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시대를 '콘텐츠의 시대'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현대인들은 문자 그대로 홍수처럼 넘쳐나는 콘텐츠 흐름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유튜브 등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의 영향력도 그만큼 강력해지게 됐습니다.
그런데 플랫폼 입장에서 점차 중요해지는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콘텐츠를 검열하는 문제입니다. 폭력, 사기, 포르노, 편견 등 혐오 콘텐츠는 정상적인 콘텐츠만큼이나 양산되고 있기에 이를 검열하고 규제하는 기준과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이전에 페이스북과 구글은 인공지능(AI)를 통해 문제 소지가 있는 영상에 표시를 하고, '콘텐츠 모더레이터'라는 콘텐츠 감독 인력이 이를 최종 검토한 후 삭제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이러한 방식을 지속하는 것은 어려워졌습니다. 콘텐츠 모더레이터는 업무 특성상 보안 유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재택근무가 불가능합니다. 때문에 구글과 페이스북은 콘텐츠 모더레이터 인력을 대거 정리하고 AI에 콘텐츠 검열을 의존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 IT전문매체 프로토콜은 유튜브와 페이스북의 2분기 콘텐츠 전략을 분석하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보고서는 "코로나19 이후 사람이 리뷰하는 과정을 대폭 줄이면서 과소 규제와 과잉 규제 중 한 쪽을 선택해야 했다"면서 "페이스북은 전자를, 구글은 후자를 택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유튜브는 표현의 자유보다 플랫폼의 책임성을 우선한다고 판단해 '과잉규제 위험'을 택했습니다. 유튜브는 평소라면 삭제되지 않았을 영상까지 규제하며 3배나 많은 영상을 삭제했습니다. 당연히 항의하는 이용자가 늘었고, 유튜브는 항소 절차를 강화해 검열했던 콘텐츠를 상당수 구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운영하는 인스타그램이 삭제한 콘텐츠 숫자는 절반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아동 학대 관련 2분기 삭제 건수는 전분기의 절반으로, 자살 관련 콘텐츠 삭제 건수는 79% 줄며 평소라면 삭제됐을 콘텐츠 중 상당수를 삭제하지 않았습니다. 표현의 자유 쪽에 무게를 둔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글을 두고 삭제 처리하지 않은 것에서도 이러한 페이스북의 정책 방향성을 알 수 있습니다.
두 기업의 선택에 무엇이 옳고 그르다 정답을 내리는 것은 어려워 보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선택이 앞으로 두 회사의 방향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자료=미디어뱀부
정리=김현기 기자 khk@tech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