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매출액 5% 기여금' 권고안 확정
스타트업 업계 "기여금 과도하다" 반발
'중복가맹' 허용에 가맹택시 업계도 울상

정부가 모빌리티 플랫폼 운송사업자의 매출액의 5% 또는 운행 횟수당 800원을 기여금으로 내는 시행령 권고안을 발표했다. 당초 플랫폼 기업과 택시 업계가 상생하며 혁신적인 서비스가 나올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만든다는 취지였으나, 택시업계 의견만 반영되고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불리하게 적용돼 논란이 예상된다.


택시와 상생 위해 '매출 5%' 기여금으로 내라


3일 국토교통부와 모빌리티 혁신위원회는 이른바 '타다 금지법'으로 불린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하위법령 개정방안을 담은 '모빌리티 혁신을 위한 정책 권고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권고안에 따르면 내년 4월부터 플랫폼 운송사업을 하려면 13인승 이하 차량 30대 이상을 보유하고 차고지, 보험가입 등 기본요건을 갖춰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번 권고안에 따르면 '타다 베이직'과 같은 플랫폼 운송사업(타입1)을 하려면 기존 택시와의 상생 차원에서 기여금을 내야 한다. 차량 300대 이상 사업자 기준으로 매출액 대비 5%, 운행 횟수당 800원, 허가대수 당 40만원 중 하나를 선택해 납부해야 한다.

/자료 = 국토교통부
/자료 = 국토교통부

차량 200대 이상 300대 미만 사업자는 기여금의 50%가 면제되며, 200대 미만은 75%가 면제된다. 단, 차량 보유 100대 미만, 기업 업력 7년 미만의 스타트업은 2년 간 납부 유예기간이 주어진다.

국토부는 허가 대수 총량 상한은 두지 않기로 했다. 대신 주 운행 지역의 운송 수요, 택시 공급 상황 등 외부 환경 요인을 고려해 필요 시 허가대수를 조절하는 방법으로 허가제도를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는 차량 허가 대수를 심의하는 '플랫폼 운송사업 심의위원회'를 새로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2 타다'는 없고 결국 택시만 남았다


권고안이 발표되자 업계는 즉각 반발했다. 정부에 스타트업 업계 입장을 대변해 온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하 코스포)은 이날 "모빌리티 혁신위원회의 정책 권고안에 실망을 표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코스포는 "이번 권고안이 혁신과 소비자를 위한 경쟁은 실종되고 허가와 관리만 남은 실망스러운 수준이라고 평가한다"며 "권고안은 기여금의 과도한 수준을 설정하고 총량은 심의위원회에 권한을 부여해 예측가능성을 떨어뜨린 것 외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운송플랫폼사업 활성화 방안 리포트 / 자료 = 코스포

앞서 코스포는 업계 의견을 모아 지난 8월 자체 보고서를 통해 기여금 수준이 운행횟수 당 300원을 넘어서면 안된다고 제안한 바 있다. 코스포는 앞서 국토부가 스타트업 진입장벽 완화를 위해 차량 99대 이하 사업자는 기여금을 면제해줄 것으로 약속했으나, 이를 백지화하고 '2년 유예'로 바꾼 것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했다.

또 허가대수와 관련해서도 별도 기준도 없이 국토부장관이 위원장인 심의위원회에 일임해 결국 정부 입맛대로 허가를 내주도록 한 점도 우려된다.

업계는 결국 기존 택시와 차별화된 '제2의 타다'가 나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평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익도 아닌 매출액의 5%나 운행 횟수당 800원을 감내하며 사업할 수 있는 기업은 없을 것"이라며 "사실상 택시와 관련된 사업 외에는 하지 말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코스포는 "소비자가 택시 외에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없게 된다면 택시 서비스의 질은 나아지지 않은 채 소비자의 부담만 가중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 국토부가 남은 입법 과정에서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했다.


'중복가맹' 허용에 가맹택시 업계도 반발


이번 권고안은 플랫폼 운송사업자 뿐만 아니라 택시 가맹사업 확대를 추진해 온 업체들에게도 불만을 사고 있다.

이번 권고안에선 '카카오T 블루' '마카롱 택시' 같이 법인택시와 가맹 계약을 체결해 운영하는 '플랫폼 가맹사업'의 경우, 법인 택시 사업자 단위가 아닌 차량 단위로 가맹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했다.

카카오모빌리티 가맹택시 '카카오T 블루' / 사진 =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모빌리티 가맹택시 '카카오T 블루' / 사진 = 카카오모빌리티

이럴 경우 한 택시회사가 다수 가맹업체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앞서 택시 업계는 특정 플랫폼 사업자의 독점을 막고 스타트업 진입 문턱을 낮출 수 있다는 이유로 정부에 이 같은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업계에선 현실성 없는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복수 가맹은 지적재산권 보호나 서비스 질 관리 측면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어 가맹사업법에서도 금지하고 있다"며 "한 택시회사 안에서 운행관제시스템이나 서비스 커리큘럼을 공유하게 돼 차별화된 운영이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복수가맹이 허용되면 결국 가맹사업자에 대한 입김이 세진 택시회사가 신규 업체에 대해 저가 수수료 등을 강요하면서 오히려 스타트업 진입이 더 어려워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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