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카카오모빌리티 

 

자체 수익모델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던 토종 모빌리티 업계가 최근 잇따라 문호를 열고 자본수혈에 집중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과거와 달리 수익모델이 자리를 잡고 있는데다, 모빌리티 시장의 가치가 급등하고 있어 덩치 불리기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 수년간 모아놓은 빅데이터가 이젠 사업으로 가시화되고 있는 것이다. 


외부자금 몰리는 카카오모빌리티…사세확장 '속도'


2일 금융투자(IB)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국민은행이 주도한 특수목적법인(SPC) '라이언모빌리티제일차유한회사'로부터 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수혈받았다. 국민은행이 SPC에 신용공여를 제공, 카카오모빌리티가 500억원 규모의 대출을 받는 형태다. 

아울러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글로벌 금융업체 UBS와 손잡고 프리-IPO를 통한 자금 유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카카오모빌리티의 상황이 어려운 것이 아니다. 올해 카카오모빌리티 추정 매출액은 2500억원 규모로 전년동기대비 138%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적자폭이 매년 줄고 있어, 내년에는 300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공산이 크다는 게 증권가의 대체적 시각이다. IPO를 위한 사전작업이 내년 중 마무리되는 셈. 이로인해 관련업계에선 카카오모빌리티가 이르면 내년, 늦어도 오는 2022년 IPO에 나설 것으로 추정한다. 

 

사진 = 카카오모빌리티 

 

사실 지난 2017년 TPG 컨소시엄으로부터 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유치한 카카오모빌리티는 특별한 외부자금 없이 자체적으로 사업을 영위해왔다. 이같은 상황에도 매년 두자릿 수 이상 덩치를 불리며, 국내 1위 모빌리티 사업자로 자리를 굳혔다. 사실상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만큼, 더욱 공격적인 투자로 사세를 불리겠다는 것이 카카오모빌리티의 전략이다. 실제 카카오모빌리티는 캐시카우인 대리시장과 바이크, 셔틀, 시외버스, 주차 등으로 사세확장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지난달 14일 SK텔레콤으로부터 물적분할을 공식화한 'T맵 모빌리티 주식회사(T맵)' 또한 우버로부터 17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유치, 독자적인 사업 운영에 나선다. 이번 합작사 설립으로 양사는 전동킥보드와 택시, 차량공유, 렌터카, 대리운전을 올인원 앱으로 선보이고, 구독형 모델로 차별화에 나설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차세대 모빌리티인 '하늘을 나는 차(플라잉카)' 등을 한국에 확산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이를 바탕으로 티맵 모빌리티를 오는 2025년 4조5000억원 규모로 성장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지난달 6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유치한 쏘카 또한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유니콘' 기업으로 거듭나며 주목을 받고 있다. 출범 9년 만에 유니콘 대열에 합류한 쏘카는 지난해 '타다금지법'이라고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 통과로 타다 베이직을 접으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이번 투자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기술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서비스로 국내 모빌리티 시장에 다시 한번 도전장을 던질 계획이다. 


미운오리에서 황금알로 거듭난 모빌리티 


이처럼 국내 모빌리티 업계가 외부자금 수혈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은 결국 수익으로 귀결될 수 있는 사업군이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우, 수익이 나지 않는 카카오택시와 카카오내비로 시작했지만 법인과 개인택시 기사를 대거 늘리며 1만대 이상의 플랫폼 택시를 운영하고 있다.

대리운전 또한 올해 추정 매출만 1000억원에 달하며, 일평균 콜수는 역시 5.6만회에 달한다. 여기에 바이크와 셔틀, 시외버스, 주차 등으로 사세가 확장되고 있어 관련 비즈니스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 덕에 증권가가  책정한 카카오모빌리티의 기업가치 역시 7조원 규모에 이른다. 카카오 입장에선 IPO 효과로만 수조원의 목돈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셈. 김동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020E PSR 30배 적용시 7조원 상회하는 기업가치 평가 가능가 가능할 것"이라며 "지난 2019년 기준 모빌리티 유동 현금은 660억원 수준이며 유동성 이슈는 없으나 시장 가치 상향에 따른 재평가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 = SK텔레콤
사진 = SK텔레콤

 

우버와 손을 잡은 T맵 또한, SK텔레콤 본업을 지원하는 응원군의 위치에서 독자적인 사업자로 거듭나고 있다. 현재는 T맵과 택시서비스에 국한돼 있지만 향후 대리운전 등으로 영역을 확장해 구독형 모델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이다. 이미 시장에선 T맵의 기업가치를 1조원 이상으로 평가하고 있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T맵모빌리티 물적분할에 따라 기존 주차, 광고, UBI (보험연계상품)의 플랫폼 사업 뿐만 아니라 3개 사업부문 (인포테인먼트의 T맵 오토, 택시호출 및 대리기사의 모빌리티 On-demand, 다양한 운송수단에 대한 회원권인 올인원 MaaS)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관련업계는 우버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우버는 지난 2014년 한국에 진출했지만, 승차공유를 불법으로 규정한 정부 규제에 가로막혀 기세를 펴지 못했다. 이로인해 현재 우버는 국내에서 택시 기사와 스마트폰 앱을 기반으로 한 '우버택시'를 주력 사업으로 두고 있지만 카카오모빌리티와 비교해 시장의 영향력이 크지 않다. 

다만 기존 택시 업체에 프랜차이즈식으로 브랜드와 플랫폼을 입히는 가맹 택시의 경우, 꾸준히 시장 규모가 확장되고 있어 우버가 해당 시장을 노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SK텔레콤 입장에선 국내시장을 노리는 우버에 길을 제공하는 대신, 우버를 버팀목으로 삼아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는 토대를 얻을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시장 확대를 호시탐탐 노리던 우버 입장에선 SK텔레콤의 국내 인프라를 활용해 가맹 택시 사업에 진출할 공산이 크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