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화학상 수상의 영예는 두 명의 여성 과학자 '임마누엘라 샤르펜티어(Emmanuelle Charpentier)'와 '제니퍼 다우나(Jennifer Doudna)'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7일(현지시간) '유전자 편집(genome editing)'의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이들을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유력 후보로 꼽혔던 한국의 '현택환' 교수 수상은 불발됐다. 

샤르펜티어와 다우나는 '크리스토퍼 유전자 가위'를 개발해 유전자 편집 기술 발전에 공을 세운 인물이다. 샤르펜티어는 프랑스의 미생물학, 유전학, 생화학 분야의 교수 겸 연구원이며 다우나는 미국 출신으로 UCLA 화학과 교수다. 샤르펜티어와 다우나는 박테리아의 '크리스퍼-카스(CRISPR-Cas9)' 면역 체계의 분자 메커니즘을 해독하고 이를 유전자 편집 도구로 활용 가능하게 한 역할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2011년 공동 연구를 시작해 마침내 2020년 노벨 화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사진=노벨위원회
사진=노벨위원회

 

유전자 편집은 생물의 유전체에서 특정 유전자를 편집하는 방법이다. 인공적으로 특정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인식할 수 있는 핵산분해효소를 합성한 뒤 이를 사용해 염기를 더하거나 빼는 방법으로 특정 유전자를 편집하게 된다. 그 도구가 '유전자 가위'로 3종류가 개발됐다.

그 중 3세대 유전자 가위인 '크리스퍼-카스(CRISPR-Cas9)'가 주목을 받고 있다. 크리스퍼 가위는 특정 DNA를 찾아가 결합하는 유전물질인 가이드 RNA와 결합된 DNA를 잘라내는 효소 단백질인 카스(Cas9)로 구성된다. DNA에서 특정 유전자를 잘라내고 교정해 유전자 치료에 사용 가능하다. 실제 중국 허젠쿠이 남방과기대 교수 연구팀이 지난 2018년 11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활용해 에이즈(AIDS)에 걸리지 않는 쌍둥이를 탄생시켰다고 밝혀 인간 배아 연구에 대한 윤리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유력 수상자였던 '나노' 대가 韓 현택환 교수, 수상 불발


앞서 글로벌 학술정보 분석기관 '클래이베이트 애널리틱스'는 현택환 교수와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 모운지 바웬디(Moungi   Bawendi) 교수,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교 크리스토퍼 머레이(Christopher Murray) 교수를 '물리학, 생물학 및 의학 시스템의 광범위한 응용 분야에 사용할 수 있는 정밀한 속성을 가진 나노결정(Nanocrystals) 합성'에 기여했다는 점을 이유로 '노벨 화학상' 수상 예측 후보로 선정했었다.

 

현택환 서울대 교수/사진=서울대학교
현택환 서울대 교수/사진=서울대학교

 

현 교수는 크기가 균일한 나노 입자를 대량 합성할 수 있는 이른바 '승온법(heat-up process)'을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음파화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2000년 초 한국 정부가 나노기술개발촉진법’을 제정하는 등 나노 분야 붐이 일기 시작하면서 나노학에 심취했다. 

그가 주목한 것은 '보다 쉬운' 나노물질의 합성 방법이었다.  나노입자는 엠알아이(MRI) 조영제, 차세대 고용량 자기 저장매체, 나노 전자소자,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형광체 등의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는 나노기술 상용화에 필요한 기본 재료이다. 나노입자의 성질은 입자 크기에 의해 결정된다. 나노입자를 똑같은 크기로 균일하게 제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기존에는 나노물질 합성을 위해 나노고온으로 가열한 계면활성제 용액에 전구체(precursor)를 집어넣는 방법을 썼다. 이 방법에는 입자의 크기가 저마다 다르게 나와 필요한 크기의 입자만 분리해 사용해야 하는 불편함이 뒤따랐다. 현 단장 연구팀은 실온에서 서서히 가열하는 승온법을 썼다. 이로써 균일한 산화철 나노입자 합성에 성공한 것이다. 이 연구성과는 2001년 '미국화학회지(JACS)'에 논문으로 발표됐다.

 

현택환 교수가 2004년 11월 네이처 머티어리얼즈에 발표한 논문/사진=네이처 머티어리얼즈
현택환 교수가 2004년 11월 네이처 머티어리얼즈에 발표한 논문/사진=네이처 머티어리얼즈

 

현 교수는 '승온법'의 산업적 응용을 위한 원천기술 개발에도 적극 나섰다. 그는 균일한 나노입자의 대량 합성법을 2004년 11월 '네이처 머티어리얼즈'에 공개한 데 이어 균일한 나노입자의 크기를 1nm 단위로 조절하는 데 성공해 2005년 '독일화학회지(Angewandte Chemie)'에 논문을 게재하기도 했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세계 화학의 해'인 2011년 유네스코와 국제 순수응용화학연합(IUPAC)가 선정한 '세계 화학자 100인'에서 화학 분야 37위, 재료 분야 17위에 오르기도 했다. 현 교수는 유력 노벨 화학상 수상 후보자였으나 아쉽게도 이번 노벨 화학상 수상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성호르몬 연구부터 리튬 이온 전지 개발까지... '노벨 화학상' 받았다


최초의 노벨 화학상은 물이 농도가 낮은 쪽에서 높은 쪽으로 이동할 때 생겨나는 압력인 '삼투압'을 연구한 공로로 야코뷔스 헨리퀴스 판트 호프가 받았다. 1939년 수상자인 '아돌프 부테난트'는 성호르몬 연구로 수상했다. '오토 딜스'와 '쿠르트 알더'는 DNA 합성의 발견과 개발로, 1958년 영국의 '프레더릭 생어'는 인슐린 구조 연구로 상을 받았다.

이후 방사성 탄소연대측정법 개발로 미국의 '윌러드 프랭크 리비'가, RNA가 촉매 성질을 가졌다는 것을 발견한 공로로 1989년 '시드니 올트먼'과 '토머스 체크'가 수상했다. 오존층 파괴에 대한 연구, 유전자 정보 전사과정 연구, 리보솜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연구도 공로를 인정받았다.

전기차의 주재료인 팔라듐의 촉매반응 개발 공로로 2010년 두명의 일본 과학자들도 수상했다. 2019년에는 리튬 이온 전지 개발 공로로 미국의 존 구디너프, 영국의 스탠리 휘팅엄, 일본의 요시노 아키라가 수상한 바 있다.

신지은 기자 sophie@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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