개될 그래나이트 래피즈, 시에라 포레스트 등도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김가은 기자 7rsilver@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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