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려난 '유료화' 이슈에 불붙은 '품질' 논란...유입 확대 통한 광고 사업 기대도
한국프로야구 경기 중계 유료화를 우려하던 팬들의 시선이 시범경기 이후 서비스 품질로 옮겨간 모양새다. 티빙도 이 같은 변화를 감지하고 본 시즌 개막 전까지 만반의 준비를 갖추겠다는 입장이다. 광고형 스탠다드 요금제(AVOD) 도입과 함께 불거졌던 유료화 문제는 5월로 미뤄진 상황이다.
티빙은 12일 서울 상암 CJ ENM에서 'K-볼 서비스 설명회'를 열었다. 최주희 티빙 대표(CEO)는 "KBO 경기를 중계하며 올해 많은 서비스와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며 "개막 전까지 서비스를 안정화해서 제대로 된 서비스로 찾아뵐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CJ ENM은 앞서 KBO와 '2024~2026년 KBO리그 유무선 중계권사업' 계약을 맺고 뉴미디어 분야 KBO 리그 전 경기 및 주요 행사 국내 유무선 생중계, 하이라이트, VOD 스트리밍 권리, 재판매할 수 있는 사업 권리를 획득했다. 이에 따라 실시간 경기 중계는 티빙이 맡게 됐다.
하지만 지난 9일부터 열린 시범경기 중계 품질을 두고 야구팬들과 언론의 지적이 이어지며 서비스 품질 개선 필요성이 불거진 상황이다. 티빙은 중계 당시 잘못된 야구 용어를 사용하거나 선수 이름을 틀리게 표기하는 등 잦은 실수를 노출했다. 최주희 대표는 해당 사안에 대해 "책임감을 무겁게 느끼는 중"이라며 "송구스럽다"는 입장을 전했다. 설명회도 향후 중계 서비스 개선방안에 초점이 맞춰졌다.
차별화 콘텐츠 '슈퍼 매치' 뜬다..."중계권 재판매는 안해"
티빙은 중계 시스템을 담당하는 전택수 최고제품책임자(CPO)와 클립이나 VOD 등 콘텐츠를 담당하는 이현진 최고전략책임자(CSO)를 앞세워 개선 계획을 설명했다. 고객별 맞춤형 중계 서비스를 제공하고, 득점이나 적시타 등 상황별 다시 보기 기능도 제공할 방침이다. 또 멀티 뷰와 오디오 모드를 도입해 편의성도 향상할 예정이다. 기존 대비 3배 규모 서버 증설을 통해 본 시즌에 늘어날 트래픽에도 대비 중이다.
경기 클립과 구단별 경기 정주행 등 일부 서비스를 무료화해 국내 프로야구 활성화도 시도한다. 중계권 협상 당시 KBO와 스포츠 활성화 방향성에 대해 논의하고 공감한 바 있다고 티빙 측은 설명했다. 이에 따른 콘텐츠 규모는 연간 1만6000개 수준이다. 매주 한 경기를 선정해 차별화된 중계 서비스를 선보이는 '슈퍼 매치'도 준비한다. 첫 슈퍼매치는 개막전이 열리는 23일 '엘지-한화'전이 될 전망이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티빙이 준비한 개선안 외 중계권 활용 계획에도 관심이 쏠렸다. 티빙은 프로야구 경기 실시간 중계 창구를 티빙으로 한정하겠다는 뜻을 이날 공고히 했다. 실시간 중계권 재판매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최주희 대표는 "현재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우리 안에서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비즈니스 구조를 어떻게 잘 만들지 고민하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이를 위해 티빙은 개발자 60여명이 포함된 KBO TF를 사내에 신설해 실시간으로 각종 오류에 대응하며 시스템을 구축하는 중이다. 추가적으로 인력을 모집해 발견되는 문제를 보완하고, 나아가 개인화된 유저 경험과 검색 기능 고도화 등 고객 경험 개선에 힘쓸 계획이다.
"중계권 확보에도 콘텐츠 투자 비용 축소 없다"
중계권 확보에 따른 기존 콘텐츠 투자 축소 우려도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꾸준히 적자 규모를 늘려온 티빙이 연간 400억원 이상을 중계권에 투자하면서 드라마나 예능 등 콘텐츠 수급에 투자할 여력이 줄어든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티빙은 콘텐츠 관리 효율화를 통해 전반적인 투자 규모는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주희 대표는 "고객들이 잘 안 보는 콘텐츠도 우리 안에 있고, 이에 따라 과하게 돈을 지불하는 구조상 이슈가 있어서 콘텐츠 최적화를 작년부터 하고 있다"며 "KBO에 상당한 투자를 해도 전체적인 투자 규모는 작년과 비슷하다"고 효율화 기조를 이어갈 뜻을 전했다.
그러면서 "계속 가입자가 증가하고 있고, 한 해에 30~40% 성장이 있으리라 예상한다"며 "광고형 스탠다드 요금제를 도입해 탑라인이 커질 것이라 예상하는 상황에 바텀 비용은 KBO 투자에도 불구하고 유지하는 상황이라 수익화를 위한 여정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티빙은 올해 비즈니스 다변화를 통해 수익성 개선에도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최주희 대표는 "스포츠 투자가 팬들에게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발판이 되리란 기대가 있다"며 "팬들에게 디지털(온라인)로 보는 니즈가 있는 만큼 이에 따른 수익화 모델을 다변화하며 기회가 왔을 때 최선의 노력을 통해 상황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할 수 있는지 보고 있다"고 했다.
또 "작년 초부터 준비한 광고형 요금제가 시기에 맞게 도입되면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 중"이라며 "올해 연말까지 1000만 트래픽을 예상하고 이것을 기반으로 광고 사업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티빙이 4월 30일까지 KBO 중계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방침을 공개하며 5월부터 중계 서비스 정책이 변화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각종 제휴 요금제를 통한 중계 서비스 시청 제한 가능성도 있다. 품질 이슈에 밀려난 유료화 이슈가 재점화할지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임경호 기자 lim@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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