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CAC 센터장 겸 이사회 의장 /사진=카카오 제공
김성수 CAC 센터장 겸 이사회 의장 /사진=카카오 제공

 

김성수 카카오 의장이 지난해 공표한 '계열사 30여개 축소' 작업이 목표치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사 사업을 하는 계열사를 모기업에 흡수합병하면서 몸집 줄이기에 나섰지만, 해외 사업을 확장하면서 소규모 기업이 지속 편입됐기 때문이다.

22일 카카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카카오 국내 계열사는 총 127개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1개 줄어들었다. 해외 계열사를 포함하면 175개로, 같은 기간 19곳 가량 줄어들었다. 지난해 카카오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가 계열사 효율화 작업을 공표하며 몸집 줄이기에 나선 결과로 보인다.

다만 목표치엔 미치지 못했다. 김성수 카카오 의장은 지난 4월 "올해 연말까지 30~40개 정도를 줄여 100여 개의 계열사만 남길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그는 "계열사 간 시너지 확대와 경영 효율화, 골목 상권 침해 논란 등을 고려해 그룹 차원의 가이드라인을 갖고 계열사를 정리해나가고 있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핵심 계열사 매각 등 대대적 개편이 이뤄지지 않는 한 현실적으로 계열사 축소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계열사 축소 목적이 '골목상권 탈피'에 있는 만큼, 카카오가 글로벌 사업으로 콘텐츠나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확장해 나가기 위해선 전략적 투자나 인수가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지난해 계열사 면면을 살펴보면 신규 법인인 카카오헬스케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엔터테인먼트나 게임 등 콘텐츠 사업 영향력 강화를 위한 편입이 주를 이뤘다.

최근엔 SM엔터 인수도 추진하고 있어 계열사 축소 작업은 속도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점쳐진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카카오가 인수에 나선 기업은 상당수가 글로벌 사업 확장을 위한 콘텐츠 제작사"라며 "계열사 통합도 중요하지만 해외 사업 확대를 위한 투자도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했다.

또 계열사 매각 카드를 꺼내들 경우, 파트너사와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와 노조 등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실제 지난해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을 추진했으나 노조와 택시업계, 대리운전업계 등의 거센 반발로 계획을 철회했다.

이에 골목상권과 관련된 내수 사업 줄이기 작업을 지속하되, 핵심 사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파트너사 인수·합병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성민 한국벤처창업 학회장은 "콘텐츠 기업의 인수합병(M&A)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기회를 선도하는 리더십을 확보하는 동시에 수많은 M&A 피인수 기업과 중소 협력 업체, 콘텐츠 작가들의 미래와도 직결되는 일"이라며 "M&A에 대한 규제는 국익, 경제력 집중, 사회 후생등 경제적 효과가 매우 큰 만큼 섣불리 적용하는 것보다는 합병 시 발생하는 효익을 중심으로 낙수 효과 등의 여러 효과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지난 1년 동안 30여개 회사가 흡수합병, 지분매각, 청산종결 등의 사유로 계열 제외됐으나 창작 생태계 확장과 K-콘텐츠 글로벌 확대를 위한 회사들이 계열 편입되며 사업보고서상 11개 계열사 순감된 것"이라며 "카카오는 계열사 통합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동시에 '비욘드 코리아', '비욘드 모바일' 이라는 비전에 부합하는 스타트업이 성장하고, 엑시트(자금회수)하도록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