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의장이 네트워킹 행사에 참여했다 / 사진=네이버 제공
이해진 의장이 네트워킹 행사에 참여했다 / 사진=네이버 제공

네이버가 이달 중 실리콘밸리에 '네이버 벤처스'를 설립하며 미국 스타트업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네이버 벤처스는 지난 10년간 다양한 스타트업과 동반성장을 일궈온 기업형 벤처캐피탈 '네이버 D2SF'와 힘을 합쳐 국내외 다양한 스타트업을 지원할 예정이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글로벌 무대에 나갈 '원석'을 발굴하는 한편, 전 세계 기술과 인재, 자본이 집약된 실리콘밸리를 연계해 성장 가능성을 한층 높인다는 전략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벤처스'와 'D2SF' 간 협력을 통해 AI 시대에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다양한 국내외 스타트업을 발굴·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양상환 네이버 D2SF 센터장은 페이스북에 "D2SF가 한국을 중심으로 북미로 확장한다면, 벤처스는 북미를 중심으로 글로벌로 확장하는 비전을 갖고 있다"며 "전자가 초기에 집중한다면 후자는 조금 더 성장 단계의 팀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형제 같은 두 조직은 역량과 리소스 상당 부분을 공유한다"며 "D2SF 멤버들도 고스란히 참여하면서 벤처스와의 유기적인 연결을 보장하게끔 설계돼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네이버가 스타트업 지원 전략을 확장한 건 AI 전략과 맞닿아 있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네이버가 글로벌로 진출해 빅테크와 경쟁하기 위해선 특화된 전략을 가지고 동반자와 함께 성장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최근 네이버 벤처스 설립을 앞두고 현지에서 열린 네트워킹 행사에서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려면 빨리 포커스를 해야 하고 돌멩이 하나를 잘 던져야 한다"며 "AI 시대에도 다양성이 중요한 만큼 이를 위해서는 네이버뿐 아니라 더욱 다양한 파트너들과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네이버 벤처스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현지의 유수한 기술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전략적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김남선 네이버 전략투자 대표가 초대 대표를 맡는다. 김 대표는 네이버가 인수한 미국 중고거래 플랫폼 '포시마크' 이사회 집행의장으로 인수 과정에서도 참여한 경험이 있다. 네이버는 네이버 벤처스를 통해 글로벌 테크 트렌드를 발빠르게 따라가며 북미 현지의 혁신 기술·인재·파트너십을 통한 시너지로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한 첫 투자처로 네이버는 영상 AI 스타트업인 트웰브랩스를 선택했다. 트웰브랩스는 AI 영상 이해 파운데이션 모델 '페가수스'와 '마렝고'를 중심으로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글로벌 조사기관 CB인사이트가 선정한 '세계 AI 100대 기업'에 4년 연속 이름을 올릴 만큼 글로벌 무대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네이버는 이러한 트웰브랩스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온서비스AI' 전략을 확장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양상환 네이버 D2SF 센터장이 지난 10년 간 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 사진=배수현 기자
양상환 네이버 D2SF 센터장이 지난 10년 간 성과를 발표하고 있다 / 사진=배수현 기자

D2SF는 국내 초기 스타트업 육성·발굴에 집중, 글로벌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맡는다. D2SF는 네이버 벤처스와 함께 스타트업과의 동반성장을 위해 유기적인 협력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가능성을 지닌 초기 국내 스타트업이 규모를 키우기까지는 네이버 D2SF가, 몸집을 키워 북미에 진출할 경우 네이버 벤처스가 더 큰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계다.

D2SF는 설립 이후 10년 간 총 115개 스타트업에 투자했으며, 이들 스타트업의 누적 기업가치는 지난 2021년 1조3000억원에서 5조2000억원으로 성장했다. 특히 네이버 D2SF에서 투자한 스타트업의 81%는 글로벌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어 네이버 벤처스와 시너지가 클 것으로 보인다.

배수현 기자 hyeon237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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