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크렘린궁(대통령 행정실)이 일부 직원들의 아이폰 사용을 금지했습니다.
현지시간 20일 모스크바타임스에 따르면, 크렘린궁은 이달 초 열린 세미나에서 국내 정책, 공공 프로젝트, 정보통신기술 및 통신 인프라 부서 소속 직원들에게 아이폰 사용 금지 방침을 내렸습니다. 폐기 기한은 이달 31일까지로, 해당 직원들은 다음달부터 자국에서 개발된 아브로라(오로라) 또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가 탑재된 스마트폰을 사용해야 합니다.
러시아 경제지 코메르산트는 "크렘린궁이 직원들에게 아이폰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또는 중국과 러시아의 휴대전화로 교체할 것을 요구했다"며 "이는 러시아 정부가 개발한 OS를 기반으로 모바일 생태계의 주권을 차지하고, 서구 기술로부터 국가를 분리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아이폰은 이제 끝났다"며 "버리든지 아이들에게 주든지 둘 중 하나"라고 전했습니다.
러시아의 이번 금지 조치가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됐다는 의견도 있었는데요. 이에 러시아의 니콜라이 미노로프 정치분석가는 "크렘린궁 직원들의 아이폰 사용 금지 조치는 비우호적 브랜드에 대한 거부가 아닌 순전히 보안 문제에 따른 것"이라며 "정보 유출 위험이 없는 곳에서는 여전히 아이폰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러시아 당국은 지난해 공무원들에게 자국에서 개발한 메시지 서비스와 화상회의 플랫폼을 이용하라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정치적 동기에 대한 의혹이 나온 것은 러시아 내부에 반미(反美) 정서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개됐는데요. 영상 속 그는 애플의 스마트워치인 애플워치와 아이폰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친러시아 우크라이나 선동가인 아나톨리 샤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러시아 정부가 나서서 미국산 스마트 기기 사용을 자제하는 분위기를 조성한 지 오래됐다"며 "세르게이 라브로프가 정부 방침을 어긴 것인지, 아니면 정부가 국민을 농락한 것이냐"라고 비판했습니다. 이번 아이폰 사용 금지 조치 이후로 크렘린궁이 어떠한 방침을 추가 발표할지 궁금합니다.
자료=미디어뱀부
정리=김현기 기자 khk@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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