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포 롤러블폰 콘셉트 기습 공개로 '도발'
LG전자 내년 초 롤러블폰 공개 전망
폴더블폰 경쟁에선 한국 제조사 압승
한국과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간 '이형(異形) 스마트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삼성전자와 화웨이, 레노버가 '폴더블폰' 시장을 두고 경쟁하는 가운데,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오포가 '롤러블폰' 시제품을 깜짝 공개하며 롤러블폰 상용화를 준비 중인 LG전자와의 경쟁에 불이 붙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오포는 지난 17일 자사 기술력을 선보이는 '이노데이 2020' 콘퍼런스 행사에서 롤러블폰 콘셉트 '오포 X 2021'을 공개했다.
디스플레이를 말았다 펼치는 구조인 이 제품은 기본 6.7인치에서 화면을 펼치면 최대 7.4인치까지 늘어난다. 내부에는 '롤 모터'를 탑재해 사용자가 측면에 위치한 버튼을 터치하면 디스플레이가 조정되며, 재생 콘텐츠에 따라 디스플레이가 자동으로 조정되는 기능도 탑재했다.
오포는 롤러블폰 실제 구동 영상까지 공개하며 개발 과정에서 122개 특허를 출원했다고 설명했으나, 상용화 시기나 가격 등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오포의 기습, 준비된 LG…롤러블폰 경쟁 불 붙었다
앞서 LG전자는 지난 9월 'LG 윙' 공개 행사 말미에 롤러블폰 티저 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 실루엣으로 비친 LG 롤러블폰은 이번에 오포에서 공개한 콘셉트와 같은 방식으로 측면에 말려있던 디스플레이가 펼쳐지는 일명 '상소문폰' 방식이다.
LG전자는 현재 중국 BOE와 롤러블폰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르면 내년 1분기 이내에 공개가 유력한 것으로 관측된다. LG전자는 지난 2월 유럽특허청(EUIPO)에 'LG 롤러블' 'LG 슬라이드' 이름으로 상표권을 출원했고, 최근 국내 특허청에도 'LG 롤러블'이란 상표권을 출원해 출시가 임박했단 예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업계에선 오포가 '세계 최초' 타이틀을 의식해 LG보다 한 발 앞서 콘셉트 제품을 공개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롤러블폰 상용화 시점은 LG전자 쪽이 앞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LG전자는 이미 세계 최초의 65인치 롤러블TV 'LG 시그니처 올레드 R'을 상용화한 경험과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고, 이미 롤러블폰 시제품도 개발해 공개 시점을 저울질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제조사 '홍보용' 기습 전략…문제는 완성도
중국 제조사들은 이형 스마트폰을 통해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해 콘셉트 제품을 일찍 공개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으나, 실제 상용화된 제품의 시장성이나 완성도면에서는 한국 제조사들에게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앞서 중국 제조사 로욜은 지난 2018년 세계 최초로 폴더블폰 '로욜 플렉스파이'를 공개했으나, 이후 실제 제품을 공개한 'CES 2019'에서는 두껍고 무거운데다 표면이 쭈글쭈글해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제대로 양산 체계를 갖추지 못해 결국 '홍보용'이었다는 평이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갤럭시 폴드'를 상용화한 이후에도 화웨이 '메이트X' 레노버(모토로라) '레이저' 등의 폴더블폰이 출시됐으나 낮은 완성도로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 이후 삼성은 '갤럭시 Z 플립(5G)' '갤럭시 Z 폴드 2' 등의 후속작을 통해 중국 제조사들과의 기술 격차를 벌려 놓으며 폴더블폰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롤러블폰 시장에서도 오포에 앞서 중국 TCL이 시제품을 선보인 바 있으나 출시 시점이나 구체적인 정보는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오히려 실제 롤러블폰 경쟁은 다양한 특허를 출원하며 폴더블에 이어 롤러블폰 출시 가능성을 남겨 둔 삼성전자와 LG전자 사이에서 제대로 붙을 가능성이 크다고 업계는 바라보고 있다.
남도영 기자 hyun@techm.kr