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소비자 권익 보호에 힘을 싣는 정부 판단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 유관 정보 오기 건이 연이어 발견되면서다. 게임사들은 고의성 부인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제재 여부나 수위를 결정하는 정부 기관 판단에 관심이 쏠린다.
3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게임사들의 확률형 아이템 확률 정보 오기 건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그라비티 '라그나로크 온라인'과 웹젠 '뮤 아크엔젤' 등이 대표적이다. 소비자 민원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사안을 비중 있게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그나로크 온라인'은 지난달 20일 홈페이지에 확률형 아이템 정보를 업데이트하며 일부 아이템 정보가 게임 내 정보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공지했다. 오기된 아이템은 100개 이상으로 마이스터 스톤과 리 로드 스톤 등 일부 아이템 뽑기 확률이 8배까지 부풀려진 사실이 알려졌다.
회사 측은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화를 골자로 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실시한 유료 아이템 전수 검사 결과라는 설명이다. 운영진은 같은 달 26일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해명하고, 재발 방지 노력을 약속했다.
'뮤 아크엔젤'은 ▲축제 룰렛 ▲지룡의 보물 ▲세트 보물 뽑기 콘텐츠 내 특정 아이템에 대한 '획득 가능 회차'와 '확정 획득 회차'에 대한 확률 표기가 게임 내 정보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21일 공식 커뮤니티에 공지했다. 예컨대 세트 보물 뽑기를 통해 획득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던 '레전드 장신구 세트석 패키지'는 99회차까지 획득 확률이 0%고, 100회차부터 획득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운영진은 "3월 초 자체적인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하던 중 일부 콘텐츠 내 특정 아이템에 대한 확률 정보 표기 오류가 있음을 최초 인지했다"고 사과하고, 환불과 보상 절차에 돌입했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이 같은 사건이 발생하면서 소비자 여론은 좋지 못한 상황이다. 공정위가 두 사례를 들여다보게 된 배경도 소비자 민원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공정위는 두 사건을 시장감시국으로 이관해 비중 있게 조사할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메이플 스토리' 건으로 약 116억원의 과징금 철퇴를 맞은 넥슨 사례도 같은 부서에서 담당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2일 열린 '민생토론회 후속조치 점검회의'에서 "기만행위 등 법 위반 혐의가 있다면 즉시 검토해 조사 및 제재할 것"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인 바 있다. 공정위가 내릴 판단에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게임물관리위원회도 관련 이슈를 검토한다. 게임위 관계자는 "개정안 시행 전이라도 재발 방지 등을 통해 올바른 정보를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계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업체로부터 자료를 받아 상황을 파악하고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재 여부와 수위 결정에는 고의성 여부가 결정적인 요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넥슨 사례'에서도 공정위는 소비자에 대한 기만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넥슨은 이에 반발해 공정위를 상대로 '시정 명령 등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서울고등법원에 제기한 상태다.
다만 본격적인 '게임법' 시행을 앞두고 발생한 사례라는 점에서 이번 사안들은 넥슨에게 적용된 '전자상거래법'이 적용될 예정이다. 각사는 법안 시행 직전인 20일과 21일 정보 오기 사안을 각각 자발적으로 공지했다.
이철우 게임전문변호사는 "웹젠이나 그라비티의 사례는 '게임법' 개정안 시행 전에 밝혀진 일들이라 '전상법'만 적용될 예정"이라며 "이 경우 의도성 인정 여부가 가장 중요하게 다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직접적인 의도가 명백하게 드러나지 않아도 오기를 실수로 볼 수 있는지 판단하는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도성을 판별하게 될 것"이라며 "자발적으로 오기 사실을 밝히고, 보상 노력을 기울이는 등의 행위도 의도를 가늠하는 참작 사유가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임경호 기자 lim@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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