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쩐'의 반격에 나섰다. 법원의 저지로 에스엠엔터테인먼트(SM엔터) 2대 주주로 올라서려던 당초의 계획이 실패하자 마침내 '공개매수 카드'를 꺼냈다. 일반 주주 주식을 주당 15만원에, 최대 35%까지 사들이겠다는 계획이다. 성공하면 카카오는 SM엔터의 최대 주주 자리에 오른다.
카카오는 SM엔터 경영권 인수를 통해 핵심 계열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성장시키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판단 아래 공개매수를 강행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카카오엔터의 기업공개(IPO) 성공까지 이끈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업계는 해석한다.
1.25조 투입하는 카카오...카카오엔터 키우기 '사활'
7일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공고에 따르면 양사는 이날부터 26일까지 SM엔터 주식을 주당 15만 원에 총 833만3641주 공개 매수한다. 이는 SM엔터 주식의 35%에 해당한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가 절반씩 나눠 매수한다. 총 인수 금액은 약 1조2500억 원 수준이다.
카카오가 '승자의 저주'에 대한 일각의 우려에도 SM엔터 공개매수를 강행하기로 한 건 카카오엔터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카카오엔터는 '멜론'을 중심으로 음악 사업을 키워왔다. 음원 유통 점유율은 35%를 기록하며 업계 1위를 달리고 있으나 글로벌 존재감이 아직 미미하다. 특히 멜론은 구독형 모델로, 카카오엔터에게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가져다주는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어 관련 사업의 확장이 늘상 중요한 경영 과제였다.
카카오엔터가 SM엔터를 품게된다면 아티스트 지식재산권(IP) 측면에서 30% 가량의 점유율을 추가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현재 카카오엔터는 '아이브'의 스타십엔터테인먼트, '아이유'의 이담엔터테인먼트, '에이핑크'의 아이에스티엔터테인먼트 등 레이블을 산하에 두고 있다.
또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울 수도 있다. SM엔터는 중국과 일본, 동남아시아 시장을 개척하며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예 기획단계부터 중국 공략을 염두에 두고 아티스트를 육성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했고, 2019년엔 전방위적 콘텐츠 유통을 위해 중국 텐센트 뮤직과 손잡은 바 있다.
카카오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현재 카카오는 해외 매출이 성장의 '핵심키'가 됐다. 카카오 해외 매출 비중은 20% 가량으로, 카카오엔터의 기여가 상당하다"라며 "다만, 매출의 상당부분이 웹툰·웹소설 등 '스토리 부문'에 집중돼있어, 추가적인 성장 동력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카카오엔터 곳간 사정 염두...향후 IPO에 쏠리는 눈
카카오는 카카오엔터의 곳간 사정을 고려해 목표 지분율의 절반씩을 나눠 매수키로 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카카오엔터의 연결 순차입금은 약 7899억원이고,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는 각각 70.0%, 25.0%다. 과거 대비 재무 레버러지 부담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콘텐츠 제작사, 제작·기획사에 지급한 선급금 규모가 늘어나고 북미의 웹소설·웹툰 플랫폼회사인 타파스와 래디쉬 인수에 7000억원 이상 투자한 탓이다.
또 카카오엔터는 올초 사우디아라비아 국부 펀드(PIF)와 싱가포르투자청(GIC)에서 1조154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는데, 이를 전부 SM엔터 인수에 투입하기엔 부담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중 8975억원 규모의 자금이 지난달 들어왔고 나머지는 7월에 납입된다. '타법인증권 취득자금'으로 분류된 자금은 5769억원으로, 이를 초과한 자금을 쏟으려면 투자자들과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엑시트(자금회수)도 고려해야한다는게 업계 해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엔터가 IPO를 준비하고 있어, 카카오의 등판은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게 시장의 반응이다. 카카오엔터는 상장 전 투자 유치(프리 IPO)도 성사시키며 차근차근 계획을 추진해 왔다. 매출의 60% 가량이 해외에서 발생하는 SM엔터는 카카오엔터 기업가치 증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카카오는 자사 플랫폼과 정보기술(IT)에 SM엔터 아티스트 IP를 더해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복안이다.
다만, 당초 예정 금액(주당 9만원)보다 66% 가량 높은 금액으로 공개매수에 나섰기에 카카오 주주들을 설득하는 절차도 필요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 이날 카카오 주가는 전일 대비 약 2.67% 하락한 6만19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각, SM엔터 주가는 14% 상승해 공개매수가에 근접했다.
하이브가 반격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증권가 시각이다. 현대차증권은 하이브가 추가로 공개매수를 실행할 경우 주당 최고 16만원까지 부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하이브는 1조 후반대가 최대 자금동원 능력으로 판단된다"라고 분석했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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