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큐텐
사진=큐텐

 

티몬-위메프 정산대금 미지급 이슈로 대한민국을 뒤흔든 구영배 큐텐 그룹 대표의 '나스닥 꿈'이 처참히 무너지고 있다. 

지난 29일 티몬-위메프는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 사실상 자체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뜻을 밝혔다. 셀러 정산 지연 및 소비자 환불 지연 건으로 수세에 몰리면서 모회사인 큐텐 그룹이 궁여지책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두 회사의 채권자는 정산대금을 받지 못한 판매자 최대 6만여곳, 고객 환불을 정산해 주기로 한 카드사·PG사·페이사 등으로 추산된다. 티몬-위메프 등에서 물품 또는 여행상품을 구매한 일반 소비자들까지 더하면 피해 규모는 조단위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사태의 중심인 구영배 큐텐 그룹 대표는 지난 2006년 지마켓의 나스닥 상장을 성공시키며, 상장 과정에서의 노하우를 습득했다. 이후 큐텐은 지난 2022년 9월 티몬 인수를 시작으로 인터파크커머스(2023년 3월), 위메프(2023년 4월), 미국 위시(2024년 2월), AK몰(2024년 3월) 등을 연달아 인수했다. 

큐텐 계열사가 늘어날수록 큐익스프레스 물동량도 함께 늘어나는 구조다. 인수회사 대부분 천문학적 적자를 이어가고 있었지만, 물류회사인 큐익스프레스 입장에선 거래액이 늘어난 만큼 IPO를 통해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겠다는 의지였다. 

이렇게 덩치를 불린 큐익스프레스는 지난해부터 나스닥 상장을 위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심사를 받고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선 올 10월 상장을 유력하게 점쳤다. 특히 시장에서 거론되는 큐익스프레스의 기업가치는 10억달러(약 1조3800억원)까지 불어났다. 이커머스 관계사를 통해 모은 유동성과 거래액은 큐익스레스 IPO의 중요한 밑천이었다. 이를 위해 뿌려진 상품권 및 긴 정산주기를 통해 확보된 현금은 그룹 전체 유동성에 투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이번 사태로 그룹 전반의 유동성 위기 및 무자본 M&A의 위험성이 수면 위로 드러났고 구영배 큐텐 창업주는 큐익스프레스 대표직을 사임한데 이어 이제 정부의 출국금지 명령까지 받은 상태다. 이번 티몬-위메프 환불 지연 사태에 대한 책임 회피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정부는 6000억원에 가까운 혈세를 투입, 금융위기로 번지지 않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업계에선 구 대표의 나스닥 꿈 자체가 무리수였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고금리 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스닥 상장을 위해 무리하게 덩치를 키웠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티몬-위메프의 결손금이 조단위로 치솟고 있는 와중에도 별도의 유상증자 및 자본잠식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다. 티몬은 여전히 2023년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상태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 쿠팡과 경쟁하기 위해 싼값에 자본잠식 기업을 골라 투자, 이를 통해 덩치를 불린 댓가를 치루고 있는 것"이라며 "관계사들의 수익성 악화 국면이 장기화하며 모회사 현금흐름도 말라버린 듯 보이며, 이번 일을 계기로 해외 투자사들이 국내 테크 기업들을 더 보수적으로 볼까 두렵다"고 우려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