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2일차에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조성준 기자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2일차에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조성준 기자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인사청문회가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과거 국무총리 지명자나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사흘간 이어진 적은 있었지만 방통위원장 인사청문회가 사흘간 이어진 것은 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이날 청문회에서도 이진숙 후보자를 향해 법인카드 사적 사용, MBC 파업과 관련 질의가 이어졌다. 


유례없는 사흘 청문회…이진숙 "30일 이라도 좋다"

2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이진숙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사흘째 진행하며 정밀 검증에 나서고 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전날 이진숙 후보자의 자료 제출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어 추가적 회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국회의장에게 일정 연장을 건의했다. 이후 국회의장이 오후 11시 37분에 청문회 연장을 승인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 / 사진=배수현 기자
최민희 과방위원장. / 사진=배수현 기자

인사청문회법 9조에 따르면 청문회 기간은 3일 이내로 진행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부득이한 사유로 이 기간동안 청문회를 마치지 못하면 대통령 등은 청문회 종료 다음 날부터 10일 이내에 국회에 인사청문 경과 보고서를 송부해줄 것을 요청 할 수 있다. 국회가 송부하지 않으면 대통령은 방통위원장 후보를 임명할 수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진숙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자질과 정책을 검증하는 것이 아닌 체력검증으로 변했다"며 반발했지만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진숙 후보자는 "유례없이 장관급에 대한 사흘간의 청문회 검증을 위해서라면 사흘이 아니라 30일이라도 하면 좋다"며 "답변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해 답변했다"고 말했다. 


"뇌 구조 문제" vs, "사과하라" 공방

연장된 인사청문회에서도 MBC 파업과 언론노조와 관련한 설전이 오갔다. 이 과정에서 뇌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발언에 공방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날 박정훈 국민의힘 후보자는 "MBC 전 기자가 5년 전 보도로 해고당했는데 비슷한 사례가 있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이진숙 후보자는 "거의 드문 일"이라며 "5년 전 기사를 꺼내 검증하고 징계를 하는 것은 정치 보복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부역이니 청산이니 그런 말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가 24일 인사청문회 장소에 입장하고 있다. / 사진=조성준 기자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가 24일 인사청문회 장소에 입장하고 있다. / 사진=조성준 기자

이 답변을 들은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신상 발언을 통해 "언론노조는 최문순 전 언론노련위원장이 열심히 뛰어 언론노조로 바꿨고 노동자의 이익과 정치적 목소리를 키울 수 있도록 만들었다"며 "사내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정치 보복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이진숙 후보자의 뇌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진숙 후보자는 "뇌 구조에 대해 말씀하신 부분에 대해 사과하라"고 맞섰다. 이에 대해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89%의 노조원을 악마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발언에 대해 사과하지 않았다. 

또 청문회 기간동안 문제제기 됐던 법인카드 사적 사용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이진숙 후보자는 "법인카드 검증이라는 이유로 국민들에게 내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처럼 진행됐다"며 "분명한 것은 1만원도 업무 외에 사용한 적이 없다"고 힘줘 말했다.  


'0인 체제' 현실화 된 방통위

청문회가 진행 중인 이날 방통위에는 '0인 체제'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을 수행 중인 이상인 방통위 부위원장이 야당의 탄핵소추안이 보고되자 자진사퇴하면서다. 이에 방통위에는 방통위원장과 부위원장, 상임위원이 아무도 남지 않게 되며 '식물' 상태에 빠지게 됐다. 

전날 야당 측은 이상인 부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한 바 있다. 이상인 부위원장이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으로 통상적 업무만을 집행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독으로 공영방송 임원 선임을 위한 지원서류 접수·국민의견 수렴·결격 사유 조회 등의 절차를 진행했다는 이유다. 법안에는 방통위원장의 직무를 대행하므로 방통위원장 지위에 따른 권한을 행사함과 동시에 권한 행사에 따른 책임을 진다며 탄핵 사유가 적법하다고 주장했다. 

이상인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이 전체회의 이후 브리핑을 통해 단통법 시행령 개정에 따른 고시 제·개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조성준 기자
이상인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이 전체회의 이후 브리핑을 통해 단통법 시행령 개정에 따른 고시 제·개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조성준 기자

이상인 부위원장은 탄핵소추안이 발의에 대한 표결이 이뤄지기 전 자진 사퇴했다. 대통령실은 즉각 사임을 수용하며 "방통위가 불능상태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부연했다. 

이상인 부위원장은 이날 퇴임 이후 방통위를 떠나며 "방통위가 정책의 수렁에 빠졌다"며 "하루빨리 방통위가 정상화돼 본연의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방통위의 식물체제는 오랜기간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방통위원장을 제외한 방통위원은 대통령이 직접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바로 임명할 수 있어서다. 대통령은 방통위원장과 상임위원 각각 1명씩을 지명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인사청문회 종료 이후 과방위는 인사청문경과보고서 등을 제출하고, 이후 대통령이 방통위원장을 임명하기 전 후 상임위원 1명을 임명할 수 있다. 

이진숙 후보자가 방통위원장에 임명됨과 동시에 대통령실에서 상임위원 1명을 임명한다면 방통위는 다시 2인 체제로 돌아와 주요 안건에 대한 의결이 가능해진다. 2인체제가 되면 방통위는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와 KBS, EBS 등 공영방송 3사의 이사진 교체에 대한 표결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조성준 기자 csj0306@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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