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지도 데이터의 반출이 국가 산업에 미치는 영향' 세미나

구글이 요청한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에 대해 전문가들이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고사양의 지도 데이터는 산업의 디지털 혁신을 이끄는 핵심 자원인 만큼 이를 넘겨줄 경우 국내 플랫폼 경쟁력이 약화된다는 지적이다.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내 지도 데이터의 반출이 국가 산업에 미치는 영향'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구글의 고정밀 데이터 반출 요청에 대해 자국 플랫폼 경쟁, 국가 안보, 데이터 자산 확보 등의 이유로 반대하고 나섰다.

구글은 지난 2007년과 2016년에 이어 고정밀 데이터의 반출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2만5000 대 1의 축적을 활용하고 있는데 5000 대 1의 고정밀 데이터를 활용해 자동차 길찾기와 내비게이션, 실시간 교통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정부는 당초 오는 15일이었던 결정 통보 기한을 60일 연장해 오는 8월 11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지도 데이터 반출하면 국내 생태계 무너진다"

발제를 맡은 모정훈 연세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는 지도 반출의 득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고 국내 기업의 경쟁력 구축을 위한 방향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배수현 기자
세미나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배수현 기자

지도 데이터의 경우 위치기반서비스(LBS)와 온라인·오프라인을 연결해주는 전략(O2O)의 핵심 자원으로서 산업 전반의 디지털 혁신을 책임지는 필수적인 자원으로 꼽힌다. 만약 이러한 지도를 활용할 수 없다면 배달의민족, 네이버 지도 등 우리 일상 속에서 편리하게 사용한 서비스를 활용하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지도 데이터는 스마트 시티 등에서도 경제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지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혁신 산업의 경우 현재 약 342조원 규모이며, 오는 2030년에 약 796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 교수는 "미래 시장에서 가장 필요한 데이터는 이러한 지도 데이터가 근간이 된다"며 "따라서 지도 데이터를 가지고 있냐 가지고 있지 않냐는 경쟁력에서 굉장히 큰 차이가 나타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모 교수는 이러한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반출할 경우 대한민국의 정보기술(IT) 역량이 약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용자 수가 많고 서비스 규모가 클수록 서비스의 가치가 향상된다는 플랫폼 시장의 특성 때문이다. 구글 맵 사용자와 네이버 지도 사용자의 경우 약 60~70배가 차이나는 만큼 구글이 고정밀 데이터를 확보할수록 네이버 지도는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이다. 

모 교수는 "사이즈가 큰 플랫폼과 사이즈가 적은 플랫폼이 경쟁을 하게 되면 플랫폼이 사라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구글 맵이 대한민국의 지도를 가지고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티맵과 네이버 지도, 카카오 맵 모두 구멍가게 수준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스타트업도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 반대 입장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구글의 고정밀 데이터 반출 요청에 대해 신중한 결정을 요청하고 있다. 국내 지도 플랫폼 생태계 전체가 붕괴될 수도 있고, 국내 기업과의 역차별 유발, 구글 API 종속 피해 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다. 

세미나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 사진=배수현 기자
세미나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 사진=배수현 기자

정주연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연구위원은 "네이버 지도와 카카오 맵, 티맵 등 국내 지도 플랫폼들은 막대한 투자를 바탕으로 기술을 고도화하고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무료로 혹은 구글보다 훨씬 더 저렴한 API를 활용하고 있다"며 "고정밀 데이터를 허용할 경우 규모의 경제, 출혈경쟁 속 국내 플랫폼들이 사실상 도태될 가능성 커진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구글이 고정밀 데이터를 요구하고 있지만 정작 데이터센터 조차 짓지 않는다는 점은 국내 스타트업에 대한 명백한 역차별"이라고 덧붙였다. 

또 지도 API 특성상 한번 적용될 경우 사용자 경험을 유지한다는 이유로 쉽게 변경되기 어려운 만큼 구글 요금 인상과 정책 변경 등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어렵다고도 지적했다.

대한공간정보학회는 고정밀 데이터 반출 대신 적용할 수 있는 해결 방안에 대해 제시했다. 우선 구글 맵을 쓸 경우 국내 관광 홍보가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하며 이를 위해 길안내 레이어를 구축하는 방안이 있다고 설명했다.

구글이 길안내 레이어의 축소 편집 기능을 활용하면 위성 사진 등에서 인도나 횡단보도, 육교 등의 정보를 추출해 1 대 2만5000 지도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정민 경희대학교 지리학과 교수 겸 대한공간정보학회 국제학술부회장은 "사실은 구글이 이러한 기능을 활용해 돈 들여서 만들기 싫어서 내놓으라는 것으로 보인다"며 "축소 편집이라는 기술로 규정만 손보면 바로 해결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정밀 데이터 반출 시 나타날 수 있는 안보 노출에 대해서는 레이어별로 반출해 우려를 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현재는 법률 상 축적별로 반출할 수 있지만 레이어 별로 반출이 되면 안보시설 레이어는 특별 관리 대상으로 지정할 수 있다"며 "이는 구글과 구체적인 계약이나 협약 등을 통해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배수현 기자 hyeon237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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