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우먼테크메이커스 코리아 2023' 개최
IT 업계 여성 경험담 공유 및 네트워킹 진행

송지현 구글 개발자 생태계 한국 리드 /사진=구글코리아 제공
송지현 구글 개발자 생태계 한국 리드 /사진=구글코리아 제공

세계 최초의 프로그래머 에이다 러브레이스, 최초의 영어 데이터 컴파일러를 만든 그레이스 호퍼, IBM 컴퓨터 실행 기반을 다진 천재 프로그래머 도로시 본. 이들의 공통점은 정보기술(IT) 분야에 전설적인 흔적을 남긴 여성이라는 점이다. IT 업계에서 여성의 활약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지난달 28일~29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우먼 테크메이커스 코리아 2023'이 열렸다. 국내 IT 업계에서 활약하는 여성이 모여 성장과 경험을 공유하는 행사다. 2014년부터 구글은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 매년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 우먼 테크메이커스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우먼테크메이커스 코리아는 2017년 첫발을 뗐다. 올해 행사는 우먼 테크메이커스와 '구글 디벨로퍼 스튜던트 클럽(GDSC) 이화여대'가 함께 주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진행하는 행사로, 열기가 뜨거웠다. 온·오프라인으로 약 400여명이 참석했다.

올해 행사에서는 구글, 네이버, 토스, 나인코퍼레이션 등 국내 IT 업계에 몸 담고 있는 여성 리더 9명이 연사자로 나서 자신의 성장 경험담을 공유했다. 이들은 참석자들의 질문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일단 도전하라"며 IT 업계 여성들의 자신감을 북돋웠다.


"기회를 잡아라...필요하면 도움도 요청해야"

이날 행사에 참석한 여성 대부분은 평상시 경력관리와 관련된 경험을 공유했다. 테크 산업에 종사하는 여성 리더 비중은 글로벌 21%, 아시아 17% 수준으로 아직 나아갈 길이 멀다면서도, 도전하고 연대하면 변화할 수 있다는 의견과 경험담이 이어졌다.

신지민 구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일단 기회를 잡아야한다"라며 "도전하고 기회를 잡는 게 중요하다고 하지만, 실제로 실행에 옮기는 사람은 많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여성은 100% 만족하지 않으면 지원서조차 내지 않는 경향이 짙다고 하더라. 자신감 있게 일단 지원해야한다"고 언급했다.

신지민 구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사진=구글코리아 제공
신지민 구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사진=구글코리아 제공

신 엔지니어는 생명과학부 출신으로, 원래 컴퓨터공학 전공자가 아니었다고 한다. 휴학 중 캐나다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고, 코딩에 뒤늦게 흥미를 붙여 관련 진로를 정했다. 복수 전공을 신청하고, 구글 인턴십 경험을 쌓아 지금에 이르렀다. 그는 "현재 몸 담고 있는 서치 부문에서 유일한 여성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라며 "인생에서 구글 캠퍼스 리쿠르팅(인턴십)에 지원하고, 매니저 오퍼(제안)를 수락한 것이 큰 분기점이 됐다. 일단 도전한 결과"라고 했다. 

제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신 엔지니어는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며 "약해보일까 두려워서, 편견으로 이어질까봐 걱정돼서 고민을 끌어안고 있는 여성들이 많다"라고 했다. 이어 "문제를 해결하고 빠르게 일하기 위해서는 어려움을 공유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그게 오히려 조직 차원에서 더 큰 도움이 된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걱정 말고 일단 도전하고, 어려우면 도움을 요청하라"라고 전했다.


"관계 속에서 성장...의지력을 아웃소싱하라"

여성이라면 누구나 고민하는 '경력단절'을 극복한 사례도 공유됐다. 황혜경 나인코퍼레이션 테크 리크루터는 "인생의 방향을 고민하고, 응원과 지지를 아끼지 않는 주변 사람들, 이 관계들이 저를 지탱하는 시스템"이라며 "기업에 이사진이 있듯, 인생도 마찬가지다. 성장동료가 있다"라고 말했다.

하드웨어 엔지니어로 일하던 그는 공간 기반의 커뮤니티 서비스 제공하는 스타트업을 창업하며 커리어를 쌓아왔다. 그러던 중 결혼과 출산, 육아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경력단절을 경험했다고 한다. 계약직으로 일하기도 했고, 스타트업에 입사했다 두달만에 퇴사하기도 했다. 황 리크루터는 "그러던 중 남편이 저를 테크 리크루터로 추천한다는 글을 온라인에 올렸다. 퇴고 3번 이상 거치며 정성스레 썼다고 하더라. 이게 화제가 됐다"라고 언급했다.

황혜경 나인코퍼레이션 테크 리쿠르터 /사진=구글코리아 제공
황혜경 나인코퍼레이션 테크 리쿠르터 /사진=구글코리아 제공

업계에서 일하며 만났던 인연들, 주변 지인들이 적극 나서 해당 글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공유했다. 오랜기간 업계에서 쌓아온 신뢰가 바탕이 됐다. 그는 "중견, 중소, 스타트업 등 22곳의 크고 작은 기업에서 감사히도 연락을 주셨다"라며 "남편이 '스스로 너를 믿는 힘이 부족하면, 너를 믿고 있는 다른 사람을 믿어보라'고 말해주더라. 저를 믿고 장문의 추천글을 써주신 많은 분들 덕분에 힘이 생겼다. 주변 사람들을 생각하며 용기내보라"고 했다.

관계 속에서 목표를 설정하고, 함께 실천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황 리쿠르터는 "의지력을 아웃소싱(외부 위탁)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함께 글을 쓰는 친구가 있고, 남편과 함께 운동도 한다"라며 "제게 인사(HR) 관련 노하우와 경험, 지식을 공유해주시는 시니어 리쿠르터분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가 배운 것들을 공유하는 자리도 만들고 있다. 관계 속에서 성장하는 환경을 믿고, 이런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성장 아닌 확장...스스로 정의해서 실천할것"

커리어 성장을 위한 자기 개발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황선영 네이버웹툰 개발자는 "성장은 각자가, 스스로가 정의하는 것"이라며 "나의 성장과 남의 성장을 저울에 올려두고 비교할 순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일과 관련이 있든 없든 다양하게 도전하는 '확장'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황 개발자는 "조직에서 내 역할을 만들고, 그것을 잘 해내면 일을 잘하는 것이란 결론을 내렸다"라며 "하지만 일을 꼭 잘 해야한다는 강박에만 시달릴 필요는 없다. 스스로에게 너그러워져야한다. 도전을 꼭 일에서만 할 수 없다. 삶을 윤택하게 살기 위한 도전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저는 일하면서 대학교에 다시 진학하고, 달리기라는 새로운 취미도 생겼다"라고 말했다. 일과 거리를 두니, 오히려 일을 건강하게 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구글 우먼테크메이커스 코리아 2023 행사 전경 /사진=구글코리아 제공
구글 우먼테크메이커스 코리아 2023 행사 전경 /사진=구글코리아 제공

각 연사자의 발표가 끝나면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또 중간중간 서로 연락처를 교환하는 풍경도 연출됐다. IT 업계 여성들의 역할과 영향력을 조명하고 더 많은 여성들이 기술 업계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행사 취지에 맞는 풍경이었다. 송지현 구글 개발자 생태계 한국 리드는 "우먼 테크메이커스는 IT 업계에 종사하는 모든 여성이 함께 성장하고 배우고, 또 도울 기회를 만들어드리는 글로벌 커뮤니티"라고 설명했다.

우먼 테크메이커스는 전세계 1000명의 앰배서더와 8만명의 멤버가 참여하고 있다. 송 리드는 "기술 커뮤니티는 배우고, 성장하고, 다른 사람들과 연결할 기회를 제공하는 만큼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신을 위한 촉매제 역할을 한다"라고 덧붙였다. 구글은 실제 외부 개발자 커뮤니티 육성에 적극적이다. 140여개 국가에서 1000개 이상 개발자 소그룹을 운영하는 GDG, 1000명 이상의 전문 개발자 커뮤니티 GDE, 1900여개 대학의 GDSC 등이다.

이영아 기자 twenty_ah@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