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앤다커 IP 확보한 크래프톤을 보며

#과거 '테라' 사태가 떠올랐다

#경영적 판단 중요하지만...상도의는 어디로


'크래프톤 정도 되는 회사가 도대체 왜...'

지난 24일 크래프톤이 아이언메이스와 '다크앤다커' 지식재산권(IP)을 확보했다는 소식이 들려온 이후 만난 게임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다크앤다커'가 어떤 게임인가. 넥슨에서 일하던 개발진들이 퇴사해 아이언메이스를 설립하고, 거기에서 개발한 게임이다. 넥슨은 개발진들이 자사 자산을 무단으로 반출해 '다크앤다커'를 개발했다고 소송을 걸었다. 재판이 진행중인 사안이지만, 여러 정황상 대체로 여론은 넥슨 편으로 기울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런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크래프톤이 다크앤다커 IP를 확보하러 나섰다는 점에서 업계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게임업계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도 날선 표현이 가득하다. 당사자인 넥슨 직원이 아닌 다른 게임회사 직원들도 크래프톤의 행보를 비난하고 나섰다. 심지어 크래프톤 내부 직원들도 '자괴감이 든다'는 내용을 올리기도 했다.

다크앤다커 /사진=아이언메이스
다크앤다커 /사진=아이언메이스

여러 추측들이 나온다. '지금이 IP를 확보할 적기'라거나 '배틀그라운드 외에 흥행작이 절실했던 크래프톤의 모험수'라거나 '해외에서는 다크앤다커에 대한 여론이 좋다'라거나 '판결이 나와도 개인의 죄로 끝나고 게임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거나 '게임 서비스를 못하더라도 다크앤다커 브랜드는 활용할 수 있다'라거나 '아예 활용을 못해도 계약금 외에 손해가 없다'라거나...

여러 분석과 추측이 난무한다. 도대체 크래프톤은 왜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보자. 크래프톤의 역사는 장병규 이사회 의장이 블루홀스튜디오를 창업하면서 시작됐고, 이 회사에서 처음 선보인 작품은 바로 '테라'다. 엔씨소프트에서 '리니지3'를 개발하다가 퇴사해 블루홀스튜디오에 합류한 개발진들이 개발한 그 게임말이다.

당시 엔씨소프트는 퇴사한 개발진들이 영업비밀을 무단 유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시 개발실장에 대한 형사 민사 소송을 진행하며 IP 보호에 나섰다. 재판은 개발실장에 대한 집행유예 판결로 끝났다. 손해배상청구도 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모두가 알다시피 '테라'는 정상적으로 출시돼 흥행에 성공했다. 

다크앤다커와 테라의 사태는 닮아도 너무 닮았다. 그리고 그 결말도 어쩌면 비슷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결말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회사가 크래프톤인 것은 우연의 일치일테다.

경영적으로 필요한 판단일수도 있다. 다크앤다커 IP가 아깝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실제로 크래프톤은 IP 계약을 발표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원작 IP의 생명력이 계속 이어져 가길 희망한다"고 언급했다.

그런데 한가지 크래프톤이 잊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상도의'다. 최근 게임업계는 물론 콘텐츠 업계 전반에 IP 가치 보호가 화두로 떠오른 상황이다. IP의 가치를 가장 잘 알고,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곳이 바로 IP를 만들어내는 회사이지 않을까.

굳이 IP 분쟁 중인 게임을 그것도 메이저 게임회사로 불리는, 짝퉁게임을 만들었다고 중국 게임회사를 고소한 경험도 있는 회사인 크래프톤이 지지하고 나선 것을 곱게 볼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러다가 '상도의를 잊은게 아니라 원래 없었던 것'이라는 말 까지 나올까 겁난다.

허준 기자 joo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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