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코인마켓캡
사진=코인마켓캡

 

글로벌 디지털 자산 시장의 판도가 다시 요동치고 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주춤한 사이, 조용히 존재감을 키워온 바이낸스(BNB) 생태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바이낸스가 만든 토큰 BNB는 단순한 거래소 코인을 넘어, 이제는 자체 블록체인 생태계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5일 코인거래업계에 따르면 바이낸스 BNB의 시가총액은 224조원 규모로 솔라나를 제치고 글로벌 코인 시가총액 5위로 올라섰다. 특히 최근 두달새 50% 가까이 덩치를 불리며 급격한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뿐만 아니라 BNB 체인 내 총 예치자산(TVL)은 80억 달러를 돌파, 글로벌 주요 디파이 플랫폼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다.

사실 BNB는 거래소 수수료를 할인해주는, 일종의 거래소 코인을 출발했다. 그러나 BNB의 현재 위치는 완전히 다르다. 바이낸스 스마트 체인(BSC, 현재의 BNB 체인)을 출범시키며, BNB를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연료로 재정의했다. 탈중앙화 거래소(DEX), 게임, 디파이, 인프라 프로젝트까지 수천 개의 애플리케이션이 이 생태계 위에서 돌아간다.

또다른 BNB 생태계의 강점으로 토큰 이코노미 운용이 꼽힌다. 매 분기마다 이익의 일정 부분을 활용해 BNB를 시장에서 소각(공급 축소)함으로써 가치 희소성을 높이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BNB 체인 블록 생성 수와 가격을 기준으로 분기마다 일정량의 BNB를 자동 소각해 공급을 줄이는 구조다.

이는 사실상 바이낸스 경제권의 통화 정책과 같다. 거래, 수수료, 스테이킹, 런치풀 투자 등 모든 생태계 활동에 BNB가 사용되며, 코인의 순환 구조가 완결된 형태를 띠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BNB는 바이낸스의 GDP와 연결된 통화"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사진=바이낸스

 

특히 흥미로운 점은, BNB의 가치가 더 이상 바이낸스 거래소의 실적에만 연동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해부터 강화된 글로벌 규제 속에서도, 바이낸스는 거래소 비중을 줄이고 블록체인 생태계 중심으로 무게를 옮겨왔다. 바이낸스가 주도하는 디파이, NFT, L2 프로젝트가 잇따라 등장하며, BNB는 거래소 밖에서도 활발히 쓰인다. 중앙화된 거래소에 의존하지 않는 구조가 형성되면서 '바이낸스=거래소'라는 인식에서 '바이낸스=웹3 인프라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최근 바이낸스는 실물자산토큰(RWA)과 AI 결합 영역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RWA 프로젝트에 BNB 체인을 적용해 채권, 부동산, 예술품 등 실물 자산을 블록체인상에서 거래할 수 있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이같은 BNB 생태계 확장은 국내 코인 생태계에도 적잖은 영향을 주고 있다. 국내 주요 거래소와 프로젝트들이 바이낸스식 모델을 벤치마킹하며, 단순 거래소 운영을 넘어 자체 블록체인·토큰 생태계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국내 1위 사업자 두나무(업비트)는 기와(KIWA) 체인을 중심으로 웹3 인프라를 구축 중이며, 네이버와 손을 잡고 차세대 웹3 플랫폼 구축에 나설 전망이다. 빗썸 역시 자체 토큰 발행 및 결제형 서비스 연동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거래소들이 규제 부담을 이유로 자체 코인을 포기했다면, 이제는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블록체인 네트워크 자체를 보유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는 것.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블록체인 시장이 여전히 규제 리스크와 내수 한계에 묶여 있는 사이, 바이낸스는 코인 하나로 전세계 금융과 인터넷 산업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진화했다"며 "BNB의 행보는 국내 시장이 나아가야 할 다음 방향을 보여주는 '거울'이 되고 있고, 이젠 적극 벤치마킹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이수호 기자 lsh5998688@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