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과 고객을 정보기술(IT)로 연결하는 곳, 카카오뱅크 이야기다. 지난 2017년 설립 이후 6년 만에 가파르게 성장한 카카오뱅크는 2118만명의 고객을 확보, 국내 대표 인터넷전문은행으로 거듭났다. 기술을 통해 불필요한 절차와 비용을 절감하고, 이를 고객에게 혜택으로 돌려주며 호응을 얻었다.
'기술은행'이란 정체성을 지키고 확장하기 위해 카카오뱅크가 과감히 투자하는 이유다. 특히 '사람'을 향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의 발견과 성장을 격려해 누구나 자유롭게 혁신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다. 집단지성이 기술진보의 핵심을 이루는 셈이다.
카카오뱅크는 인사(HR) 조직과 기술XR 조직이 합심해 조직문화를 만든다. HR 조직은 카카오뱅크 구성원이 더 행복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다양한 조직문화를 만든다. 기술인력이 전체 40%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사내 개발자의 성장을 돕고 회사의 기술 문화를 조성하는 영역에선 기술XR팀과 협업한다.
1등 기술은행의 성장동력..."카뱅다운 조직문화"
카카오뱅크 구성원은 고속성장의 비결로 남다른 조직문화를 꼽는다. '카뱅스럽게' 일하는 7가지 원칙이 정해져있다. ▲사용자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결정한다 ▲업무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기주도적으로 일한다 ▲불가능해 보이는 도전 앞에 '되는 방법'을 먼저 찾는다 ▲언제 어디서든 소신 있게 의견을 말한다 ▲일하는 과정을 공유하며 서로의 성장을 돕는다 ▲다름을 존중하되 결정된 사항은 믿고 헌신한다 ▲성찰과 회고를 통해 더 나은 결과를 만든다 등이다.
중요한 점은 말이 아닌 실천으로 조직문화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클로이(컬처팀)는 "조직문화 중 '과정을 공유한다'를 실천하기 위해 사내 모든 정보가 공유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라며 "어떤 아이디어로 시작해서 어떤 과정을 거쳐왔는지 기록으로 남긴다. 내 업무가 아닌 것도 열람하고, 의견을 남길 수 있다"고 말했다. 에디(컬처팀)는 "하나의 서비스를 만든다는 '원팀' 의식이 있다. 내 일에 딱 선을 긋고 일하는 건 '카뱅스타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찰리(기술XR팀) "사내 시스템을 통해 일의 과정이 전부 공유될 뿐만 아니라, 성공이나 실패 경험을 여과없이 나누고 있기도 한다"라며 "업무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기술적으로 성장하는데도 큰 자극이 되고있다"
기술인력 비중이 높은 만큼, 기술조직을 위한 문화를 만드는 일도 적극적이다. 기술XR팀이 탄생한 배경이다. 셀리나(기술XR팀)는 "HR, PR, IR 등 기업에 필요한 R이 굉장히 많다. 기술XR은 기술조직의 R을 모두 맡고 있다"라며 "사내 개발자의 성장을 돕고 회사의 기술문화를 조성하며, 대외적으로 우리 회사의 기술력과 기술 문화를 홍보하는 일(DR)도 맡는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조직의 의견을 취합해 다른 부서와 소통하는 중간다리 역할도 한다"고 전했다.
애슐리(기술XR팀)는 "최고기술책임자(CTO) 직속으로, 스태프 조직 역할도 한다"라며 "기술 조직의 문화와 채용, 교육과 관련된 이슈에 있어 항상 레이더를 세우고 있다"고 언급했다. 셀리나는 "회사 개발자들이 더 성장하도록 돕고, 또 외부 개발자가 카카오뱅크에 오고 싶게 만드는 게 목표"라고 했다.
지식 공유 활발해...집단지성이 이룬 금융 혁신
카카오뱅크는 집단지성을 통해 기술의 진보를 이루고 있다. 서로의 성장 경험을 공유하는 문화가 활발하기 때문이다. 셀리나는 "카카오뱅크는 공유와 협력을 통한 성장을 추구한다"라며 "이를 지원하기 위해 기술XR팀은 매월 신기술 사례 및 프로젝트 경험을 공유하는 내부 기술 세미나 '데브콘'을 진행한다"라고 말했다. 데브콘은 매월 1~2회 사내 교육장에서 진행한다. 점심을 함께 먹으며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행사로, 약 한 시간 가량 진행된다.
전사적 규모의 큰 행사도 존재한다. '코드러너'로 불리는 사내 기술 콘퍼런스다. 카카오뱅크 기술 직군이 다같이 모여 지식을 공유하고, 네트워킹을 즐기는 축제같은 행사다. 찰리는 "개발자분들의 축제로 만들었는데, 많은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즐겨주신다"라며 "행사 지원 스태프를 자원하는 구성원도 정말 많다. 코드러너 스태프가 입는 티셔츠와 포스터는 내부에서 '인기 아이템'으로 품귀현상이 있었다. 정말 많은 호응을 얻었다"라고 설명했다.
일년에 한 번, 종일 진행되는 이 행사는 중간중간 특별한 이벤트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셀리나는 "작년에 진행한 '동전쌓기' 이벤트는 인기가 뜨거웠다"라며 "카카오뱅크 구성원들은 은행원이지만 실물돈을 접할 일이 드물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카카오뱅크는 100% 모바일로 운영한다) 40만원을 500원짜리 동전으로 바꾸었고, 팀별로 가장 높게 쌓은 팀이 이기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수십 센티미터(CM) 쌓으신 팀이 우승했다"라고 말했다.
올해는 기술조직 확대도 예정된 만큼, 관련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점쳐진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인공지능(AI)·클라우드 등 기술 투자를 늘리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애슐리는 "챗GPT와 같은 대규모 언어모델(LLM)이 가져오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AI 전략조직을 구성하고, GPU(그래픽처리장치) 클러스터를 확충하며,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환경을 구축하는 등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며 "관련 부서 조직 확대는 계속 진행 중"이라고 언급했다.
클로이는 "카카오뱅크 기술조직이 가진 개발 문화가 아주 훌륭하다"라며 "좋은 개발자 동료와 일할 수 있고, 문화적 에셋도 많이 쌓였다"라고 전했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