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조성준 기자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조성준 기자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이어진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인사청문회 둘째날에는 이상인 방통위 부위원장(방통위원장 직무대행) 탄핵과 관련한 여야 공방전이 치열하게 이어졌다. 이진숙 후보자는 이상인 부위원장 탄핵과 관련해 "업무가 완전히 마비되기 때문에 신중하게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이진숙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이상인 부위원장의 탄핵 여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런동관·런홍일 이어 '런상인'까지…방통위 0인 체제 되나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국회 본관 의안과에 이상인 부위원장 탄핵소추안을 접수했다. 이상인 부위원장이 위원장 직무대행으로 통상적 업무만을 집행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독으로 공영방송 임원 선임을 위한 지원서류 접수·국민의견 수렴·결격 사유 조회 등의 절차를 진행했다는 이유다. 법안에는 방통위원장의 직무를 대행하므로 방통위원장 지위에 따른 권한을 행사함과 동시에 권한 행사에 따른 책임을 진다며 탄핵 사유가 적법하다고 주장했다. 국회법상 탄핵안이 발의되면 첫 본회의에 보고되고, 24시간 이후부터 72시간 이내에 무기명 투표로 표결해야 한다.

탄핵 소식을 접한 이진숙 후보자는 "탄핵 대상이 아닌 것으로 안다"며 "탄핵된다면 방통위원장으로 임명되더라도 1인 방통위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탄핵은 헌법과 법률에 대한 위반행위가 있을 때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부처의 업무가 완전히 마비되기 때문에 신중하게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이상인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 / 사진=조성준 기자
이상인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 / 사진=조성준 기자

당초 이상인 부위원장은 이날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회의 직전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하며 참석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이상인 부위원장이 탄핵안이 발의되자 과방위에 불출석하며 거취를 고민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런동관, 런홍일에 이어 런상인이 되는 것 아니냐"며 "탄핵안이 발의된 직후 불출석하는 것은 국회를 우롱하는 것이자 국민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지적했다. 

이상인 부위원장이 자진사퇴할 경우 방통위는 초유의 0인 체제가 된다. 사실상 운영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업무가 마비되는 셈이다. 이진숙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이후 방통위원장으로 임명된다 하더라도 1인 체제로 복귀할 뿐, 주요 안건에 대한 의결을 진행할 수 없다. 

하지만 상임위원은 대통령이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바로 임명할 수 있다. 방통위 상임위원은 대통령이 위원장과 상임위원을 각각 1명씩 지명하고, 국회에서 3명을 추천해 총 5인의 정원으로 구성된다. 국회추천 3인은 여당측이 1명, 야당측이 2명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이진숙 후보자가 방통위원장에 임명되고, 대통령이 상임위원 1명을 지명하면 2인 체제로 주요 안건에 대한 의결이 가능해진다. 실제로 이상인 부위원장은 지난해 5월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하면서 방통위원이 됐다. 


MBC 사찰 질의엔 "해킹"…방송 4법엔 "적절하지 않아"

이날 청문회에서는 MBC 사찰을 둘러싼 여야의 신경전도 이어졌다.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진숙 후보자가 MBC 재직시절 프로그램인 '트로이카' 직원들을 사찰했다는 점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자 이진숙 후보자는 "사찰이 아닌 인트라넷 해킹"이라고 반박하며 준비해온 종이 두장을 양손에 들어보였다. 그러면서 "이 자료가 당시 MBC 인트라넷이 해킹됐다는 증거 자료"라고 부연했다. 

이를 두고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제지에 나서자 여당 측 의원들의 강한 반발이 이어졌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왜 자료를 막느냐"며 문제제기를 했고, 여당 의원들은 "인사청문회 후보자가 양손에 피켓을 들고 투쟁하는 것은 우스꽝스럽다. 전례가 없다"며 맞섰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과거 어떤 청문회에서도 후보자가 양손에 피켓을 들고 투쟁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지금 용산에서 보고 있으니 피켓 내리라"고 주문했다. 이를 들은 여당 의원들은 "갑자기 여기에서 용산이 왜 나오느냐"며 한동안 설전이 오갔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이진숙 후보자를 향해 나이를 묻자 이진숙 후보자는 "개인정보라 얘기하지 않겠다"고 맞서기도 했다. 

야당 측의 항의가 계속되자 이진숙 후보자는 "불편했다면 사과드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25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방송 4법 상정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사진=조성준 기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25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방송 4법 상정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사진=조성준 기자

한편 국회 본회의에는 방송 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이 상정되면서 여야가 강하게 맞서고 있다. 여당은 해당 법안들이 진보 진영의 방송 영구 장악을 위한 목적으로 발의됐다며 방송 4법 각각에 대해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이진숙 후보자는 "방송을 방송인들이 제작하지만 실질적으로 근원이 되는 자산은 방송 전파이며, 바로 이 '전파'는 국민의 자산이다"라며 "공영방송 이사나 사장을 선임하는 절차는 전 국민의 의사가 반영되고 존중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 분야에서 대표성을 갖는 것은 전국민의 자산인 방송을 생각할 때 치우친 대표성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방송법은 적절한 내용이 아니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성준 기자 csj0306@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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