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이 첩첩산중에 놓였다.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으로 접어들면서 이용자 이탈세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라이더 파업으로 신사업의 첫 시작부터 엇박자가 나오면서다. '팬데믹 시기의 폭발적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 속에서 사업 전략까지 꼬이자 사측의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동조합은 사측인 배달의민족(우아한청년들)과의 단체교섭이 최종 결렬돼 5월5일 어린이날 파업한다고 밝혔다. 비조합원을 포함해 약 3000명이 파업에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5월 1일 노동자의 날에 맞춰 규탄 집회와 오토바이 행진도 연다.
노조 측은 그동안 사측에 ▲기본배달료 3000원에서 4000원으로 인상 ▲전업 라이더 중심성 강화 ▲알뜰배달료 개선 ▲노조 활동 보장 등을 요구해왔다.
소비자 이탈 방지책을 속속 내세우고 있는 가운데 진행되는 파업으로, 사측의 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비대면 바람을 타고 폭발적으로 성장한 배달앱 성장세는 올해 한풀 꺾이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의 지난달 월간이용자수(MAU)는 1929만명으로, 전년동기대비 151만명 줄었다.
엔데믹 전환에 따뜻해진 날씨로 야외활동이 늘면서 배달음식 수요가 감소한 탓이다. 또 가뜩이나 외식물가 인상에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높은 배달비 부담까지 겹친 것도 배달앱 소비자가 감소한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이 배달앱 이용자 1950명과 소상공인 100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앱 이용자 50%, 중소상공인 75% 이상이 "배달비가 비싸다"고 답했다. 지난해 조사에선 배달 가격이 매장보다 더 비싼 사례(97.8%)도 상당했다.
이에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은 소비자 이탈 방지를 위해 신규 서비스 론칭을 준비했다. 지난 25일 론칭한 '알뜰배달'은 소비자와 점주의 배달비 부담을 낮추자는 취지로 고안된 신규 배달 서비스다. 알뜰배달은 한집배달(단건배달) 서비스만 해왔던 '배민1'에 도입됐다. 배달의민족이 자체 네트워크를 통해 주문부터 배달까지 책임지면서도, 동선에 따른 최적묶음배달을 통해 식당과 소비자의 비용 부담을 낮춘 것이 특징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그러나 서비스 시작과 동시에 엇박자가 나오고 있다. 이를 담당할 배달 기사들이 파업을 예고하면서다. 알뜰배달은 배달의민족의 자체 배달 네트워크 배민라이더(전업 배달원)·커넥트(시간제 배달원)가 담당한다. 노조는 알뜰배달이 배달라이더가 받는 배달료를 최소 800원 줄인다고 주장했다. 한집배달은 ▲'0~675m'에는 3000원 ▲'676~1900m'에는 3500원의 기본배달료를 책정하지만, 알뜰배달은 기본배달료(픽업+전달요금)가 2200원으로 책정됐다.
소비자와 점주 그리고 라이더의 서로 상충된 요구에 배달의민족은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배달비와 수수료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와 점주를 고려하자니 라이더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고, 배달비를 인상하자니 소비자 주문이 줄어들 수 있어서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묶음배달에서 단건배달, 배달 대행사부터 전업 라이더까지 공급 체계가 다양해져서 생긴 문제"라며 "이해관계자가 복잡해져 균형가격 조정이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배달의민족은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균형점을 찾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우아한청년들 관계자는 "지금도 노조 요구사항을 중심으로 합의점을 모색하고 있다.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알뜰배달은 콜(호출) 수락 여부도 라이더가 선택할 수 있는 구조다. 동선에 따라 최저묶음배달로 건수를 늘리고, 라이더 수익원을 다각화하자는 취지로 도입된 것이다. 아직은 론칭 초기지만, 서비스가 안정화되고 이용 경험이 늘어나면 선택받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했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