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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츠마골프&리조트 안내 표지판. 이때부터 설렘이 시작된다. / 사진=조성준 기자

카트에 설치된 태블릿에서 보이는 코스 맵에 앞뒤팀이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눈을 돌려봐도 따라오는 팀은 없다. '이게 바로 황제골프구나.' 얼마나 지났을까. 그린을 벗어난 뒤 무심결에 뒤를 돌아보니 모자를 쓴 사람이 있는것이 아닌가. "누구지? 뒷팀이 있었나?"... 알고보니 그는 그린을 관리해주는 '그린키퍼'다. 우리가 지나간 자리를 실시간으로 관리해주는 세심함. 일본 골프의 코스 관리는 기대 이상이었다

연일 푹푹 찌는듯한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늘로 더위를 피해도, 선풍기 앞에 얼굴을 들이대도 뜨거운 바람은 어쩔 수 없다. 폭염과 열대야로 이어지는 날씨 탓에 국내 여름 골프 환경이 악화되면서, 국내 골퍼들은 푸릇한 잔디가 살아 숨쉬는 일본 가고시마현 사츠마 지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 대표 골프기업인 쇼골프가 인수한 사츠마 골프&리조트에 다녀왔다. 일본 100대 기업으로 꼽히는 다이와증권으로부터 2년전에 골프장을 인수한 쇼골프는 일본 현지에서도 한국인들이 편리하게 골프를 즐길 수 있도록 K골프 문화를 일본 골프장에 접목했다. 


500m 고원에 위치...여름에도 시원한 바람 '살랑'

사츠마골프&리조트는 해발 약 500m 고원 지대에 위치해있다. 한여름에도 불구하고 공기가 산뜻하고 바람이 선선하게 불기 때문에 골프를 즐기기 위한 최적의 날씨 환경을 제공한다. 특히 오전에는 맑은 날씨가 이어지면서 종종 짧은 스콜이 열기를 식혀주기 때문에 자연이 주는 쾌적함 속에서 쿨링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이러한 기대감을 안고 지난 8일 새벽 집을 나섰지만 예상하지 못한 변수를 만났다. 바로 일본 현지의 기상악화. 가고시마 공항 사정으로 인해 한국에서 출발하는 비행기가 결항되며 출발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을 맞닥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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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가고시마 공항에 도착하면 사츠마골프&리조트에서 픽업을 온다. 보이는 트럭에 짐을 싣고 버스에 탑승하면 된다. / 사진=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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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츠마 골프 코스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일본식 그늘집. 뜨거운 햇살을 피해 더위를 식힐 수 있다. / 사진=조성준 기자

당초 계획은 이랬다. 오전 9시20분 비행기를 타고 오전 11시경 가고시마 공항에 도착한 뒤, 사츠마골프&리조트에서 제공하는 송영버스를 타고 리조트로 이동한다. 이후 점심식사 후 오후에 바로 티업하는 일정이 날씨의 변수로 무너졌다. 나중에 알고보니 가고시마 공항에 비가 너무 많이 와 침수되는 바람에 항공기가 착륙할 수 없어 운항 자체를 막은 것이었다. 

비행기가 결항된 탓에 하루 늦은 지난 9일 가고시마로 향했다. 일정은 같다. 오전 9시 20분 비행기를 타고 가고시마 공항에 도착해 버스를 타고 리조트로 이동한다. 공항에서 리조트까지는 40분정도 소요됐다. 버스에는 한국어로 리조트 안내 방송이 나오고, 한국인 직원이 직접 궁금한 부분에 대해 설명해 주기 때문에 일본이지만 한국에 있는 듯한 생각을 하기도 했다. 


QR 체크인·자율주행 카트...골프에 접목된 IT

리조트에 도착한 뒤에는 일본어를 몰라도 상관없다. 엑스골프 앱 내에 있는 QR코드를 활용해 10초만에 체크인이 가능하다. 앱을 켠 뒤 QR코드를 보여주자 번호가 적혀있는 락커키를 준다. 의아했다. 리조트를 이용하기 때문에 락커가 필요하지 않아서다. 

하지만 리조트 내에서 이용하는 모든 시설(매점, 레스토랑 식사, 추가 라운드 등)이 락커키에 적혀있는 숫자로 결제되고, 체크아웃시 모든 정산이 한꺼번에 이뤄진다. 락커를 사용하지 않아도 리조트에 머무는 내내 사용하는 일종의 결제수단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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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가 스스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을 찍었다. 정해진 코스를 알아서 움직이기 때문에 카트를 운전할 필요가 없다. / 사진=조성준 기자

날씨는 시원했다. 기자가 방문했을 때에는 하루종일 비예보가 있었지만, 미스트처럼 흩날리는 빗방울덕에 오히려 시원하게 골프를 즐길 수 있었다. 실제로 엑스골프 이용자 후기를 살펴보면 "코스가 좋다", "잔디 관리 상태가 최상이다", "여름에 시원하게 즐길 수 있다"등의 후기를 어렵지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일본에서의 골프는 기본적으로 노캐디 시스템이다. 골퍼들은 카트에 설치된 태블릿을 보고 직접 자신만의 공략법으로 플레이를 해야한다. 캐디가 없어도 카트 운전은 문제가 없다. 전 코스를 카트에 입력해놨기 때문에 엑셀을 밟거나 핸들을 조정할 필요가 없다.

사츠마 골프 코스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조형물인줄 알았지만, 볼을 닦는 도구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 사진=조성준 기자
사츠마 골프 코스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조형물인줄 알았지만, 볼을 닦는 도구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 사진=조성준 기자

심지어 스스로 운전을 하고 싶어도 조작이 되지 않는다. 버튼을 한번 누르면 출발하고, 또 누르면 멈추는 카트를 반복해 이동한다. 현장에서 2인승 카트를 선택하면 페어웨이 진입이 가능하지만 기자가 방문했을 때에는 우천 다음날이어서 2인승 카트는 사용이 제한됐다. 

번거로운 점이 있다면 모든 채를 스스로 들고가야 하고, 남은 거리를 직접 측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일본은 기본적으로 거리 단위를 '야드'로 사용하기 때문에 한국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미터'와는 다른 거리감을 보인다. 남은거리가 '100'이라고 하면 한국에서는 100미터를 의미하겠지만, 일본에서는 100야드다. 100야드를 환산하면 91.44미터다. 태블릿에 보이는 숫자를 미터로 생각하고 클럽을 선택한다면 목표한 곳을 넘겨버리는 장타를 과시할 수도 있다. 


여유있는 황제골프...오리가족 만남은 행운

사츠마 골프 코스에는 일본의 여유로움이 묻어있다. 앞뒤 간격이 한국보다는 넉넉하게 잡혀있어 앞팀을 따라잡을 수도, 뒷팀에게 따라집힐일도 없다. 실제로 사츠마 골프&리조트를 찾았을 때 앞뒤팀의 실루엣을 본적조차 없다. 오로지 나만의 플레이에만 집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카트에는 수기로 적을 수 있는 스코어카드와 몽당연필이 비치돼 있다. 3년전 골프를 처음 시작한 기자는 배울때부터 태블릿을 통해 스코어를 입력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선배들로부터 "옛날에는 스코어카드를 직접 손으로 적었지'라는 라떼(?)시절 이야기를 종종 듣곤 했다. 말로만 듣던 종이에 스코어를 적는 체험을 비로소 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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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코스에서 만난 오리가족들. / 사진=조성준 기자
오리가족의 배를 채워주기 위해선 스타트하우스에서 오리의 먹이를 구매해 출발해야 한다. / 사진=조성준 기자
오리가족의 배를 채워주기 위해선 스타트하우스에서 오리의 먹이를 구매해 출발해야 한다. / 사진=조성준 기자

종이에 스코어를 적는 것이 불편한 골퍼들은 한국에서처럼 태블릿에 스코어를 직접 입력하면 된다. 골프를 즐겨본 사람은 안다. 조수석에 앉은 사람의 역할은 스코어카드를 담당한다는 것을. 이번 방문 당시 조수석에 자리잡은 기자는 매 홀마다 동반자들의 스코어를 기억해내며 스코어 입력에 심혈을 기울였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오리 가족이다. 일본에서는 돈이 많은 사람이 오면 오리들이 뒤를 졸졸 따라다닌다는 속설이 있다. 전반과 후반 마지막홀, 9번홀과 18번홀 사이에 서면 오리 가족이 다가와 입을 벌리고 있다. 오리의 먹이는 라운드 출발 전 스타트하우스에서 100엔에 구매할 수 있다. 

하나의 꿀팁을 전하자면, 리조트에서 머무는 동안 방청소를 원하지 않는다는 표시를 문앞에 붙여두면 매점에서 사용이 가능한 500엔 쿠폰을 지급한다. 이를 활용해 라운드 전 마실 수 있는 음료 등을 구매해 골프에 나설 수도 있다. 


겨울 휴장은 없다...1년 내내 또 가고 싶은 곳

사츠마골프&리조트는 일본 열도에서도 남쪽에 위치해있다. 쉽게 말하면 제주도에서 조금만 더 가면 도착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비행시간만 계산해 봤을때 1시간이 채 되지 않았다. 비행기에 탑승해 이륙한뒤 기내식을 먹으면 착륙을 준비한다. 서울에서 강원도까지 가는데 1시간 이상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접근성이 뛰어난 편이다. 

항공편도 다양하다. 대한항공과 제주항공에서 운항하고 있고, 10월부터는 증편을 앞두고 있는 만큼 다양한 프로모션도 준비되고 있다. 여름뿐만 아니라 가을이나 겨울에도 골프 여행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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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츠마골프&리조트 레스토랑 입구. / 사진=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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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츠마골프&리조트 프론트 데스크. / 사진=조성준 기자

특히 사츠마 골프&리조트의 진가는 겨울에 발휘된다. 제주도보다 남쪽에 위치해 있어 한겨울에도 가을 정도의 날씨를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에서 많은 눈이 내려 폭설의 위험이 있을때 사츠마골프&리조트는 15도 가량의 온도를 보인다. 한겨울에도 한국 골퍼들이 가고시마를 찾아 성수기를 맞이하는 것이다. 

한국 골퍼들을 위한 다양한 상품도 준비돼있다. 여름에 시원한 기후적인 특성상 하루 최대 45홀까지 라운드가 가능한 무제한 상품도 선보였다. 체력이 약한 기자조차 최상의 코스에 반해 18홀 라운드 후 9홀을 추가해 하루 27홀까지 플레이를 해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마음뿐이다. 기자의 골프 인생 중 역대급으로 즐거웠던, 꿈의 라운딩이었다. 

가고시마(일본)=조성준 기자 csj0306@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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