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테크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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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맥(Mac)은 자체 칩셋 '애플실리콘' 탑재 이후 뛰어난 성능과 전력 효율성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완벽해 보이는 맥에도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유독 '게임'에 취약하다는 것.

자체 운영체제 '맥OS'로 구동되는 맥의 폐쇄적인 생태계는 게임 개발사들의 외면을 받아왔다. 글로벌 게임 플랫폼 '스팀'에 따르면, 사용자 중 맥OS의 비중은 2.39%에 불과하다. 96.14%를 차지하는 윈도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그나마 맥에 윈도 운영체제(OS)를 설치해 게임을 즐길 수 있었던 '부트캠프' 기능마저 애플실리콘 탑재 이후 사라지면서 사용자들은 '게임을 하려면 맥을 사지 말라'고 불평하고 있다.


맥에도 게임 나온다

애플실리콘 탑재 이후 맥은 뛰어난 디자인과 더불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까지 챙기며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맥으로 넘어가기 망설여지는 이유 중 하나가 게임이다.

애플 'WWDC 22' 행사에 등장한 코지마 히데오 코지마 프로덕션 대표 /사진=행사 영상 캡쳐
애플 'WWDC 22' 행사에 등장한 코지마 히데오 코지마 프로덕션 대표 /사진=행사 영상 캡쳐

애플도 이런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는 듯 하다. 애플은 지난해 'WWDC 22'에서 캡콤과 맥 OS용 '레지던트 이블 빌리지'를 공개한 데 이어 올해 'WWDC 23'에서는 코지마 프로덕션과 함께 '데스 스트랜딩 : 디렉터스컷' 출시 소식을 알리며 AAA급 게임 출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이마저도 출시된지 2~3년이 지난 게임이라는 점에서 게임팬들을 만족시키는 충분치 않았다.

오히려 더 주목을 받고 있는 건 함께 공개된 '게임 포팅 툴킷'이다. 게임 포팅 툴킷은 다른 플랫폼으로 개발된 게임을 맥에서 에뮬레이션 할 수 있는 개발 도구로, 애플실리콘을 탑재한 맥에서 기존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로제타'와 비슷한 개념이다. 이를 통해 애플은 개발자들이 더 쉽고 빠르게 맥으로 게임을 이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게임사들을 향한 애플의 구애

실제 게임 포팅 툴킷 공개 이후 유튜브 등에는 '디아블로4' 등 최신 게임을 맥에서 실행해보는 영상이 속속 공개되고 있다. 게임 포팅 툴킷은 기본적으로 개발자들을 위한 도구로, 게임을 실행하기 위해선 터미널 등을 다룰 수 있어야 하기에 일반 맥 이용자들이 사용하긴 쉽지 않다. 또 실행한다고 해도 모든 게임이 제대로 실행되는 건 아니다.

게임 포팅 툴킷으로 게임이 실행되는 모습을 본 맥 사용자들은 한 줄기 희망을 얻게 됐다. 애플은 게임 포팅 툴킷과 더불어 '메탈 셰이더 컨버터'도 선보였다. 이 컨버터는 기존 게임의 그래픽 관련 코드를 애플의 그래픽 아키텍처인 메탈로 쉽게 전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사진=애플 제공
/사진=애플 제공

애플은 이런 개발 지원을 통해 맥용 게임 출시를 가속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제 공은 게임 개발사들로 넘어갔다는 의미다. 개발사들이 윈도, 콘솔과 더불어 맥 시장을 의미있게 본다면 게임 출시를 염두에 둘 수 있을 것이다.

애플은 이런 상황을 기다리며 맥에서 보다 게임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최신 맥OS '소노마(Sonoma)'에서는 별도의 '게임모드'를 탑재했다. 게임모드에서는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을 게임에 집중시켜 부드러운 프레임을 유지시킨다. 또 에어팟 연결의 블루투스 샘플링 속도를 2배로 높이고, 무선 컨트롤러의 반응성을 높여 몰입감 있는 게임 환경을 만들어준다.


이젠 게임 없이는 어렵다

애플의 게임 끌어안기 행보는 신형 '맥 프로' 출시로 전 모델의 애플실리콘 전환을 마친 맥이 PC 시장에서 점유율을 더 확대하기 위한 중요한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맥은 첫 애플실리콘 'M1' 탑재 이후 PC 시장에서 점유율을 빠르게 높였지만, 최근 2세대 'M2' 칩 탑재 이후로는 정체기를 맞고 있다. 맥OS 점유율도 지속적으로 상승 중이지만, 아직 20% 미만이다. 맥이 좀 더 전선을 확대하려면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한 시점이며, 그 주인공이 게임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팬데믹 이후 수요가 급감하면서 PC 시장은 깊은 침체를 겪고 있다. 하지만 이 중에서도 게이밍 PC 시장만은 꾸준한 성장세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글로벌 게이밍PC 시장 규모가 연평균 5% 성장률을 유지해 2025년 5230만대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PC 시장의 중요한 추세 중 하나는 이런 게이밍 전용 제품과 일반 소비자용 고성능 PC 사이이의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에게 '게임=성능'이란 인식이 자리잡으며 게이밍 성능이 PC 구매의 강력한 동인이 되고 있는 만큼, 애플도 더 이상 게임에 손놓고 있을 수만은 없게 됐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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