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사진=디미닛 제공
엔비디아 /사진=디미닛 제공

올해 엔비디아는 '매그니피센트 세븐'이라 불리는 7대 빅테크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엔비디아는 '챗GPT'로 촉발된 생성형 AI의 가장 큰 수혜주로 꼽혔으며, 'AI 시대는 곧 엔비디아의 시대'라는 인식이 자리잡았다.

시장은 다시 엔비디아를 주목하고 있다. 여전한 금리 압박과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인플레이션, 하반기 경기 침체 우려까지 겹치며 시장의 방향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다시 한 번 엔비디아가 강력한 성장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 지 23일(현지시간) 2분기 실적발표에 모든 이목이 쏠리고 있다.


생성형 AI 날개 달고 '비상'

생성형 AI 열기 속에 전 세계 기업들은 AI 관련 투자를 늘렸고, 엔비디아는 이 수혜를 고스란히 가져갔다. AI 학습과 개발에 필수적인 그래픽처리장치(GPU) 분야에서 엔비디아는 적수가 없는 상황이다. 경쟁사인 AMD도 GPU를 개발하지만, AI를 위한 소프트웨어 지원 측면에서 아직까지 엔비디아의 상대가 되지 못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올 1분기 매출은 71억9000만달러로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고, 데이터센터 매출이 42억8000만달러로 급증하며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엔비디아가 더 이상 단순한 게임용 그래픽카드 회사가 아님을 증명한 셈이었다. 특히 시장을 움직인 건 2분기 매출 전망이 월가 예상치를 50% 이상 웃돌면서다.

이미 엔비디아에 대한 시장 기대치는 높을 만큼 높은 상태다. 하지만 일각에선 그 기대치조차 뛰어넘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HSBC는 엔비디아의 목표가를 현재가에서 80% 정도 상승한 620달러로 상향했다.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수요가 넘치고 있다는 이유였다.


AI 시대는 이제 시작일 뿐

엔비디아가 2분기에도 깜짝 실적을 내놓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대규모언어모델(LLM)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높고, 이를 도입하기 위한 기업들의 지출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데이터센터 매출에 주목하라고 조언한다. 최근 미국의 GDP 성장이 예상보다 강세를 보이며 기업 투자가 가속화되고 있고, 이는 데이터센터 수요를 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엔비디아 차세대 GPU 'GH200' /사진=엔비디아 제공
엔비디아 차세대 GPU 'GH200' /사진=엔비디아 제공

엔비디아의 기술적 우위도 회사의 장래를 밝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엔비디아는 AI 개발을 위한 각종 도구를 개발하고 연구자 커뮤니티를 육성해왔다. 단순한 칩 성능 뿐만 아니라 이런 생태계가 엔비디아의 독점을 강화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미 엔비디아는 AI 칩 시장에서 약 70%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 특히 생성형 AI 모델 훈련에서는 더 압도적인 점유율을 갖고 있다.

생성형 AI 시대가 이제 막 시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엔비디아의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비단 생성형 AI 뿐만 아니라 자율주행 등 다른 영역에서도 엔비디아는 강력한 수요를 만들어 낼 잠재력을 품고 있다. AI가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엔비디아가 따라 갈 것이다. 시장이 여전히 엔비다아에 대해 낙관적인 시각을 두고 있는 이유다.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하라

엔비디아에 대한 낙관론 만큼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엔비디아 주가가 올 들어 200%까지 상승한 만큼, 고평가 논란도 만만치 않다. 만일 실적이 조금이라도 기대치에 부합하지 못한다면, 구름 위에서 맨몸으로 추락하게 될 것이란 어두운 전망도 존재한다.

엔비다아 실적에 경고를 보내는 이유는 기업들의 AI 투자가 생각보다 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수요 측면의 문제와 엔비디아의 제한적인 공급능력 두 가지가 혼재되어 있다. 실제 AI 플랫폼에 엔비디아 GPU를 사용하는 서버 제조사 슈퍼마이크로와 엔비디아의 칩을 제조하는 TSMC가 최근 실적 발표에서 가이던스를 낮춘 것은 GPU 칩에 대한 수요가 전반적으로 둔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분석이다.

다른 이유는 경쟁자들도 가만히 앉아 엔비디아의 독주를 바라바고만 있지는 않으리라는 것이다. AMD는 연내 데이터센터에 특화된 GPU 'MI300'을 내놓으며 정면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또 구글과 같은 빅테크들은 자사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할 자체 GPU를 개발하기도 한다. GPU 시장 경쟁 상황이 복잡해질수록 엔비디아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며, 이는 실적 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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