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에 깜짝 놀란 가정이 한둘이 아니다. 전기, 가스, 난방 등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지난해보다 에너지 가격이 30% 이상 올랐고, 12월 이상 한파로 예년보다 유난히 추운 기후 탓에 값비싼 청구서를 받게 되었다.
문제는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에너지 물가 상승분이 아직 다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갑자기 뛰어오른 청구서가 일회성으로 그칠 이벤트가 아니라는 점이다. 앞으로 더 값비싼 청구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급등한 에너지 물가로 취약계층과 정부 지원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중앙부처와 지자체에서는 다양한 재정지원 방안들을 내놓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늘어가고 있는 이상기후 현상과 국제정세를 고려할 때, 근원적인 문제해결이 필요하다.
탄소배출의 원흉, 도시
탄소배출을 부문별로 살펴보면, 발전, 산업, 수송, 건물 등의 순으로 탄소를 배출하고 있지만, 공간의 측면에서 살펴본다면 에너지 소비가 집중된 도시가 탄소배출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도시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소비하는 철강, 시멘트 등의 건설재료는 대표적인 에너지 집약 산업 부분에 해당하고, 도시가 성장하면서 발생하는 건물과 교통·물류 등의 에너지 소비도 대표적인 탄소 배출원에 해당한다. 나아가 도시가 쇠퇴하면서 노후화된 인프라의 에너지효율 감소와 폐기물 배출 등의 문제도 탄소배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부는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 발표 이후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환경부 등에서 각 부문별 탄소중립 기술 개발을 위해 로드맵을 수립하고 중점적인 연구개발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반면, 공간적인 측면에서 국토·도시·지역 차원의 탄소중립 대응은 다소 미흡하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발표하면서 건물 부문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제안하고 도시·국토 등 지역 단위의 탄소중립 계획 수립과 이행의 필요성을 제시한 수준이다.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거주하면서 온실가스 배출, 폐기물, 에너지 등 글로벌 환경 문제의 중심지가 되고 있는 도시는 탄소중립을 위한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탄소중립도시 구축을 위한 기술혁신
도시의 탄소배출 저감과 관리를 위해서 기술 개발도 중요하지만, 지역 환경에 알맞은 기술개발과 현장 실증을 통한 검증 과정이 필요하다. 2020년 정부는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하면서 도시의 저탄소화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핵심 과제로 선정했다. 예전부터 추진해 온 친환경 도시, 지속 가능한 도시, 스마트도시, 스마트 그린도시 등의 아젠다가 탄소중립 도시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며 여전히 혁신 기술의 실현을 위한 규제 개혁과 완화의 필요성을 요구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야기된 국제 에너지 시장의 변동성으로 오늘 값비싼 난방비 청구서를 받았다. 작금의 난방비 폭탄 문제가 급등한 에너지 가격 문제로 이슈화되기보다는, 그동안 값싼 에너지를 무분별하게 사용한 우리의 에너지 소비 행동을 다시 한번 돌이켜 보고, 기후변화로 앞으로 늘어나고 쌓이게 될 청구서를 효율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혁신의 장을 하루빨리 실현할 수 있도록 움직여야 할 시기다.
글=손민수 박사
정리=남도영 기자 hyun@techm.kr
<Who is...> 손민수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사
손민수 박사는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지역정보전공 BK조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으로 남북한인프라특별위원회 한반도인프라협력팀 팀장을 맡고 있다. 위원회에서 북방(북한) 인프라 특화기술 개발과 한반도 인프라 연계 전략 수립에 대해 연구와 환경부 국가연구개발사업으로 ‘AR6 기반 기후변화 적응사회를 위한 통합(사회·경제·기후·정책 연계)시나리오 및 SDGs 평가기술’ 개발 연구 책임을 맡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공간 집중에 대한 경제 및 불경제효과, 지속가능한 정책·계획·기술의 가치평가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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