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 사진=서미희 기자
김익현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 사진=서미희 기자

"스테이블코인은 기존 금융과 디지털 기술이 맞닿은 지점에서 작동하는 자산입니다. 은행 중심 구조로 고정하기보다는 기술 기업의 참여와 시장 자율성을 반영한 유연한 규제가 필요합니다"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기존 금융규제의 틀을 그대로 덧씌우기보다는 디지털 자산 산업의 특성을 고려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김익현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테크M과의 인터뷰에서 "스테이블코인이 법정화폐에 준하는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을 고려해 발행 주체를 제한해야 한다는 우려도 존재하다"며 "하지만, 넓은 의미의 금융 규제 틀 안에서 기술 기업이 발행 주체가 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변호사는 미국 의회에서 9월 통과가 예상되는 '지니어스법안(GIANTS Act)'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니어스법안은 은행뿐 아니라 인가받은 비은행 기업에도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한다"며 "이는 스테이블코인의 본질이 '디지털 기반 금융'에 있다는 점을 인정한 조치이며, 우리도 유사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림자 규제 없애고 합법적 사업 기반 마련한 디지털자산기본법"

김 변호사는 최근 민병덕 의원이 발의한 '디지털자산기본법'의 의미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그동안 특금법이나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은 대부분 거래소 중심의 규제에 머물렀다"면서 "실제로 현장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자산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는데 이들 대부분이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실제로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수많은 형태의 가상자산 관련 사업 형태들을 충분히 포함하지 못해 그림자 규제가 나타났다. 이로 인해 사업자들은 그레이 영역에서 불안하게 사업을 진행하거나 포기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번 법안이 디지털자산 업권을 10가지로 분류하고 각 업권에 대해 인허가 요건과 준수사항을 제시한 점은 산업 불확실성을 줄이고, 사업자들이 합법적 틀 안에서 안정적으로 사업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여러 사업형태에 대해 인허가 요건과 준수사항을 최대한 규정함으로써 탈법행위를 막고 이용자보호에 기여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각 사업형태에 대해서 과도하거나 잘못된 방향의 요건이나 준수 의무를 부과한 것은 아닌지 지속적인 검토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발행자에 대한 규제 주체를 두고는 금융위원회 중심의 일원화 모델과 별도 디지털자산 전문위원회를 두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이에 대해 "금융위는 기존 금융감독의 전문성을 갖춘 반면, 디지털 자산에 대해서는 보수적 접근이 강하다"며 "산업 육성과 혁신 측면에서는 디지털 자산 전문기구가 보다 전향적인 접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중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외부 민간위원 선임이 제도적으로 보장되지 않으면 권한 남용이나 편향된 정책 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떤 모델이든 실제 운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기존의 금융기관에 대한 관치적인 규제 방향을 그대로 적용해선 안 되고, 디지털자산에 대한 부정적 시각 일변도의 모습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면서 "이미 상당부분 진행되어버린 디지털자산 시장의 실제를 인정하면서 건전한 발전과 육성 위주의 규제체계가 필요하며, 어떤 규제 주체가 되든 이런 방향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제도적 실무적 개선을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존재 이유에 대한 '본질적 고민' 필요" 

김 변호사는 단순히 '다른 나라가 하니까 우리도 하자'는 논리는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왜 필요한지, 어디에 사용될 것인지에 대한 본질적 고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김익현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 사진=서미희 기자
김익현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 사진=서미희 기자

그는 "송금 편의나 비용 절감은 부수적 이유일 뿐, 결국에는 원화 기반 디지털자산이 우리 금융 시스템의 중심축으로 작동하며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 돼야 한다"고 전했다.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토스 등 주요 핀테크 기업들이 스테이블코인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데 대해선 "자기자본 요건, 준비자산 확보뿐 아니라 보안, 기술 인력, 공시 체계 등 전방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발행 이후 사고 발생 시 큰 법적 책임이 뒤따를 수 있기 때문에 철저한 사전 대응과 컴플라이언스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은행 중심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힌 데에 대해서는 CBDC와 스테이블코인은 방향성 자체가 다르다고 명확히 강조했다. 

그는 "CBDC는 중앙집중형 모델이고, 스테이블코인은 민간 주도의 유연한 방식"이라며 "각각의 역할이 다른 만큼 공존은 불가피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경쟁 관계도 생길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이 둘이 시장에서 상호 보완적 기능을 하도록 제도를 정교하게 설계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연한 규제 필요..."정부는 시장 창의성 이끌 기반 제공해야"

아울러 김 변호사는 "외국환관리법상 역외거래 문제는 디지털자산 시장의 핵심 불확실성 중 하나"라고 짚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이 실질적 결제수단으로 활용되기 시작하면서 외환 이슈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며 "신고 수리 여부조차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자들은 사실상 불법과 합법 사이를 오가는 불안정한 상태로 운영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법 개정 또는 유권해석을 통해 외환당국이 스테이블코인과 역외거래 관련 입장을 조속히 또 명확히 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또한 민병덕, 강준현, 안도걸 의원이 발의한 법안들이 연내 통합·통과될 가능성에 대해선 신중론을 펼쳤다. 정치 변수를 배제하면 연내 처리도 가능하겠지만, 아직은 낙관하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다만 지니어스법안 통과와 유럽의 미카(MiCA) 시행 등 글로벌 환경 변화로 더 이상 국내 논의를 미루긴 어려울 것이라고 부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은행 중심의 보수적 규제로는 디지털금융 시대의 기회를 살리기 어렵다"며 "디지털자산 산업을 제도화하고 시장이 창의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익현 변호사는 법무법인 율촌의 '가상자산·블록체인팀'을 이끌고 있으며, 30여 명의 전문가들과 함께 국내외 디지털자산 및 블록체인 관련 자문을 폭넓게 수행해왔다. 

서미희 기자 sophia@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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