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17일은 제 77주년 제헌절이다. 제헌절은 단순히 헌법이 제정되고 공포된 날이라기보다 국가 정체성을 정립하고 국가 주권을 확실히 세운 날로 바라봐야 한다. 여기서 '주권'이라함은 꽤 오래된 단어 같기도 하지만 온 국민이 평온한 일상을 살아가는 근간이기도 하다. 특히 상실에 대한 아픔을 지니고 있는 우리나라에게 주권은 더욱 중요하다. 그만큼 주권을 빼앗기는 것은 순식간이며, 이를 지키는 것은 영원의 과제다.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구글의 고정밀 데이터 반출 요청에 응하는 것은 공간정보 주권을 넘겨 주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리 정부는 내달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 종료 시한이 다가오면서 다양한 협상 카드를 고려하고 있다. 이 가운데 고정밀 지도 반출 협상안으로 거론되면서 데이터 주권이냐 통상이냐 갈림길에 놓여있다.

구글은 데이터 반출을 신청하며 서비스 고도화와 관광 산업 활성화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고정밀 데이터를 보유한다면 이를 구글 데이터센터가 네비게이션 서버에 활용할 수 있어 한국에서도 손쉽게 길 찾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곧 한국의 관광 산업 활성화로도 이어져 마치 '윈-윈(win-win) 전략'처럼 비춰진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인 이유로 추정된다. 공간정보는 자율주행과 스마트 시티, 디지털 트윈 등 국가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핵심 기술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즉, 플랫폼의 규모를 막론하고, 국가를 막론하고 공간정보 데이터를 잘 활용할 수 있는 곳만이 미래 산업을 주도할 수 있는 것이다. 

구글은 이러한 공간정보 데이터의 활용 가능성을 미리 내다 본듯 자율주행차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구글의 자율주행택시인 '웨이모'의 경우 미국 전역을 오가며 활발하게 운행되고 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구글은 웨이모의 서비스 주행거리가 1억6000만킬로미터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총 주행 거리가 5000만마일을 넘어선 뒤 6개월여 만에 두 배로 증가하며 자율주행 사업을 가속화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데이터 반출을 허용할 경우 국내 플랫폼의 기술 주권을 빼앗길 우려가 크다. 상대적으로 몸집이 작은 국내 플랫폼이 구글과 같은 대형 플랫폼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기술에 있어 우위를 점해야 한다. 현재 국내 플랫폼은 막강한 기술력을 위해 꾸준히 연구·개발하며 진화해 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네이버의 경우 디지털 트윈 기술을 바탕으로 중동의 스마트 시티 구축에 앞장서고 있으며, 이는 그동안 축적한 공간정보 기술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더 나아가 중소기업에게는 더 큰 위기다. 우리나라 공간정보 산업은 법적으로 중소기업 제한 경쟁 대상으로 선정돼 중소기업 위주의 성장을 이뤄왔다. 대기업의 참여가 한정적으로 허용되긴 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공간정보 사업체는 중소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구글 데이터 반출이 허용될 경우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굴지의 국내 플랫폼도 입지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중소기업의 생존은 더욱 험난해질 것이다. 

고정밀 데이터는 우리나라 안보와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국방 주권이 침해될 수도 있다. 특히 남북 분단 상황에 놓여있는 우리나라에게는 더욱 치명적이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과 이란 정밀 타격에서 보듯 고정밀 지도 데이터 반출은 위험천만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남북분단 상태에 있는 우리나라는 국가 안보 현실을 우선적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현재의 상황을 고려할 때 단호히 거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결국 구글의 데이터 반출은 '생떼'에 불과하다. 정부가 요구한 데이터센터 구축마저도 거부하며 오로지 정보 탈취만을 위해 억지 주장을 펴고 있는 셈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상호관세의 협상 테이블에서 지도 데이터 반출 카드를 만지작 거리는 것은 결국 우리나라 주권을 넘겨주겠다는 것과 같다.

데이터냐 협상이냐를 논하기 앞서 전제가 되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주권을 빼앗겨도 되는가. 당연히 정답은 '아니오'다. 

배수현 기자 hyeon2378@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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