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엔 고객사에게 물었을때도 아무도 모르는 회사였는데, 이 프로그램에 선정됐다는 것 만으로도 미팅이 이어지고 있다.(페어리 김홍근 CBO)"
스타트업계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 구글의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지원이 큰 힘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구글의 선택'이 일종의 보증서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 추측할 수 있다. 그러나 자세한 면면을 들여다보면, 더 높은 차원의 이야기가 나온다. 스타트업이 직면한 기술과 비즈니스 문제 해결을 돕는다는 점이다.
구글은 한국에서 '구글 포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Google for Startups Accelerator)' 프로그램을 2021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구글은 기술적인 프로젝트 지원과 더불어 제품 디자인, 고객 확보 및 창업자의 리더십 역량 계발 등 다방면에서 멘토링을 제공한다. 현재까지 총 2기수(15기업)가 참여했다.
전세계 80개국서 1100여개 스타트업 지원
구글 포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는 2016년 이스라엘을 시작으로 전세계 80여개 국가에서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참여한 기업만 1100여곳이다. 이 중 18개의 스타트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올라섰으며, 3개의 스타트업은 데카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2021년 한국에도 론칭됐다.
송지현 구글 개발자 생태계 한국 리드는 "브라질의 '뉴뱅크', 인도네시아 '고젝' 등 기업이 구글 포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거쳤다"라며 "한국에선 2021년 7팀을 선발해 1기수 활동을, 2022년에 8팀을 선정해 2기수 활동을 진행했다. 올해 3기수 또한 모집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일정수준 이상 개발력을 갖추면서도, 의미있는 문제해결에 도전하는 팀이 선발돼 멘토링을 받았다. 송 리드는 "팀 내 '풀스택 개발'이 이뤄지는 곳이 주로 선별됐다. 프론트 등 기술을 외주주면 멘토링 의미가 퇴색된다. 엔지니어링팀 규모와 관계없이, 프론트부터 백엔드까지 '엔드 투 엔드'(End To End) 개발이 가능한 곳"이라며 "또 단순히 제한된 이용자를 위한 문제가 아니라, 세상에 의미있는 문제를 비즈니스로 풀어가고자 하는 팀을 찾는다"고 했다.
스타트업+구글+테크멘토 '어벤저스' 결성
프로그램에 선별되면 '스쿼드' 조직을 꾸려 집중 지원을 받는다. 스타트업, 구글 직원, 테크멘토 등으로 이뤄진다. 송 리드는 "구글 직원은 스타트업과 테크멘토의 연결다리 역할을 한다"라며 "해당 팀이 풀어가고자 하는 기술 문제에 적절한 멘토링을 해줄 전문가분을 테크멘토로 연결해준다"고 말했다.
테크멘토는 여러 경로를 통해 모집한다. 특히 구글의 외부 개발자 커뮤니티와 연계도 활발하다고 한다. 1000명 이상의 전문 개발자들이 활동하는 '구글 디벨로퍼 엑스퍼트(GDE)'에서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송 리드는 "GDE엔 높은 기술적인 인사이트로 강연과 멘토링 등 활동이 활발한 유명 전문가들이 많다. 이들 중 테크멘토로 도움 주시는 분들이 있다"면서 "구글 출신 전문가들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테크멘토로 활약하기도 한다"고 했다.
기술 멘토링뿐 아니라 인사(HR), 비즈니스 전략 등 다양한 측면에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송 리드는 "프로그램 기간 동안 주제별로 워크숍을 진행했다"라며 "인공지능(AI), 머신러닝(ML) 기술 트렌드 관련 세션이 있다. 또 그로스 전략, 리더십 등 성장에 필요한 영역을 두루 살핀다"고 전했다.
구글과 함께한 스타트업 "한 단계 도약 계기"
메신저 기반 스토리텔링 플랫폼 '피카' 운영사 '플레인베이글'은 약 10주간 진행된 이 프로그램에 참여 후 많은 발전이 있었다고 전했다. 특히 기술 개발과 비즈니스 전략 수립에 큰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강지훈 AI 서비스 개발 담당은 "당시 가상의 캐릭터에 대화모델을 더하는 개발 방향을 고안하고 있었다"라며 "도메인 지식이 풍부한 테크멘토를 만나 모델의 방향성을 잡았다. 모델 규모, 서비스 적용, 비즈니스화 등 여러 발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프로그램 기간 내 해결할 문제를 정의하면, 이를 위한 프로그램이 각 주차별로 진행된다. 유상아 피카 운영 담당은 "진행 중, 우리가 글로벌 잠재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북미와 일본 이용자 분석을 구글 측이 도와주셨다. 우리 데이터로만 보기 힘든 부분"이라고 했다. 이동재 구글 매니저는 "글로벌 시장은 구글이 가장 큰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부분"이라며 "타깃 시장과 유사 서비스를 전개하는 플레이어를 분석하고 전략을 함께 고민했다"고 말했다.
목표를 설정하고, 매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멘토링을 받았다. 질문시트를 통해 상시 소통하기도 했다. 테크멘토로 나선 신정규 레블업 대표는 "A4용지 기준으로 한 장이 넘어가는 질문도 있었다. 당장 답변할 수 없는 질문은 모델을 직접 구현하는 등 노력을 하기도 했다"라며 "서로 대화를 나누며 생각이 확장되는 과정을 경험했다"고 했다. 신 대표는 자신의 오피스에 플레인베이글 팀을 초대하기도 했다. AI·언어모델 관련 수다판이 벌어졌다는 후문이다.
오피스 방문은 베타서비스를 피보팅(방향 전환)의 계기가 됐다고 한다. 유 담당은 "테크멘토와 함께 모델과 대화하고 노는 과정을 경험하니 생각이 전환됐다. 이용자가 모델을 학습하는 주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강 담당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기술을 향한 저 개인적 열정이 조직내 목표로 승화됐다. 개발자로서 큰 힘이 됐다"고 전했다. 신 대표는 "기술을 버티컬 서비스로 풀어가는 고민을 늘 했는데, 이를 해낸 팀을 만나 좋았다"고 했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