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핀테크사 '가상자산' 잇달아 공식화

#공룡 '페이팔' 발표에 시장 훈풍

#비트코인 금융 확장 기대감 높아졌다 


세계 최대 전자결제 사업자 '페이팔'이 가상자산 사업 진출을 공식화하자 가상자산 시장에도 오랜만에 화색이 돌고 있다.

페이팔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디지털 월렛(지갑)을 통해 가상자산을 구매하고 판매, 보관까지 가능한 서비스를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시작으로 내년엔 가상자산 결제까지 선보인다는 게 페이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기반으로 가상자산 결제를 선점하고 이후에는 관련 금융 서비스까지 확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페이팔 소식에 그간 1300만원 내외에서 지루한 횡보세를 보였던 비트코인가격이 지난 24일 국내 거래소 기준 1460만원대로 껑충 뛰었다. 페이팔 발표 이후 이더리움과 비트코인 캐시는 한때 5%, 라이트코인은 10% 넘게 급등했다. 특히 라이트코인은 24일 6% 가까이 오르며 개당 6만600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페이팔 가상자산 서비스 예시 화면 / 사진=페이팔 홈페이지
페이팔 가상자산 서비스 예시 화면 / 사진=페이팔 홈페이지

 


전자결제 공룡 '페이팔' 파급력 기대 


이번 페이팔의 가상자산 공식화는 시장에 직간접적인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우선 가상자산의 대중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그간 주식거래 앱 '로빈후드'나 미국 간편결제 '스퀘어' 등이 가상자산 거래를 지원해왔지만, 이들과 규모 측면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페이팔'이 사업 공식화를 선언하자 주목도는 달라졌다. 페이팔은 200개국 이상에서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으며 지난 2분기 기준 이용자 규모는 3억4600만에 달한다. 

몇 주내에 미국 페이팔 이용자들은 페이팔에서 지원하는 디지털 월렛을 통해 ▲비트코인 ▲이더리움 ▲비트코인캐시 ▲라이트코인 등을 구매하고 판매, 보관할 수 있다. 다만 보유 가상자산을 외부 가상자산 월렛으로 옮길 수 없다. 페이팔은 이용자에게 프라이빗(개인) 키도 제공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페이팔이 대규모 이용자를 보유한 플랫폼인 만큼 '가상자산'에 대한 대중적 인식이 확대될 것으로 업계는 진단하고 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 거래를 지원하는 기존 핀테크 기업인) 스퀘어 등은 기성세대에게 낯선 서비스 앱이었지만, 페이팔은 이와 비교했을 때 규모가 상당한 기업"이라며 "페이팔의 서비스 지원으로 가상자산의 사용처 확대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자산 정보포털 쟁글 또한 "비트코인을 비롯 가상자산의 일상화에 두 걸음 가까워진 셈"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2분기 기준 페이팔 이용자 규모는 3억4600만에 달한다. / 사진=Statista
지난 2분기 기준 페이팔 이용자 규모는 3억4600만에 달한다. / 사진=Statista

페이팔은 또 내년 초부터는 페이팔 이용자들이 전 세계 2600만 가맹점에서 가상자산 결제도 가능케 할 예정이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시가총액이 큰 가상자산들이 지금까지 주로 '투자자산'으로서 주목을 받아왔기에, 실제 '결제수단'으로서 쓰임이 얼마나 확대될지는 업계 관심사다. 

결제는 특히 '글로벌' 측면에서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태규 오지스 대표는 "가상자산이 가격 변동성이 있지만, 이를 품으로써 비자나 마스터 카드로 양분화돼 있는 현 글로벌 결제 시장에 대한 다변화를 꾀할 수 있다"며 "동시에 이들(비자 등)이 더 이상 진입하지 못한 동남아 시장에서도 가상자산은 잠재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페이팔의 발표는 유사 서비스 기업들이나 카드사 등 기존 결제 사업자들에게도 자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클 노보그라츠 갤럭시 디지털 최고경영자는 "이트이트레이드 파이낸셜(E*TRADE FINANCIAL) 비롯 마스터카드와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등과 같은 기업들이 자사 가맹점들이 스테이블코인이나 가상자산들을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을 1년 내에 제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상자산 금융업으로 확대할 것"


최근에는 외신을 통해 페이팔이 가상자산 수탁(커스터디) 서비스 업체인 '빗고(Bitgo)' 인수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빗고는 주로 기업용 가상자산 지갑 및 수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지난 3월에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15개 가상자산을 이용한 대출 서비스 사업으로 확장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페이팔이 디지털 금융 쪽으로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커스터디 서비스를 하고 있는 빗고 같은 업체가 좋은 파트너사"라며 "실제 빗고는 가상자산 WBTC(Wrapped Bitcoin) 수탁을 맡고 있는데, 이를 활용한 금융업 확대도 상상해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WBTC는 비트코인을 담보로 하는 이더리움 기반 토큰으로, 비트코인과 1:1로 연동돼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사용할 수 있다. 

쟁글 또한 "(페이팔) 월렛에 담긴 가상자산을 대상으로 금융상품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핀테크 비즈니스 확장이 용이할 것"이라며 "가상자산을 기반으로 한 금융상품 출시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페이팔처럼 대거 이용자를 보유한 플랫폼이 가상자산 관련 서비스에 나서면서 "소형 가상자산 거래소 및 월렛 서비스들은 더욱 빠르게 사라질 것"이라고 쟁글은 내다봤다. 

문정은 기자 moo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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