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주의를 천명, 국내 기업인 출신 인사를 대거 기용한 이재명 정부를 두고 정치권 내 일각에서 특정 기업에 특혜를 주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네이버 출신 인사들이 유독 정부 내 주요 인사들로 발탁되며  '특정 기업 챙겨주기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

이는 사실과 다르다. 마치 네이버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시장과 정부의 혜택을 받았다는 듯한 인식이다. 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시각으로 보여진다. 오히려 테크 기반 신성장 동력을 키우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실용주의로 이해해야한다

시작은 대통령비서실 인공지능(AI) 미래기획수석(차관급) 신설에서 시작됐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직후인 지난달 15일,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 이노베이션 센터장을 초대 AI 수석으로 전격 기용했다. 하정우 수석은 국내에선 첫 손으로 꼽는 AI 전문가다. 업계에서도 그가 정부 고위 공직자로 합류할 것이라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그만큼 정치적 이해관계 없이, 토종 AI 개발에 매진하던 개발자에 불과했다. 

이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네이버에서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한성숙 후보자가 내정되자, 네이버 출신 인사들이 행정부를 채우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여기에 네이버 대표를 지낸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까지 지명되자, 야당에선 대놓고 '네이버 챙기기'라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또 네이버?, 끈끈한 후원에 대한 보은이 아닌가"라며 "이재명 대통령의 네이버 사랑은 오래됐다"고 지적했다. 

겉으로 보면 네이버를 거친 기업인들이 대거 중용된 것처럼 보이지만 면면을 따지면 각각 관광, 중소상공인 관련 사업, AI 부문에 특화된 인물이다. 하정우 수석은 정치색이 없는, 실제 회사 경영이 아닌 연구개발 전문가다. 특히 그는 지난 윤석열 정부에서도 디지털플랫폼 정부위원회 초거대 AI 공공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기도 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모두가 인정한 AI 전문가라는 의미다. 

한성숙 후보자 역시, 네이버 대표를 맡았지만 그는 CEO로 활동한 시간 내내 중소상공인의 디지털전환에 공을 들였다. 네이버가 국내 최대 인터넷 포털이자, 쿠팡과 더불어 이커머스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플랫폼 사업자라는 점에서 네이버 CEO 출신 중기부 장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 후보자는 사실 네이버 출신 CEO라고 규정하기에 애매한 부분이 있다. 그는 2005년 네이버(당시 NHN) 대표이사를 맡았지만, 당시엔 현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뿐 아니라 한게임 창업자로 네이버에 합류한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가 함께 NHN에서 활약하던 시기다.

특히 최휘영 후보자는 지난 2009년 네이버 대표를 떠나 NHN 비즈니스 플랫폼 대표를 맡았고, 이후에는 경영 고문으로 머물며 사실상 네이버와 거리를 두게 된다. 고문 자리를 나온지도 어느덧 10년이 됐다. 그리고 최근까지 인터파크, 인터파크트리플, 놀유니버스 공동대표를 지내며 인터넷 기업이 아닌 여가 플랫폼 전문경영인으로 활동해 왔다. 네이버가 아니라, 야놀자 계열의 인사로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결국 이같은 논란은 우리나라 테크 산업 역사의 중심에 항상 네이버가 있었기에 일어난 해프닝으로 봐야한다. 사실 현존하는 국내 테크 인사 중 네이버 출신이 아닌 이를 찾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그의 주변 인사들은 모두 과거 성남시정과 경기도정을 맡으며 테크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AI 시대에 접어들며, 디지털 산업 내 국경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시기다. 억지로 논란을 만들기 보다는, 오히려 더 많은 네이버 인사들의 입각을 기대해야 하지 않을까.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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