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을 향한 해외 게임사들의 공세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시장 점유율 변화가 불가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월 매출 기준 지난해 11개월 종합 1위 자리를 지켰던 '리니지M'은 올해 5개월 중 3개월을 1위에서 밀려났다. 10위권 내 해외 게임 점유율도 1월 20%에서 5월 50%까지 증가했다.
7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기성 게임들이 장기간 점유하던 매출 순위 상위권에 해외 게임사들이 비집고 들어오면서 국내 게임사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올 상반기 방치형 장르 붐이 일며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난 이후 치열해진 순위 다툼이 상반기 내내 이어지는 중이다.
특히 장기간 1위를 점유하던 엔씨소프트 MMORPG '리니지M'이 자리에서 밀려난 점은 상징적이다. 모바일 앱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 게임 월간 매출 순위에 따르면 '리니지M'이 지난해 매출 기준 종합 1위를 내어준 적은 단 한 차례다. 위메이드 '나이트 크로우'가 같은 해 4월 27일 출시 이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5월 집계에서 1위를 차지한 이후 나머지 11개월은 '리니지M'이 독식했다. 올해 '리니지M'은 지난 5개월 동안 절반 이상 1위 자리에서 밀려났다.
전통적으로 게임사에 높은 수익을 안겨주며 국내 게임사들의 선호 개발 장르로 각광받아 왔던 MMO 장르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리니지' 시리즈와 카카오게임즈 '오딘: 발할라 라이징' 등 일부 타이틀을 제외하면 순위 경쟁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 지난해 1위 자리를 MMO 장르가 싹쓸이한 점과 비교하면 올해 비 MMO 장르 성장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문제는 국내 게임사들이 다년 간 개발 노하우를 바탕으로 MMO 장르에 막강한 경쟁력을 보유한 것처럼 중국 게임사들의 비 MMO 장르 공세가 힘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22일 출시한 방치형 장르 '버섯커 키우기'는 지난 2월 모바일 매출 종합 1위를 차지했고, SLG(전쟁게임) 장르 '라스트 워: 서바이벌'은 4월 1위에 올랐다. 액션 RPG '명조'도 출시 약 2주 만에 앱 스토어 매출 1위에 등극했다.
국내 게임사들도 뒤늦게 방치형 장르 게임을 개발하며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주력 중이지만 모바일 게임 시장 지분을 얼만큼 확보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업황 부진과 경영난, 규제 강화 등 삼중고를 겪으며 흥행을 위한 추가 비용 지출이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주요 게임사들의 마케팅비 지출 규모가 투자자들의 관심사로 떠오른 바 있다.
'버섯커 키우기'와 '라스트 워' 등 인기 게임들이 모두 막대한 마케팅비 집행을 바탕으로 순위권에 오른 것으로 확인되며 효율적인 비용 집행 필요성도 높아졌다. 글로벌 모바일 시장 데이터 분석 기업 센서타워는 '버섯커 키우기'가 출시 두 달여만에 한국에서 854억원의 매출을 거둔 배경으로 공격적인 광고 집행을 통한 인지도 상승을 꼽았다. '라스트 워'도 지난해 11월 대비 올해 1월 미국 디지털 광고 지출을 11배 증가하며 현지에서 사상 최고 게임 다운로드 수를 경신했다.
이같은 배경 속에 장기적인 국내 매출 순위 변화도 불가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 매출 순위 상위 10개 중 8개는 국내 게임사가 개발하거나 퍼블리싱을 맡았다. 올해는 지난 1월부터 중국 게임의 거센 침공 등으로 10위권 내 해외 게임 비중이 모바일인덱스 월간 차트 기준 ▲1월 2개 ▲2월 3개 ▲3월 3개 ▲4월 5개 ▲5월 5개 순으로 증가하고 있다.
정부도 '게임산업 진흥 종합계획(2024~2028)'을 통해 인디와 콘솔 게임 부문 지원에 방점을 찍어 게임사들의 자구책 마련이 시급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계획안의 거시적인 방향성을 두고 국내 게임사들이 PC 온라인과 모바일 부문에서 높은 경쟁력을 보여 왔기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분야 지원에 집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국내 모바일 게임 매출 규모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거치며 2021년 약 7조9402억원에서 2023년 약 7조3356억원으로 7.61% 감소(센서타워 집계)했다. 이에 더해 한국 시장 매출 상위 10개 모바일 게임 퍼블리셔 순위에서 해외 퍼블리셔가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13%에서 20%로 증가하는 등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 업체들이 국내 성우진 섭외와 한국 기업들과 컬래버레이션, 현지 팝업스토어 운영 등 한국 유저들만을 위한 적극적인 프로모션 등을 펼치고 있다"며 "이들이 한국 시장 성공 방정식을 공부하며 현지 공략에 나서는 만큼, 국내 기업들도 시장 니즈에 대한 세심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해외 게임사들의 국내 진출 증가가 이용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다양성을 확대하는 긍정적 요소로 바라볼 수 있겠다"면서도 "사업자 입장에서 국내·외 게임에 대한 제도적 규제가 다르게 작용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는 일도 공정한 경쟁 측면에서 생태계 발전을 위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임경호 기자 lim@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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