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3월 13일 인간과 알파고의 4번째 대국. 이날 바둑 역사상 가장 완벽한 '신의 한 수'라고 찬사를 받는 78번째 수가 나왔다. 이세돌은 이날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승리하며 역사상 처음으로 바둑에서 AI를 이긴 인간으로 이름을 남겼다.
그로부터 8년뒤. 이세돌 9단은 알파고에 대해 "당연히 이길 것이라고 생각해 대국을 쉽게 생각한 부분도 있다"며 "벽에다 테니스 공을 치는 느낌"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구글은 알파고와의 대국 8주년을 맞아 이세돌 9단과의 특별 인터뷰 영상을 19일 공개했다. 'AI 시대의 서막을 알렸던 이세돌 vs 알파고, 그 후 이야기' 영상을 통해 이세돌 9단은 "공공의 선을 위한 AI 개발이 핵심 원칙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세돌 9단은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AI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유일하게 승리를 거둔 인간으로 남아있다. 당시에는 이세돌 9단의 승리를 예측한 시선이 많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알파고의 압승으로 대국이 종료됐다. 1~3국을 내리 내준 이세돌 9단은 4국에서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78번째 수를 통해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승리했다. 당시에는 '알파고의 오류', '알파고의 버그' 등의 말까지 이끌어내며 전 세계적으로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세돌 9단은 "이세돌이 패한 것이지 인간이 패한 것은 아니다"라며 "알파고에 패했다고 해서 AI에 무릎을 꿇은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세돌 9단은 알파고와의 대결이 바둑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지만, 무엇보다 바둑을 배우는 과정의 변화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알파고 출시 이후로 기보는 완전히 달라졌다"며 "과거에는 바둑의 역사를 학습하는 용도 외에는 가치가 없었지만, 최근에는 답안지를 보고 정답을 맞추는 것 같아 예술성이 퇴색된 게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I 발전 방향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AI 기술 개발이 윤리적인 시각을 반영해 공공을 위하는 방향으로 이뤄지면 좋겠다는 견해다. 특히 AI 기술 발전이 없다면 인류는 굉장히 암울한 미래를 맞이할 것이라며 AI 기술 발전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세돌 9단은 "기술은 계속 발전해나갈 것이기 때문에 AI를 두려워하는 시각으로 바라봐서는 안된다"라며 "앞으로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속도 조절이 중요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조성준 기자 csj0306@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