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형 아이템 확률 정보 표기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업계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주요 게임사들이 연이어 정부 기관 조사망에 오른 것. 한동안 시행착오가 예상되는 가운데 계도 기간 부재에 대한 아쉬움과 과도기에 따른 진통 등 사안을 바라보는 의견이 업계에서도 분분하다.
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망에 연이어 올랐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정보를 표기하는 과정에서 게임 내 실제 확률과 소비자에게 공개한 확률이 달라 공정위에 민원이 접수됐기 때문이다.
교차검증·시스템화 등 '휴먼 에러' 방지 관심
공정위 조사망에 오른 대상은 그라비티 '라그나로크 온라인'과 웹젠 '뮤 아크엔젤', 위메이드 '나이트 크로우' 등이다. 각사는 '게임산업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확률 정보를 공개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실수라는 입장을 보였다.
시스템에 내재된 정보를 대외에 공개하기 위해 사람이 옮기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한 '휴먼 에러'라는 설명이다. 휴먼 에러는 실수를 완벽하게 방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재발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서 휴먼 에러 예방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도 관측된다.
오는 24일 출시를 앞둔 넷마블 '아스달 연대기: 세 개의 세력'은 확률 오기를 예방하기 위해 유저들이 확률형 아이템을 사거나 사용할 때 게임 내 확률을 자동으로 보여줄 수 있도록 구조화했다. 확률형 아이템 사용에 따른 요청을 서버가 받아 정보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이전보다 시스템이 받는 부하는 늘어날 전망이다.
시스템화 노력은 이미 업계에 서서히 확산되고 있다. '아스달 연대기' 외에도 일부 대형 게임사는 내부적으로 시스템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스템 마련에 앞서 교차 검증을 통해 리스크를 줄이는 방안도 제기된다.
'제재' 언급 공정위, '계도' 강조 게임위...교통정리 필요
정부는 이번 사안을 꼼꼼히 들여다볼 모양새다. 공정위는 앞서 '메이플 스토리' 확률형 아이템 이슈로 넥슨의 수년 치 자료를 검토한 바 있다. 게임물관리위원회도 문제가 불거진 사업자에게 자료를 요청해 사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의 판단에 따라 사업자에 시정요청과 시정권고, 시정명령을 내리게 된다. 제재보단 계도에 방점을 찍었다.
하지만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부처 간 '교통정리' 필요성도 높아진다. 지난 2일 열린 '민생토론회 후속조치 점검회의'에서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위반 혐의에 따른 제재 가능성을 언급했다. 민원 검토 기관에 따라 사안에 대한 접근 방식이나 목적이 달라질 여지가 읽힌다.
확률형 아이템을 둘러싼 민원 내용이나 접수 주체에 따라 담당 부처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또 공정위가 검토 중인 사안을 게임위가 함께 검토할 경우 이로 인한 제재 수위나 소명 절차, 조사 주체 등 업역에 대한 협의 문제도 과제로 남는다.
계도 기간 아쉽지만…소비자 신뢰 회복 과정으로 볼 수도
업계에서는 오기 방지 노력 필요성에 동의하면서도 현실적인 아쉬움을 토로했다. 시스템 구축에 대한 현실적 한계와 계도기간 부재 문제 등이다. 한 관계자는 "사람이 수기로 입력하는 것보단 '시스템화'하는 방법이 가장 적극적인 대처방안으로 보이긴 하지만 시스템조차 서버 오류 등에서 완벽하지 않을 수 있고, 중소 게임사의 경우에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자발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하는 등 노력하고 있으나 실제로 휴먼 에러를 모두 잡아내기에는 쉽지 않은 부분도 있을 것"이라며 "시행령이나 해설서가 예상보다 늦은 시점에 공개된 부분도 있고 내용상 여전히 모호한 부분들도 많은 터라 다소 혼란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다소의 혼란을 감안하더라도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한 과도기로 보는 시각도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업자가 꼼꼼히 챙겼다면 조사를 받을 일도 없을 테니 앞으로 다양한 시스템을 마련해서 사후에 발생할 리스크나 뒤늦게 들어갈 리소스를 줄이는 과정으로 볼 수도 있다"며 "이슈가 없는 회사들도 재검토해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고, 당장 공수가 들더라도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다"고 했다.
임경호 기자 lim@techm.kr
관련기사
- "개정안 시행 2주 앞인데"...갈길 먼 '확률형 아이템법'에 업계는 '웅성웅성'
- "'확률형 아이템법' 시행착오 불가피"...율촌, '2024 게임 산업 세미나'서 '보수적 접근' 제언
- 그라비티·웹젠 등 '확률형 아이템' 제재 선례될까...'고의성' 판단 도마에
- "확률형아이템, 구조적 보완" 넷마블 아스달 연대기, 높아진 관심에도 흥행 이상 '無'
- 확률 정보 오기에 국내 게임사 긴장감 고조...제22대 국회, 역차별 해소 속도낼까
- 게임업계, 업황 부진 털고 2Q 반등할까...M&A·신작 모멘텀 집중
- 규제로 산업 옥죄던 문체부, 게임사 대표들 만난다...현장 목소리 담긴 진흥책 나올까
- 공정위, 그라비티·위메이드 현장 조사...웹젠은 '아직'
- [IT진맥] 게임산업 겨냥한 공정위의 칼춤...주무부처 문체부는 손 놓았나
- 게임위 찾은 유인촌 장관 "정부 노력에도 '부정 여론' 서운...진흥정책, 희망 가져도 좋아"
- 게임 정책에 소비자 목소리 반영할까...'제1회 게임이용자 소통 토론회' 개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