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적 변화보다 장기적 방향성 변화 무게
보안 이슈 수습·수익성 개선 등 현안 급선무
KT가 차기 대표 선임 절차에 착수하면서 합병을 위한 업무협약(MOU) 체결 이후 2년 가까이 정체된 티빙-웨이브 통합 논의에 물꼬를 틀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새로운 리더십이 어떤 의제를 우선순위로 삼느냐가 향후 흐름을 가르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1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의 차기 대표이사 후보 공개모집 절차가 지난 16일부로 종료됐다. 이사후보추천위원회 주도로 진행된 이번 공모는 김영섭 KT 대표가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히면서 시작됐다.
김 대표는 불법 초소형 기지국(펨토셀)을 악용한 KT 고객 무단 소액 결제 사건으로 팸토셀 관리 및 대응 부실 문제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정치권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국정감사 당시 사태 수습을 이유로 확답을 피하던 김 대표의 거취는 이번 임기를 마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KT는 김 대표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차기 대표를 선임할 예정이다. 기업가치를 높이고 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전문 인재를 신임 대표의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에 따른 구체적인 후보군의 윤곽이 조만간 밝혀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대표' KT스튜디오지니 입장 선회 관심
OTT업계에서는 콘텐츠·미디어 사업 전략을 다각도로 조정해온 KT가 새로운 리더십 아래 미디어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재정비할지 관심이 크다. 대표 교체는 단기간에 합병을 단행할 동력으로 보기 어렵지만 중장기적으로 협상에 필요한 새판 짜기의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웨이브와 티빙의 합병에 미온적 태도를 보여온 KT스튜디오지니가 입장을 선회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KT스튜디오지니는 13.54%의 지분을 보유한 티빙의 2대 주주로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과정 장기화 배경으로 거론된다.
KT 측은 당초 합병에 부정적 입장을 보여왔다. 김채희 KT 미디어부문장은 지난 4월 열린 KT그룹 미디어토크 현장에서 "지상파 독점력이 떨어지고 있는데 합병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나 방향성이 티빙 주주가치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CJ 그룹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 공식적인 입장은 적절한 시점에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하지만 KT는 지난 4월 이후 합병에 대해 별도의 입장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내년까지 추진 장기화 무게...방향성 변화 주목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도 합병 경과를 예의주시 중이다. 지난 8월 부산에서 열린 'OTT·FAST 산업의 AI 혁신 현장 간담회'에 참석한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은 CJ ENM 측에 진행 상황을 물었다.
당시 최주희 티빙 대표는 연내 추진 가능성을 확답하지 않으면서도, 이는 곧 연내 추진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모호한 답변을 내놓았다. 티빙과 웨이브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조건부 승인으로 현재 결합상품 판매와 같은 사전 작업을 지속 중이다.
CJ ENM에서도 장기화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CJ ENM은 지난 6일 열린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이해관계자들과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시기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공개했다.
전문가들은 합병 필요성에 동의하면서도 추진 과정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조영신 동국대 미디어연구소 대우교수는 지난 11일 국회 간담회에서 넷플릭스의 독주 체제를 견제할 대안 플랫폼으로서 티빙-웨이브의 합병을 거론했지만 "누군가 나서서 강제할 순 없는 일"이라고 부연했다.
더군다나 KT와 티빙 모두 내부적으로 해결해야 할 현안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합병 논의가 내년 하반기까지 밀릴 가능성도 있다. KT는 최근 보안 사고를 겪으며 조직 안정화와 내부 통제 강화가 시급하고, 티빙은 제작비 효율화와 수익성 개선이 과제로 떠올랐다.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 기류 변화에 대표 교체의 영향이 없진 않겠지만 거대한 당면 과제 앞에서 KT에게 합병 이슈가 얼마나 비중 있게 다루어질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임경호 기자 lim@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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